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미디어 업계의 CEO들이 한 자리에 모인 ‘서울디지털포럼(SDF) 2007’ 행사가 개최됐다. SBS 주최로 지난달 29일부터 사흘간 서울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SDF 2007 행사는 ‘미디어 빅뱅’이라는 주제 아래 해외 미디어 기업 임원들과 관련 전문가 100여명이 참석했다.

행사를 참관·취재한 연인원은 2500명에 달했다. 이번 행사에는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 앤 스위니 디즈니-ABC TV그룹 사장, 톰 컬리 AP 사장 등 크리스 에이헌 로이터미디어 사장, 김 제임스 우 야후 아시아지역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또한 컨설팅그룹 매킨지의 뉴욕사무소 총괄과 베스트셀러 ‘롱테일’의 저자이자 IT전문지 ‘와이어드’ 편집국장인 크리스 앤더슨도 특별 연설자로 참여했다.

이들 전문가들은 기술발전에 따라 올드미디어에 닥친 도전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용자와의 소통을 통한 자기혁신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주요 참석자들의 발언을 요약했다.

   
   
 
“뉴스의 세분화·패키지화 필요”/톰걸리 AP사장

   
  ▲ 톰 컬리 AP 사장  
 

"뉴스를 고객에 맞춰 세분화하고 패키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뉴스를 받아보는 것보다 중요한 비디오하나를 거실에서 보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

뉴스를 잘게 쪼개 분류하는 개인화가 미디어의 나갈 길이다. 21세기는 정보관리 쪽으로 나가고 있다. AP는 디지털 메타데이터를 마련하고, 뉴스 카테고리를 만들어 주요 인사·장소·사물을 태그화하고 있다. 사용자들이 태그와 링크를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콘텐츠를 스스로 관리하지 않으면 남들이 도용할 수 있다. 콘텐츠 관리 측면에서 메타데이터와 플랫폼을 마련하고, 비즈니스 측면에선 타깃화된 광고와 매니지먼트  시스템, 강력한 검색엔진을 마련해야 한다. 구글·야후 같은 새로운 인터넷 강자와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다. 기술은 언론인의 일하는 방식을 바꿀지언정 언론의 역할은 바꾸지 못한다. 역사적 진실을 말하고 권력을 감시하는 것은 불변하는 언론의 가치이다.

“디지털세대에 맞게 콘텐츠 제공해야”/앤 스위니 디즈니-ABC TV그룹 사장

   
  ▲ 앤 스위니 디즈니-ABC TV 그룹 사장  
 
“1980∼2000년 사이에 태어나 블랙베리(무선 이메일 기능이 있는 휴대용 장비)ㆍ아이팟 등을 사용하는 데 능한 ‘디지털 원주민’ 세대가 원하는 플랫폼에 맞춰 콘텐츠를 공급해야 한다. 이들의 수요를 맞추지 못하면, 이들은 우리를 기다리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 원하는 것을 얻을 것이다. 디지털 시대가 공급자에서 수용자로 힘을 이동시킴으로써 공급자가 시청자를 바라보는 입장이 바뀌었다.

디즈니-ABC는 2005년부터 아이튠즈에 프로그램을 공급했고, ABC닷컴의 온라인 서비스를 강화했으며, 스프린트와 휴대폰을 통한 콘텐츠 배급도 시작했다.

시청자들에게 보다 많은 결정권을 주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방송사는 사업방식을 바꾸는 것이 좋다. 불법 콘텐츠의 등장에 대항해 소비자가 합법적으로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는데, 그러기 위해 소비자의 요구를 알아야 했다. 규칙만 따라가면 결코 고객이 원하는 것을 따라잡을 수 없다.”

“한국 기업과 제휴 확대할 것”/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

   
  ▲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  
 
“한국은 거대한 실험실이다. 기술 수준이 높고 참신한 아이디어가 나오기 때문에 중요하다. 지금 한국에 선보인 업무는 시작에 불과하다. 구글은 상상 이상의 비용을 지불해 한국 업체와 광고 등에서 제휴를 맺고 있다. 구글은 모든 사업을 단독으로 하지 않고 제휴사와 함께 할 것이다. 현재 SK, 다음, LG와 제휴한 상태이고, 다른 한국기업과의 제휴를 확대할 것이다. 한국의 제휴사나 광고주는 이를 통해 쉽게 해외로 진출,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검색은 완성된 것이 아니라 더욱 세분화되면서 발전할 것이다. 사람들은 ‘개인화’를 통해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다.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해 비판도 있지만 아이구글 같은 개인화서비스는 더 나은 결과와 경험을 안겨준다. 이런 개인의 경험은 PC나 블랙베리 핸드폰에서도 이뤄져야 한다. 광고는 모든 미디어에서 중요한 만큼, 미래에는 타겟팅되고 개인화된 광고가 필요하다.”

“주류매체 종말 아닌 독점의 종말”/크리스  앤더슨 ‘와이어드’ 편집국장

“20세기는 모두가 비슷한 취향을 공유하는 대중문화의 시대로, TV를 통해 소수의 콘텐츠를 많은 사람이 공유하는 시기였다. 반면 21세기는 틈새 문화의 시대다. 기존 TV에 없는 자신만의 협소한 취향이 인터넷에서 충족되면서 이용자들의 관심이 재배분되었다. ‘롱 테일’(long tail: 1년에 단 몇 권밖에 팔리지 않는 ‘흥행성 없는 책’들의 판매량을 모두 합하면, ‘잘 팔리는 책’의 매상을 추월한다는 온라인 판매의 특성을 이르는 개념)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러나 롱 테일이 곧 기존 주류매체의 종말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독점의 종말을 뜻할 뿐이다.

   
  ▲ 크리스 앤더슨 '와이어드' 편집국장  
 
결국 앞으로 TV산업의 최대의 적은 바로 아이들에게서 찾아야 한다. 지금의 아이들은 고전적인 TV를 모른다. 브로드밴드와 함께 자란 아이들은 주어진 편성표에 따라 시청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며, 자신들이 보고 싶은 콘텐츠를 보고 싶은 때에 보는 것을 자연스럽게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TV의 사업모델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과연 광고업계에서 이런 수익성 없는 시장에 얼마나 더 관심을 가질지 고민해봐야 한다.”

선호·이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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