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주말드라마 <하얀거탑>의 두 주인공인 명인대학 외과과장 장준혁(김명민 분)과 내과의사 최도영(이선균 분). 이 두 사람이 만약 현실세계의 인물이라면 두 사람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최근 <하얀거탑>이 '리얼리티'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주목을 받자 주인공의 캐릭터 역시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두 사람의 미래는 그다지 밝을 것 같지 않다.

자신의 출세를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장준혁이 좀더 현실적인 인물이라는 평가가 많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동아일보 2004년 11월11일자는 <"부인 속인 CEO는 주주도 속여">라는 기사를 싣고 있는데, 이 기사에 따르면 장준혁이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잇따른 거짓말에는 다 '이유'가 있다.

"부인 저버린 CEO는 주주도 배반", 그럼 장준혁은?

   
  ▲ MBC <하얀거탑> ⓒMBC  
 
동아가 이 기사에서 전하고자 하는 핵심은 "부인을 저버린 최고경영자(CEO)는 회계감사나 주주도 배반한다"는 것이다. 물론 장준혁을 이 기사에서 언급된 CEO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게다가 이 기사는 개인의 사생활과 공적인 일을 '결부'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도 존재한다. 하지만 적어도 하나의 준거틀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동아의 기사를 유의미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동아는 USA투데이의 보도를 인용 "'주식회사 미국'의 신뢰성을 뒤흔들었던 회계부정사건 뒤에는 최고경영진의 혼외정사 등 윤리적 문제가 있었다"면서 "최고경영진의 바람피우기와 회계부정 사이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통계수치는 아직 나온 적이 없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사례들로 미루어 일정한 관계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동아는 구체적인 사례들을 언급한 다음 "사내의 부정 사건을 수사한 검찰 관계자들은 '경영자들이 자신의 부인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 회사 동료와 이사회, 감사들에게도 거짓말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면서 "'이중생활을 하는 사람은 정직한 결정을 하기 어려울 수 있다. 횡령, 거짓말, 물질 남용, 혼외정사는 모두 같은 뿌리"라는 심리학자 로버트 호건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장준혁은 <하얀거탑>에서 아내 외에(?) 강희재(김보경 분)와 애인관계로 나오는데 동아의 이 기사에 따르면 "자신의 부인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기" 때문에 "회사 동료와 이사회, 감사들에게도 거짓말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장준혁은 지난 2월17일과 18일 방송에서 의료분쟁과 관련해 법정에서도 끊임없는 거짓말을 일삼는다.

물론 동아의 기사는 미국의 상황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이런 상황이 똑같이 적용된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이중생활을 하는 사람은 정직한 결정을 하기 어려울 수 있다. 횡령, 거짓말, 물질 남용, 혼외정사는 모두 같은 뿌리"라는 심리학자 로버트 호건의 말을 상기해본다면 별개의 '문제'라고 할 수도 없다.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이다.

'내부 제보자' 위치에 서게 된 최도영의 미래는…

출세보다는 의사 본연의 역할에 더 충실하려는 최도영이 한국 사회에 실존한다면 그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시청자들은 장준혁의 '의료실책'을 고발하려는 최도영의 '정의로운' 모습에 지지의 박수를 보낼 지 모르지만, 만약 최도영이 현실세계에서 그 같은 행동을 했다면 극단적으로 자살을 선택할 수도 있다.

한국일보 2007년 1월30일자 기사가 하나의 근거가 될 수 있다. 한국일보는 이날 1990년 이후 우리 사회의 대표적 공익제보자 20명을 전화 인터뷰한 결과를 1면에 실었는데, 전체의 90%(18명)가 제보에 따른 스트레스로 건강악화를 경험했고, 절반 가량은 수년에서 10여 년이 지난 현재도 육체적·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대상의 85%(17명)는 내부고발이 자신 외에 가족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쳤으며, 60%(12명)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해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우리 사회의 공동선을 위한 제보 행위가 오히려 집단 따돌림(19명), 징계와 해고(18명), 오명 씌우기(13명), 공갈 협박(11명) 등 소속 집단의 조직적인 가혹행위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또 있다. 60%(12명)는 제보 직후 파면과 해임 등으로 직장을 잃었으며, 소송 등을 거쳐 복직에 성공한 일부를 제외한 11명은 아직도 무직 상태이다. 이들이 현재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사회적 관계 악화(6명), 경제적 어려움(6명), 정신적 고통(4명), 신체적 건강악화(2명) 순이었다.

<하얀거탑>에서 최도영이 겪는 상황도 한국일보의 조사결과와 상당히 유사하다. 최도영은 현재 명인대학 병원 내에서 집단 따돌림은 물론이고 공갈협박에 징계와 해고 위협까지 당하고 있다. 소속 집단의 조직적인 가혹행위가 지속적으로 이뤄진다면 과연 최도영이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까. 버틸 수 없다. <하얀거탑> 지난달 24일과 25일 방영분을 보면 최도영은 결국 명인대학을 떠나게 된다.

최도영의 내부고발에 마냥 박수를 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 사회에서 공익제보자에 대한 제도적 보완책이 거의 없는데다 '그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선도 여전히 싸늘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하얀거탑>은 공익제보자에 대한 국내 현실을 일정하게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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