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쌀 협상 국회비준 강행처리가 '더 이상 죽지 않겠다'던 농민들의 몸에 불을 당겼다.

   
▲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농민대회에서 입은 부상으로 24일 새벽 숨진 충남 보령농민회 전용철씨가 충남대병원 중환자실에 입원중이던 모습. ⓒ전국농민회총연맹
경남 창원에서 의령군농민회 소속 진성규씨가 23일 저녁 11시 20분께 쌀협상 비준안 국회강행처리에 항의하며 분신한 데 이어 경북 구미와 충남 서천에서도 2명의 농민이 몸에 휘발유를 끼얹고 분신을 시도하다 경찰에 제지당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문경식) 부산경남연맹은 24일 "수입쌀이 이 땅에 들어올 수 없도록 입항저지 투쟁뿐 아니라 현재 전국 곳곳에 쌓여있는 수입쌀 창고에 대해 소각투쟁을 전면적으로 벌일 것"이라며 "이렇게 농민을 저버린 정권과 정치권의 말로가 무엇인지 분명히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농은 "지난 15일 전국농민대회 때 경찰의 구타로 인한 뇌출혈로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던 보령농민회 전용철씨가 오늘(24일) 아침 숨졌다"며 "새벽에 병세가 악화되어 급히 수술을 했지만 끝내 일어서지 못했다"고 밝혔다. 전농 등 농민단체들은 다음달 1일 서울 여의도에서 대규모 전국농민대회를 열고 쌀협상 비준동의안 국회 강행처리를 규탄할 예정이다. 
 
다음은 쌀협상 국회비준 국회강행 처리와 김성규 동지 분신에 대한 전농 부경연맹 입장 전문. 

350만 농민에게 비수 꽂은 잔인한 노무현 정권, 우리는 반드시 백배천배로 되갚을 것이다.

어제(23일) 1만 5천년 동안 우리민족의 혼과 삶을 이끌어 온 쌀농업이 노무현정권에 의해 타살되었다. 또한 노무현정권은 350만 농민과 식량주권을 지켜내자고 주장해온 모든 국민에 대해 사망선고를 내렸다.

우리는 머리가 터지고, 갈비뼈가 부스러지고, 방패에 짓이겨도 쓰러지지 않고 쌀을 지키기 위해 군청 앞으로, 도청 앞으로, 국회 앞으로 모여 외쳤다. 쌀협상 비준안은 천금을 주고도 바꿀 수 없는 목숨마저 스스로 끊게 하는 극단적 선택을 강요했으며, 자식같은 나락을 천덕꾸러기인양 아스팔트에 쌓고 화염 속에 불타게 했다. 또, 목숨을 건 단식농성을 강기갑 국회의원과 한병석 의장에게 한 달째 이어가게 만들었다.

350만 농민은 노무현 정권과 보수정치권이 벌인 야비하고 잔인한 살농 현장을 보았다. 또한 4500만 국민은 마지막 생존의 벼랑끝에서 발버둥을 치는 농민들에대한 경찰의 치졸하고, 광폭한 탄압의 현장을 보았다.

우리는 역사에 기록될 어제 오전 10시 고속도로 진입투쟁부터 오늘 새벽2시 동지들의 석방을 위한 연좌농성투쟁까지, 장장 16시간 생사를 건 투쟁의 현장을 똑똑히 기억할 것이다.
목이 터져라 울어도 보았고, 고속도로를 막고 비준반대를 외쳐도 보았고, 연행된 동지들을 석방하라며 도지사실을 점거하고 항변도 해보았지만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은 배신감과 허탈감뿐이었다.

한 농민은 싸웠다. 그 싸움은 외롭지만 한없이 넓고도 깊은, 그래서 아무나 할 수 없고, 다시는 되풀이되어선 안 되는 생명을 담보로 한 아주 짧은 외침이었다.

투쟁의 현장에서, 동지들이 보는 앞에서, 점점 조여오는 공권력의 방패 앞에서 무력한 농민의 마지막 선택은 분신이었다. 이 절규는 정권에 대한 분노였으며, 공권력에 대한 무력감을 이겨내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또한 잡혀간 동지들에 대한 한없는 사랑이었다. 우리는 그를 통해 보았다. 한순간 패배감에 젖어있는 우리들로 하여금 똑똑히 보게 했다. 누가 민중의 편에 서 있는지, 누가 농민을 배신하고 농업을 파탄으로 몰아가는지를.

이러한 피가 거꾸로 솟는 살농 현장에서, 농민들에게 비수를 꽂은 노무현 정권과 열린우리당, 농민의 절규를 외면하고 반 농민적 보수정당의 본색을 여지없이 드러낸 한나라당을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우리는 결단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아울러 농민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한 명의 농민이라도 구속하고자 끝까지 기만과 거짓으로 일관했던, 그래서 한 농민을 분신으로 몰고 간 경찰들에게도 백배천배의 복수를 준비할 것이다.

우리 농민들은 오늘로서 노무현정권과의 비타협적 투쟁을 선언한다. 더 이상 노무현정권에게 기대도 미련도 갖지 않을 것이며 이 순간부터 노무현정권에 대한 퇴진투쟁에 돌입한다.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농민들의 피맺힌 원한의 목소리가 구천에 사무치고 있다. 농민의 자살과 분신은 미국과 WTO의 강도적인 개방압력과 그 추종자인 노무현정권의 살농정책이 빚어낸 필연적 산물임이 명백하다.

따라서 어제 쌀비준안이 가결되었지만 우리는 한 톨의 수입쌀이라도 국민의 밥상에 오르지 못하도록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노무현 정권의 살농 정책을 파탄시키고, 농민열사들의 절규를 받아 안고, 김성규동지의 외침을 기억하며, 쌀개방 저지투쟁에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이다. 또한 비록 사대매판 정권에 의해 쌀협상 비준안은 가결되었지만 결코 한 톨의 쌀도 이 땅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350만 농민이 모두 구속되고 죽는 한이 있더라도 기어코 막아낼 것을 선언한다.

마산항을 통해 들어오는 수입쌀이 이 땅에 들어올 수 없도록 입항저지 투쟁뿐 아니라 현재 전국 곳곳에 쌓여있는 수입쌀 창고에 대해 소각투쟁을 전면적으로 벌여낼 것을 밝혀둔다. 특히 12월 홍콩에서 DDA각료회의를 분명히 저지하여 개방에 미친 노무현 정권에 대한 국제 민중의 심판을  분명히 보여 줄 것이다. 이렇게 농민을 저버린 정권과 정치권의 말로가 무엇인지 분명히 보여줄 것이다.

오늘부터 우리는 내가 바로 이경해라는 정신으로, 내가 바로 정용품, 오추옥 열사라는 마음가짐으로, 내가 바로 온몸으로 절규하는 농민 김성규라는 다짐으로 매일 저녁6시 이곳 도청 앞에 모여 결연히 투쟁에 나설 것이다.

2005년 11월 24일
전농부경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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