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회장 변용식·조선일보 편집인) 소속 46개 신문·방송·통신사의 편집·보도국장들이 참여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을 언론자유 탄압과 취재봉쇄 조치로 규정하고, 이를 수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편협은 30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운영위원회를 열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취재지원 기준안에 대한 공동 결의문을 내놨다.

이들은 '전국 신문 방송 통신 편집 보도국장 일동' 이름으로 발표한 결의문에서 “전국 언론사의 취재·편집·보도를 책임지고 있는 우리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 붙이는 취재 봉쇄 조치와 이로 인해 빚어진 취재 현장의 비정상적인 갈등 상황을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 한 자리에 모였다”며 “기자들의 부처 출입과 공무원 대면 취재를 사실상 전면 금지하는 것에서부터 기자들을 부처별 브리핑룸에서 쫓아내 업무 성격이 전혀 다른 부처들을 섞어놓은 통합브리핑룸에 몰아넣고 전자칩을 부착한 통합브리핑룸 출입기자증을 발급하려던 것에 이르기까지 정부가 추진하는 모든 조치들은 결국 국정 정보에 대한 기자들의 접근을 가로막으려는 일관된 목적을 지닌 것임을 확인하고 이를 위중한 언론탄압으로 규정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일련의 언론탄압 조치들을 즉각 전면 철회하고 △반민주적인 언론탄압 정책을 기획하고 추진해온 당국자들을 대통령이 엄중 문책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또, △정부의 취재봉쇄 조치들을 일체 수용하지 않고 △정부가 앞서 제시한 요구를 외면할 경우 신속하게 추가 대책을 마련해 나가겠다며 “아울러 언론의 취재 관행을 되돌아보고 이의 개선에도 힘쓰면서 흔들림없이 언론의 정도를 걸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편협 운영위원회는 협회에 소속된 55개 언론사의 편집·보도국장으로 구성된 조직으로, 이날 회의는 변용식 회장이 제안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 한국경제 강원일보 대전일보 전남일보 충청일보 코리아타임스 SBS MBN YTN 등 14개사 편집·보도국장을 비롯해 28개사 관계자들이 직접 참석했고, 18개사는 위임했으며, 9개사는 긴급회의에 대한 회신을 하지 않았다고 편협은 밝혔다.

다음은 편집·보도국장단이 낸 결의문 전문이다.

편집 보도국장 긴급회의 결의문
 
정부가 내놓은 반민주적인 취재 봉쇄 조치들에 맞서 그 부당성을 지적하고 이를 저지하려는 일선 기자들의 외침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전국 언론사의 취재·편집·보도를 책임지고 있는 우리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 붙이는 취재 봉쇄 조치와 이로 인해 빚어진 취재 현장의 비정상적인 갈등 상황을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 한 자리에 모였다.

우리는 기자들의 부처 출입과 공무원 대면 취재를 사실상 전면 금지하는 것에서부터 기자들을 부처별 브리핑룸에서 쫓아내 업무 성격이 전혀 다른 부처들을 섞어놓은 통합브리핑룸에 몰아넣고 전자칩을 부착한 통합브리핑룸 출입기자증을 발급하려던 것에 이르기까지 정부가 추진하는 모든 조치들은 결국 국정정보에 대한 기자들의 접근을 가로막으려는 일관된 목적을 지닌 것임을 확인하고 이를 위중한 언론탄압으로 규정한다.

정부에 대한 취재 자체, 접근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이러한 조치는 취재한 사실의 보도에 개입하려했던 군사정권 시절보다 질적으로 더 나쁜 언론 탄압이다.

정부는 이런 조치들을 대 언론 창구를 단일화해 국정홍보의 혼란을 막으려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이는 정부가 언론의 감시 대상에서 벗어 나겠다는 것을 고백하는 것과 다름없다.

정부의 의도는 불리한 것은 숨기고 유리한 것만 알리려는 것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는 특권지대가 아니다. 납세자들은 정책의 수립 과정에서부터 집행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를 투명하게 알 권리가 있다. 이런 권리를 지닌 국민의 눈과 귀가 되어 대신 취재하고 보도하는 언론에 대해 마치 정부가 시혜를 베푸는양 이렇게 취재하는 건 되고 저렇게 취재하는 건 안된다는 식으로 나서는 것이야말로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반헌법적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오랜 독재정권의 언론탄압에 저항하면서 이 정도의 언론자유나마 누릴 수 있도록 헌신해온 선배 언론인들과 국민의 성원을 가슴 깊이 새겨온 우리는 이번 사태를 맞아 역시 언론 자유는 구걸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희생을 무릅쓰고 쟁취하는 것임을 새삼 절감하면서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첫째, 우리는 일선에서 정부의 취재 봉쇄 조치들을 저지하러 나선 기자들의 노력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 정부는 일련의 언론탄압 조치들을 즉각 전면 철회하라.

둘째, 우리는 언론인으로서 이번에 반민주적인 언론탄압 정책을 기획하고 추진해온 당국자들의 역사적인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다. 대통령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해 이들을 엄중 문책할 것을 요구한다.

셋째, 우리는 앞으로 어떤 어려움과 희생을 무릅쓰고서라도 정부의 탄압을 막아내 국민의 알권리를 수호할 것을 다짐한다. 정부의 취재봉쇄 조치들은 일체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넷째, 우리는 정부가 우리의 진심어린 요구를 외면할 경우 신속하게 추가 대책을 마련해 나갈 것이다.

끝으로 우리는 이번 사태에도 불구하고 공정하고 충실한 보도를 위해 더 한층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 아울러 언론의 취재 관행을 되돌아보고 이의 개선에도 힘쓰면서 흔들림없이 언론의 정도를 걸어나갈 것이다.
  
2007년 8월 30일
전국 신문 방송 통신 편집 보도국장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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