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금열 SBS 신임 사장은 최근 부결된 지주회사 전환과 관련, "주총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는 것이 회사의 공식적 입장이지만, 노조가 회사에 지주회사 도입을 요구하면, 사장인 저도 힘을 합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취임한 하 사장은 16일 낮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주요 주주들이 사원과 노조가 말하는 지주회사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교감이 부족한 것 같았다. 의견을 교환하고 진의가 전달되면 상황이 바뀔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 하금열 SBS 사장(왼쪽에서 네번째)은 16일 낮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SBS와 방송계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재백 방송지원본부장, 홍성주 편성본부장, 김수웅 대표이사 부사장, 지석원 제작본부장, 우원길 기획본부장이 참석했다. ⓒSBS  
 
그러나 하 사장은 지주회사 전환 부결과정에서 불거진 '민영방송사의 교차소유 문제'에 대해서는 "국회나 방송위 등에서 공식적 입장을 물으면 답하겠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하 사장은 올해 말 예정인 재허가와 관련해 "지주회사 전환 부결이 큰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소유와 경영이 거의 분리됐고,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시장의 감시를 받기 때문에 경영투명성도 특별히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하 사장은 "방송이 역할을 못하면 스스로 접어야지, 재허가 기간이 제도화되고, 시험보는 형식으로 이뤄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개인적으로 (현행 3년인) 재허가 기간은 10년에 한 번이 적당하다"고 말했다.

또, 하 사장은 월드컵과 올림픽 중계권 문제에 대해 "20일 방송협회 상견례에서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3사가 잘 협의하겠다"며 "KBS와 MBC가 무리하게 요구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수웅 대표이사 부사장, 김재백 방송지원본부장, 우원길 기획본부장, 지석원 편성본부장, 홍성주 제작본부장 등이 참석해 △대형 기획사의 권력화 문제 △연예인 고액 출연료 문제 △프리랜서 아나운서 기용 문제 등 최근 방송계 현안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지석원 편성본부장은 대형 기획사의 권력화 현상에 대해 "기획사가 급하게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구체적 요구가 없어 답변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지 본부장은 프리랜서 아나운서의 기용에 대해서 사견임을 전제로 "특정 회사에서 근무하다 프리랜서를 선언하고 다른 회사에서 활동하는 아나운서들이 방송 3사에 다 있다"며 "프리랜서를 선언했던 아나운서나 PD, 선언을 할 아나운서나 PD 전체에 대한 방송사의 일관된 해석이 있어야 하고, 프리랜서를 선언한 아나운서, PD들이 과거 소속 됐던 방송사에 어떤 도덕적 책임을 가져야 하는지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다음은 하 사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이번 인사가 지주회사 전환 무산에 따른 '문책성'이었다는 말이 있다. 갑작스런 인사에 대한 설명과 취임 소감을 부탁한다.

   
  ▲ 하금열 SBS사장 ⓒSBS  
 
"사원들이 발의했던 지주회사 전환이 무산된 상황에서 취임했기 때문에 신경이 쓰인다. '문책성 인사'라고 하는데 주총 전에 있었던 인사는 임원 인사를 제외한 것이었다. 사장 거취는 최고 경영진의 판단이기 때문에 정확히 모르겠지만 지주회사로 전환되면 그쪽으로 갈 분들이 있어 그 자리를 메우는 인사는 예정된 것이었다. 문책성 인사라고 하는데 꼭 그렇지 않다. 회장과 사장 사이에 부회장 제도가 신설됐고, (안국정 전 사장은)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하시고 예우를 해드린 것이다. 사원들도 그렇게 느끼고 있다. 안국정 부회장은 2년 동안 불철주야 혼신의 힘을 다하느라 힘들어하시는 상황이었다. 사장 교체는 대표선수 교체로 보면 된다."

-지주회사 전환을 다시 추진할 것인가.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구체적 보고는 받지 못했지만 주총이 무산된 이유는 보고 받았다. 다음 주 이 안을 먼저 제시했던 노조와 만나 노조의 이야기를 들어 볼 생각이다. 주총에서 주주 38%의 반대에 의해 관철되지 않았기 때문에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는 것이 회사의 공식적 입장이다. 노조에서 이를 관철해달라고 회사에 요구하면, 사장인 저도 힘을 합해야 한다고 본다. 일단 주총 이후 노사의 공식협의가 없었기 때문에 의견을 들어볼 생각이다."

-지주회사 전환 부결이 올해 말 있을 재허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는가.

"큰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이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는 것이 좋다는 것은 경영진도 똑같이 생각하고, 소유와 경영은 내부에서 거의 분리된 상태다. 경영 투명성도 (회사가)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시장의 감시를 받기 때문에 특별히 걱정하지 않는다. 변화하는 방송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주회사 전환이 좋다고 판단했는데 결국 안 된 것이다. 시간이 가면 반대했던 분들과의 생각의 간격도 좁힐 수 있다고 본다."

-주요 주주들이 연합해 지주회사 전환을 부결시켰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 문제가 다시 대두되고 있는 것 같은데.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말하자면, SBS는 주식회사이고 1990년 설립 당시 주주분들이 SBS에 투자를 한 것이다. 그 분들은 방송·언론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한 것이다. 지금도 그런 생각엔 변함이 없으리라고 믿는다. 의견이 일치되지 않았는데, 사원과 노조가 말하는 지주회사에 대해 정확한 이해와 교감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의견을 교환하고 진의가 전달되면 상황이 바뀔 수 있다고 본다."

-지주회사 전환을 반대하며 공동행동을 했던 주요 주주 귀뚜라미, 일진전기, 한주흥산 등은 지역민방의 대주주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서 교차소유를 금지하는 관련법을 제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열린우리당 윤원호 의원과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이 교차소유를 금지하는 법안을 냈다고 보고 받았다. 당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낸 것으로 본다. SBS는 이에 대해 공식적 물음이 있으면 답변을 할 것이고, 일단은 지켜보겠다."

-지난해 월드컵과 올림픽 중계권 독점으로 논란이 일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생각인가.

"(사내에서) 중계권 문제에 대해서는 '답하지 말라. 괜히 말해서 더 복잡해진다'고 이야기를 들었다(웃음). 다음 주 화요일(20일)에 방송협회 상견례가 있다.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3사가 잘 협의하겠다. KBS와 MBC도 무리하게 요구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시청자들이 골고루 TV를 시청할 수 있는 기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전임자인 안국정 사장은 사장에 취임하면서 '보도만큼은 최고로 만들겠다'고 말한 바 있다. 재임 기간 동안 꼭 이루겠다고 하는 게 있다면.

"방송사에서 제일 힘들고 고생하는 사람들이 기자이다. 사원들이 회사에 다니면서 행복하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 소원이다."

-대형기획사들이 드라마에 이어 예능쪽 제작도 맡고 있다. 드라마 외주제작에서 나타났던 문제점들이 생길 우려가 있다. 이에 대한 방지책은.

"지석원 편성본부장께 전문가인만큼 모든 것을 책임지고 해달라고 부탁드렸다."

-뉴미디어 대두와 방통융합 등으로 지상파 위기론이 나오고 있는데.

"방통융합으로 공중파의 영향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있다. 사내 위원회와 스터디 그룹과 협의할 예정이다. 뉴미디어에 앞장서겠다. SBS는 3사 중 제일 먼저 디지털 전환을 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였다. 방송은 통신회사와 달리 콘텐츠를 갖고 활용해야 한다고 본다."

-민영미디어렙과 재허가 제도에 대한 생각은.

"민영미디어렙은 빨리 도입돼야 한다. 재허가와 관련해, (현행) 3년은 눈 깜짝할 사이다. 방송이 역할을 못 하면 스스로 접어야 한다. 재허가 기간이 제도화돼 시험보는 형식으로 이뤄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개인적으로 10년에 한 번이 적당할 거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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