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파 지식인에 대한 실명비판으로 올 한해 주목을 받았던 백낙청 '창작과비평' 편집인이 그동안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았던 실명비판과 안티조선 논쟁 등에 대해 입을 열었다.

백낙청 편집인은 최근 발행된 월간 '인물과사상'(2007년 1월호)과의 인터뷰에서 안티조선·문학권력·언론개혁 논쟁 등에 대해 자신의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언론계와 문학계에서 논쟁이 벌어질 때마다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온 '창비'의 태도와는 사뭇 다르다는 점에서 이번 인터뷰는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실명비판은 문학평론 하는 사람에겐 기본"

   
  ▲ 백낙청 '창작과비평' 편집인 ⓒ이창길 기자  
 
우선 백 편집인은 최근 자신의 실명비판과 관련해 "창비 40년을 맞으며 개인적으로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실명비판을 새삼스럽게 시작한 것처럼 보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면서 "실명비판에 대해 요즘 말이 많지만 문학평론을 하는 사람에게 실명비판은 기본"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실명비판을 안한 적이 없다고 자부한다"고 덧붙였다.

백 편집인은 "조선일보 문제에 대해 지금까지 일관된 입장을 견지해왔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안티조선 운동이 전개될 당시) 창비의 태도를 보수주의라 비판할 수는 있겠지만, 우리는 조직적인 안티조선 운동에 직접 가담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면서 "당시 안티조선 운동에 여러 단체들이 합세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선언한 대로 일관되게 행동하고 있는 큰 단체가 몇이냐 되냐"고 반문했다.

백 편집인은 "(나는) 최장집 교수에 대한 사상검증 사건이 났을 때부터 조선일보에 기고나 인터뷰를 하지 않았고, 그 입장은 오늘날까지 변함이 없다"면서 "'창비'의 모든 상임편집위원들 또한 그 입장을 지키고 있으며 '창비는 일관되게 견지하는 나름대로의 입장이 있는가 보다' 하고 인정을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언론, 비판의 내용보다 흑백논리식 선정적 보도 일삼아"

백 편집인은 올해 들어 최장집 이인호 안병직 손호철 교수 등을 실명 비판한 것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언론보도에는 내가 안(병직) 교수를 비판한 데 대해 안 교수가 '시대정신'을 통해 반론을 한 것처럼 나왔지만 사실은 '시대정신' 잡지가 '창작과비평'보다 조금 늦게 나왔을 뿐, 나와 안 교수의 글은 거의 동시에 씌어졌을 것"이라면서 "안 교수의 신념에 대해서는 내 입장을 이미 밝힌 셈이라 더 이상의 반론이 시급한 상황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백 편집인은 자신이 반론을 하지 않은 또 다른 이유를 우리 언론의 풍토 때문이었다고 밝히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안 교수의 비판에 대해 내 나름대로 아무리 차근차근 설명을 해도 언론은 보나마나 좌파대표와 우파대표가 격돌했다고 쓸 거 아니냐"면서 "이런 판국에 내가 나서서 선정적인 언론에 자료를 제공할 필요가 있겠나 싶었다"고 강조했다.

손호철 교수가 김대중 정부를 평가하면서 '신자유주의에 완전 투항했다'고 평가한 것에 대해 백 편집인은 "손 교수가 투항적인 행태들과 완전 투항을 구별했으면 한다"면서 "IMF의 신자유주의적인 요구에 투항한 건 맞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사회의 모든 면에서 신자유주의에 투항한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2000년 6월에 열린 남북 정상회담이 신자유주의로의 완전 투항을 막아낼 가능성을 어느 정도 확보했다고 본다"고 언급한 백 편집인은 "장기적으로 신자유주의를 견제하거나 방지하려면 남북을 아우르는 한반도권 경제에 대한 구상을 가져야지, 그거 없이 덮어놓고 '신자유주의는 나쁘다'는 주장만 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시민방송 발전 가능성 무궁무진하다"

백 편집인은 "분단체제를 제대로 극복한 통일을 하자고 할 때는 남쪽의 사회를 바꾸고 시민사회 스스로도 바뀌면서 한반도에 훌륭한 통합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니까, 그런 관점에서 일반 시민들이 만든 프로그램을 전문적으로 방영하는 텔레비전 방송의 역할을 중요하다"는 말로 자신이 시민방송 RTV에 참여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섣불리 이사장직을 맡았다가 죽을 고생을 했다"면서 "하지만 지금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고, 시민방송의 발전 가능성 또한 무궁무진해서 '분단체제의 극복'에 값하는 통일을 하는 데 상당한 몫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백 편집인은 "지금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2007년 9월에 두 번째 임기 끝나는 대로 그만두기로 이미 합의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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