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조선일보 방일영 전 회장(2003년 작고)이 남긴 재산의 상속·증여·양도소득세 납부 등에 대해서도 조사하겠다고 밝히자 그 배경에 언론계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세청의 세무조사 범위가 방 전 회장이 생전에 상속하거나 증여한 재산까지 포함할 경우 방상훈 사장은 물론 방 사장의 아들인 준오씨에게까지 그 파장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2001년 세무조사 때 국세청은 방 사장이 소유한 주식 전반보다는 준오씨에게 명의신탁한 주식을 집중적으로 조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2001년 국세청이 중앙언론사 23곳에 대한 정기 법인세 조사에 들어간 가운데 그 해 2월8일 연합뉴스에서 국세청 조사국 직원들이 조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이번 세무조사는 그 결과에 따라 방 전 회장의 혼외 친자이자 방상훈 사장의 배다른 동생 3명이 “조선일보의 주식과 그에 따른 주식 배당금을 돌려달라”며 낸 소송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조사 결과에 따라 조선일보의 지배구조에 변화가 올 수도 있다.

방 전 회장은 조부인 계초 방응모씨가 납북된 뒤 실종선고 심판결정이 확정된 직후인 1979년 8월 단독 상속인으로서 방씨의 모든 재산을 상속받았다. 방응모씨는 조선일보 발행주식 15만주의 85%에 해당하는 12만6900주를 소유하고 있었다.

   
   
 
당시 방응모씨의 공동상속인은 방 전 회장의 동생인 방우영 명예회장을 비롯해 8명이나 됐지만, 상속인들이 상속포기신고를 해 방 전 회장이 단독으로 물려받았다.

방 전 회장은 조선일보사를 비롯해 코리아나 호텔, 서울 흑석동 대저택, 의정부 미군기지 안에 있는 땅, 남양주 부동산, 가평 별장 등을 보유한 상당한 재산가였다. 그러나 방 전 회장은 흑석동 저택을 비롯해 재산의 대부분을 생전에 방상훈 사장과 손자 준오씨 등에게 증여했다. 조선일보사 지분도 모두 증여하거나 명의신탁을 해 뒀다.

방 사장과 준오씨 등은 2001년 언론사 세무조사 이후 검찰 수사 과정과 공판 자리에서 증여세 포탈 혐의에 대해 부인하면서 방 전 회장이 명의신탁을 해 놓은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국세청이 명의신탁한 지분에 대해 어떤 해석을 하느냐가 관건이다. 특히 방씨 일가 외에 조선일보 전·현직 임직원 16명에게 명의신탁한 주식 11.45%도 상속 재산에 포함된다고 국세청이 판단하면 상속세를 내야 한다. 

방 전 회장이 사후에 남긴 재산은 예금을 포함해 30억 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방상훈 사장 등 상속인들은 18억 원 가량의 상속세를 국세청에 냈다. 국세청은 상속인들이 낸 세금이 제대로 계산된 것인지 조사를 해야 하는데, 이번 세무조사를 통해 결론을 낼 예정이다.
한편 방 전 회장 재산에 대한 국세청의 조사는 지난 8월 방 전 회장의 혼외 자식들이 방 사장 등을 상대로 낸 소송의 영향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1인당 13만3862주씩 모두 40만1586주, 조선 전체 주식의 11.14%를 돌려달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승소할 경우 조선일보의 지배구조가 크게 달라지게 된다. 조선일보의 주식은 1주당 액면가로 5000원이지만, 99년 준오씨가 증여세를 낼 당시 적용한 주식가치가 8만 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들이 승소할 경우 돌려받게 될 주식의 가치는 321억 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세청은 법원에 상주하는 직원을 통해 ‘중요 사건’으로 분류된 이번 소송 내용을 이미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상속세 조사가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방 전 회장이 생전에 증여한 재산에 대해서는 2001년 세무조사 당시 모두 조사해 세금을 부과했다”며 “방 전 회장이 사망한 이후 상속받은 재산에 대해서도 세금을 냈는데, 이번 조사는 이 금액이 정확하게 산출된 것인지 알아보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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