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이종장기 연구를 위해 경기도 축산위생연구소에서 사육하던 실험용 일반돼지를 대부분 도살 처분한 것으로 밝혀졌다…황 교수의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수원 광교 신도시내에 건립키로 했던 경기 바이오센터 건립계획도 백지화했다. 충남 홍성에 있던 황우석 농장도 일반 돼지농장으로 전환돼 이종장기 연구를 위해 사육하던 돼지는 사실상 모두 사라졌다.”

지난 20일 대다수 언론에 실린 기사의 일부분이다. 이 기사는 지난해 11월22일 MBC < PD수첩-황우석 신화의 난자 의혹> 방영 1년을 맞아 지금 황 교수가 처한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연구에 대한 언론의 맹목적 보도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황우석 파문’. 그로부터 1년이 지났지만 언론은 아직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 편집자

학계 미검증보도·국가주의적 시각 등 여전 … 사과 없는 언론 다수

과학기자협회는 지난해 11월30일 △새로운 과학적 발견 및 발명에 관한 취재 및 보도는 연구팀 관계자 등 이해당사자의 발언에만 의존하는 것을 지양하고 이해관계가 없는 국내외 관련 전문가의 견해를 반드시 확인한다 △과학적 사실에 관한 취재 및 보도를 함에 있어 결과를 함부로 예단하지 않는 것은 물론 추측보도를 자제한다 등의 ‘과학보도 윤리선언’을 채택했다.

   
   
 
하지만 황우석 교수 논문조작 파문이 발생한 이후 과학담당 기자들이 그동안의 보도를 반성하는 차원에서 채택한 ‘윤리선언’은 아직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지난 7월12일 인터넷 매체인 쿠키뉴스와 연합뉴스가 관련 내용을 보도하면서 알려진 ‘복제개 출산’ 보도가 대표적이다. 이 소식은 다음날인 7월13일 일부 신문과 방송들이 이를 다시 크게 보도하면서 언론의 관심을 받았는데, 특히 국민일보와 동아일보, 세계일보 등이 이를 경쟁적으로 보도했다.

복제 개 출산 보도는 서울대 이병천 교수팀이 복제 개 출산에 성공했다는 소식과 함께 “암컷 복제견 보나와 피스의 탄생, 그리고 향후 복제견 2세 연구가 질병모델 동물 공급에 일대 혁명을 가져올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보도 직후부터 논란이 일었다. △연구팀의 성과가 아직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고 △논문이 발표되지 않았으며 △복제개 연구팀에 논문 조작 사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이병천 교수가 참여했다는 점 때문이다.

특히 줄기세포 논문 조작사건과 관련해 사기 혐의로 기소된 이병천·강성근 교수에 대한 서울대 징계위원회 결정을 앞두고 이 같은 보도가 나왔다는 점에서 ‘언론플레이’ 논란도 불러 일으켰다. 특종 욕심에 검증되지 않은 연구결과를 성급히 보도했다는 비판이 언론계에서 제기된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14일 조선일보가 ‘황우석 사태 1년’을 맞아 내보낸 <한국 ‘주춤‘하는 사이…미영일 등 “우리가 줄기세포 강국”>은 황우석 파문 이후 언론의 보도태도가 여전히 변하지 않았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황우석 파문’이 남긴 과제와 이후 국내 과학·의학계를 비롯해 정부와 언론의 자성이나 태도 변화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여전히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줄기세포의 연구성과에만 집착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조선일보를 비롯해 대다수 언론이 황 교수 파문 이후 지금까지 자사 보도에 대한 사과나 유감표명을 하지 않고 있는 것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다. 중견급의 한 방송사 기자는 “황우석 파문 1주년 기사를 그나마 제대로 점검한 곳이 경향과 한국 등 당시 사과를 했던 언론이란 점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황우석 파문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언론계 내부에서도 아직 뚜렷한 공감대 형성이나 대안 마련 등이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5개월 동안 6차례 공판이 열리는 동안 황 박사와 검찰의 법정 공방이 계속되고 있는 점을 거론하며 “황 교수의 연구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입증된 것은 명확히 없으며 황 교수가 줄기세포 연구에 다시 전념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을 표시하는 언론계 종사자들이 아직 넓게 포진해 있는 것은 언론계 내부의 상황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사과와 반성은 있었지만 그것은 일부의 반성이었을 뿐”이라는 한 기자의 지적은 황우석 파문 1주년이 지난 지금 언론계의 상황을 가장 정확히 지적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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