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 선출이 오는 15일 결선투표로 미뤄졌다. 1차 경선 과반 득표 여부로 관심을 모았던 9일 서울·인천·경기 지역 개표 결과 권영길 후보는 과반 득표에 0.6%P 모자란 49.4%를 득표했다. 민노당 수도권 경선은 이날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뜨거운 열기 속에 진행됐다.

권 후보는 1차 경선 누적 득표에서 1만9053표를 얻어 49.4%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권 후보의 과반 득표 못지 않게 관심을 모았던 2위 경쟁의 승자는 심상정 후보였다. 심 후보는 1만64표로 26.1%의 득표율을 기록했으며 노회찬 후보는 9478표로 24.6%를 얻었다.

   
  ▲ 민주노동당은 9일 서울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수도권 지역 대선 후보 경선 개표 결과를 발표했다. ⓒ민주노동당  
 
권 후보 과반득표 여부의 변수는 서울지역의 투표율과 득표율이었다. 서울은 다른 지역에 비해 권 후보의 지지세가 떨어지는 지역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권 후보가 서울에서 40% 정도를 득표할 경우 과반 득표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분석이 있었지만 권 후보의 득표율은 37%대에 머물렀다.

수도권 득표율 권영길 48.0%, 심상정 27.0%, 노회찬 24.5%

경기와 인천 등 강세 지역에서 과반 득표를 기록했지만 1차 경선에서 후보 결정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서울의 선전이 필수적이었다. 9일 발표된 서울·인천·경기 지역 득표결과를 보면 권 후보가 7674표로 48.0%를 기록했고, 심 후보가 4316표로 27.0%, 노 후보가 3917표로 24.5%를 얻었다.

권 후보는 과반 득표 문턱에서 제동이 걸렸지만 다른 후보에 비해 여유 있는 1위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저력을 확인했다. 결선 투표에 돌입하기는 했지만 1차 투표에서 49.4%를 득표한 권 후보가 26.1%의 심 후보보다 20%P 이상 앞섰다는 점에서 민노당 대선후보 선출 경쟁에 있어 한결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권 후보의 강세는 당 대표와 당 대선 후보를 지낸 경험, 자주계열의 공식 지지선언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심상정 노회찬 후보에 비해 늦게 공식 선거전에 돌입했지만 안정된 기반과 탄탄한 조직력은 과반 득표를 육박하는 원동력이 됐다. 

권영길 저력 재확인한 1차 투표

노 후보가 본선 경쟁력을 내세우며 지지를 호소했으나 권 후보는 본선 경쟁력만 놓고 봐도 뒤질 것이 없다면서 맞불 작전에 나섰고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권 후보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 ⓒ민주노동당  
 
결선투표에서 심 후보의 대역전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박빙 승부로 진행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5% P 안팎의 경쟁 구도가 될 경우 권 후보도 최악의 상황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권 후보는 결선 투표가 열리는 15일까지 대세론에 다시 불을 붙여야 한다는 과제를 남겨 두었다. 이번 경선의 최대 승자는 과반에 가까운 득표를 기록한 권 후보가 아니었다. 권영길-노회찬 양강 구도를 깨뜨리고 결선투표 진출권을 따낸 심 후보였다. 심 후보의 약진은 돌풍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었다.

'심바람' 돌풍, 또 다른 관전포인트  

노 후보에 1.5% P 가량 앞섰지만 이 결과도 이변의 하나였다. 역으로 노회찬 선거캠프가 예상보다 저조한 결과를 얻었다고 볼 수 있지만 심 후보의 강세는 경선 기간 내내 화제가 됐다. 경선이 중반에 이를 때만 해도 결선투표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은 후보는 노 후보라는 분석이 대세를 이뤘다.

그러나 심 후보가 지난 7일 충북지역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심바람'의 위력이 만만치 않음을 확인시켰다. 특히 심 후보는 최대 표밭인 수도권에서 노 후보를 앞서면서 이변의 주인공이 됐음을 자축했다.

심 후보 돌풍은 오랫동안 노동계에 몸담으면서 쌓았던 인맥과 조직의 위력에 민노당 변화를 기대하는 투표권자의 표심이 어우러지면서 나타난 결과이다. 심 후보는 결선 진출이라는 1차 목표를 달성한 데 이어 대이변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결선행 준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노회찬 3위 추락, 또 다른 이변

심 후보는 "심바람은 당내 주자와 당내 정파를 때리기 위한 역풍이 아니라 민노당을 우리 사회 가장 위력적인 정치세력으로 바꿔내겠다는 열망의 순풍이라는 점이 저의 진정성과 이 모든 것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3위로 떨어진 노 후보의 선거결과는 또 다른 이변이었다. 노 후보는 경선 직전 조사된 여론조사에서 오차 범위 안팎의 1위를 기록하며 언론의 시선을 모았다. 그러나 실제 경선이 시작되자 '노풍'은 미풍에 머물렀다.

권영길 대세론과 심상정 바람의 사이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노 후보의 패배는 선거 전략에 있다는 분석도 있다. 권영길 우위의 판세를 인정한 상황에서 도전자의 자세로 바람을 일으켰어야 하는데 예상보다 높은 여론조사 지지율 때문에 '부자 몸조심'의 자세를 보인 면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민노당 경선 제2라운드 돌입

게다가 선거 중반을 넘기면서 '심바람'이 거세게 불었고 '민노당 변화'의 중심이라는 타이틀 역시 심 후보가 차지하게 되면서 별다른 힘도 써보지 못한 채 결선 투표행 티켓을 양보하게 된 것이다. 결국 민노당 대선 후보 선출은 오는 15일로 미뤄졌다.

15일은 대통합민주신당이 첫 번째 지역경선 개표 결과를 발표하는 날이기도 하다. 언론의 시선이 민노당 보다는 대통합 민주신당에 집중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심상정 결선진출이라는 의외의 결과를 내놓으면서 민노당도 당분간 언론의 시선을 모으게 될 가능성이 높다.

민노당은 남은 기간 동안 경선후유증을 최소화하면서 본선에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권 후보는 "심상정, 노회찬 후보를 지지하는 분들, 저 권영길 지지하는 분들은, 이 경선을 마치면 모두 하나가 돼야 한다. 노회찬 동지, 저 권영길과 창당 때부터 항상 같은 길을 걸어온 소중한 동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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