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17일자 신문에서 엉뚱한 사진을 게재해 구설수를 낳고 있다.

조선일보는 17일자 ‘아버지의 날 숙연해진 뉴욕’이라는 제목의 사회면 머릿기사에서 지난 2일 제자에 의해 살해된 조나단 레빈 교사에 대한 추도 소식을 전하면서 한 흑인소녀의 추도 모습을 담은 사진을 게재했다. 조선일보는 “태프트 고교 흑인 학생들이 ‘아버지의 날’인 15일…조나단 레빈 교사의 아파트 앞에서 추도모임을 갖고 있다”는 사진 설명도 함께 게재했다. 사진 설명대로라면 이 사진은 15일의 추도모임 장면.

그러나 이 사진은 지난 5일자 뉴욕타임즈 1면에 실린 레빈 교사의 장례식 장면이다. 뉴욕타임즈는 이날자 신문에서 유태식으로 장례를 치르는 가족들의 사진과 함께 이 사진을 게재하면서 “조나단이 가르치던 학생 몇명이 장례식에 참석했다”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어떻게 장례식 사진이 추도모임 사진으로 둔갑할 수 있었을까. 이에 대해 조선일보 김효재 국제부장은 “실수”라고 밝혔다. “뉴욕 특파원인 윤희영 기자가 전송한 여러 장의 사진을 고르는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는 게 김부장의 말이었다.

하지만 언론계에서는 외국 유력지를 그 누구보다도 자세히 훑는 국제부에서 뉴욕타임즈의 사진을 실수로 게재했다는 데 대해 고개를 갸우뚱 거리고 있다.

한편 조선일보 뿐만 아니라 레빈 교사의 죽음을 대서특필한 우리 언론의 보도태도에 대해서도 문제제기가 일고 있다. 레빈 교사의 헌신적인 삶은 높이 평가해야 하지만 그것이 자칫 ‘신화’로 포장돼서는 안 된다는 게 지적의 요지.

레빈 교사를 한 교사로 보지 않고 ‘재벌 2세’로 보면서 그를 미화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것이다. 레빈 교사는 세계 굴지의 미디어 그룹인 타임워너사 제럴드 레빈 회장의 아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언론은 그를 ‘재벌 2세’라고 표현하면서 ‘재벌 2세 답지 않은 헌신적인 삶’을 집중 부각했다.

하지만 레빈 교사를 ‘재벌 2세’로 표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게 현지 사정에 정통한 사람들의 지적이다. 제럴드 레빈 회장은 고용 회장으로서 우리의 재벌과는 엄연히 다를 뿐 아니라 그가 갖고 있는 주식도 스톡 옵션제에 따라 고용 회장에게 지급되는 것이기 때문에 사주라고 보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또 조나단 레빈 교사의 경우 친모가 일찌감치 제럴드 레빈 회장과 이혼해 오랜동안 아버지와 연을 끊고 살아왔기 때문에 우리나라 재벌 2세들과 그를 단순 비교하는 것도 타당치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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