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평호 단국대 언론영상학부 교수  
 
지상파 방송사상 초유의 재허가 거부로 방송사가 문을 닫은 지 2년 3개월여. 지역 시민사회단체 등의 숱한 노력을 통해 새 사업자가 선정된 지 1년여. 그러나 아직 새 사업자는 방송을 내보내지 못하고 있다.

경인지역의 민영방송사였던 경인방송(옛 iTV)은 지난 2004년 12월 방송수익의 사회환원 불이행, 협찬·간접광고 규정 위반 등을 이유로 재허가를 받지 못해 문을 닫았다. 이후 경기·인천 지역의 시민사회단체, 희망조합, 언론노조 등이 힘을 모은 결과 지난 해 4월 영안모자와 CBS 등을 중심으로 한 경인TV 콘소시엄이 새 방송사업자로 선정되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방송위는 경인TV의 최종허가 추천을 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대주주인 영안모자 백성학 회장이 미국 스파이라는 CBS의 주장으로 논란이 불거지고 검찰수사가 진행되자 허가와 관련된 행정절차를 중단한 것이다.

이렇게 중단된 지 6개월여 만에 열린 지난 3월 20일의 관련 회의에서 방송위는 검찰수사를 참고하고 경인방송과 CBS 간 쟁점이 되고 있는 사실관계의 확인과정을 밟아야한다며 4월 3일에 다시 회의를 연다는 결정만을 내렸다.

일견 제기된 의혹을 분명히 하겠다는 것을 문제삼기는 어려워보인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허가 당국자로서 책임문제를 생각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그것이 문자 그대로 의혹으로 끝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아니면 말고' 식으로 넘어갈 것인가?

   
  ▲ 경인TV 허가 추천을 촉구하며 밤샘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희망조합원들이 3월29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 로비에서 공익적 민영방송 시민보고대회를 열고 있다. ⓒ이창길 기자 photoeye@  
 
그래서 나온 해법이 '조건부 허가'라는 것이다. 법에 따라 최종 허가절차는 밟아나가고 그 이후 문제가 확인된다면 그에 따른 응분의 책임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풀자는 것이다. 방송정책의 책임을 지고 있는 방송위원회라는 국가기관이 미국 스파이라는 희한한 의혹에 끌려다니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모양은 대한민국의 희극이자 비극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