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87년 6월 항쟁 10주년을 맞아 다양한 행사가 준비되고 있는 가운데 92년 대선 자금 공개를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의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6월민주항쟁 10주년 사업 범국민추진위원회(상임대표 김중배·이하 범추위)’는 지난 5월 26일 있은 10주년 사업 선포식에서 “김대통령은 92년 대통령 선거자금의 전모를 국민 앞에 솔직히 밝혀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동안 당면 현안에 대한 정치적 입장 표명을 자제해 온 범추위가 대선 자금 공개를 강력히 촉구한 데는 국민적 비난 여론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상임의장 이창복·전국연합)도 지난 5월 28일 ‘대선자금 전면공개, 부패정치 청산 범국민캠페인’과 함께 범국민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전국연합은 특히 6월 항쟁 10주년 사업 주간인 6월 7일에는 ‘(가칭)대선자금 전면공개와 부패정권 퇴진을 위한 범국민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교수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 교수협의회(공동대표 김상근·민교협)는 지난 5월 27일 대선 자금 공개와 정권퇴진을 위한 서명운동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민교협은 이날 성명에서 “87년 6월 항쟁의 성과물이라고 할 수 있는 문민정부는 이제 청산돼야 할 구시대적 잔재”라며 “현재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총체적 위기에 대해 김대통령은 스스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운동권은 이번 대선 자금 정국을 87년 6월 항쟁 당시와 비견될 정도로 심각한 정권적 위기 상황으로 파악하고 있다. 학생운동의 주류인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의장 강위원·한총련)이 경찰의 원천봉쇄에도 불구하고 30일 5기 출범식을 강행하기로 한 것도 이같은 정세 인식을 바탕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연세대 시위 사태 이후 침체된 학생운동 진영을 결집시켜 본격적인 반정부 투쟁에 나서 현 정권을 ‘조기퇴진’시킨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 시민·사회단체들은 대선 자금 공개 요구가 6월 민주항쟁의 10주년을 맞는 시점과 맞물려 진행되고 있다는 데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한보 부도와 김현철씨 구속에 이어 현 정권의 도덕성에 치명상을 안겨줄 대선자금이라는 ‘악재’가 겹치는 상황에서 6·10 민주 항쟁 10주년이란 계기를 충분히 활용한다면 올해 초 안기부법, 노동법 정국 이후 가라앉았던 국민적 저항 움직임을 재현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마치 87년 6월 항쟁이 당시 전두환 군사정권의 ‘호헌조치’에 대한 반발에서 촉발된 것과 비슷한 상황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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