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벡스코(BEXCO)를 먼 발치에 두고 경찰과 '반APEC' 시위대의 충돌이 벌어졌다. 경찰은 18일 오후부터 벡스코 인근의 수영교에 컨테이너 박스를 이중으로 쌓아 바리케이드를 만들었다. 바리케이드 뒤에는 전경들이 대기해 있는 등 수영교의 상황은 반APEC 시위 전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 18일 오후 반APEC 시위대가 밧줄을 이용해 경찰의 컨테이너 바리케이드 저지선을 무너뜨렸다. ⓒ류정민 기자
그러나 견고함을 넘어 육중해 보였던 경찰의 컨테이너 바리케이드 저지선이 반APEC 시위대의 협동심에 무너지고 말았다. 이날 오후 4시 부산 수영로터리에서 수영교 방향으로 행진하던 반APEC 시위대는 수영교 앞에서 경찰과 대치했다. 오후 4시5분께 컨테이너 바리케이드 앞에 시위대가 속속 집결했고 경찰의 경고방송과 시위대의 야유가 이어졌다.

경찰 "불법집회 경고"…시위대 야유 보내

경찰은 "불법 집회에 대해 엄중히 경고한다. 컨테이너 박스를 밀거나 침범하면 경찰 저지선을 침범한 것으로 보고 바로 공권력을 투입하겠다"고 경고방송을 내보냈다.

   
▲ 18일 오후 경찰이 부산 벡스코 인근의 수영교에 컨테이너로 바리케이드를 설치했으나 시위대가 밧줄로 바리케이드를 붕괴시켰다. 경찰은 시위대의 접근을 막기 위해 ‘물대포’를 쏘고 있다. ⓒ류정민 기자
특히 경찰은 "여러분의 행동 하나, 하나에 대해 경찰이 채증사진을 찍고 있다"며 "불법행위를 하면 바로 공권력을 투입하겠다"고 거듭 경고했다.

경찰은 컨테이너 바리케이드 위에 부산 소방서에서 협조를 얻어 살수차를 준비했으며 물대포를 통해 시위대의 접근을 막았다. 그러나 반APEC 시위대는 경찰의 경고 방송이 이어질 때 야유와 호루라기 소리로 맞대응했고 5분이 지난 4시10분께 경찰의 첫번째 살수가 시작됐다.

   
▲ 18일 오후 경찰이 반APEC 시위현장을 사진으로 찍고 있다. ⓒ류정민 기자
4시20분부터는 경찰헬기가 돌을 던지거나 컨테이너 바리케이드에 접근하는 시위대의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견고한 컨테이너 바리케이드가 무너진 것은 4시30분이었다.

무너진 바리케이드, 시위대 환호성

일부 반APEC 시위대가 밧줄을 준비한 뒤 컨테이너 바리케이드에 밧줄을 걸었으며 수십명이 힘을 모으자 바리케이드는 힘없이 무너졌다. 바리케이드가 무너지자 시위대는 함성과 환호를 보냈으며 경찰은 여러대의 살수차에서 물대포를 쏘며 시위대의 접근을 막았다.

컨테이너 바리케이드가 무너지면서 시위대와 경찰에게 위험한 상황도 연출됐다. 한번 무너진 컨테이너 바리케이드는 설치 당시의 견고하고 육중한 모습과 거리가 멀었다. 시위대의 밧줄에 의해 힘 없이 끌려 나왔다.

이후 시위대는 수영2교로 이동, 6시10분 현재 마무리 집회를  진행 중이다.

경찰 "기자여러분 빠지세요"…아파트 옥상에 취재진·주민들 몰려

한편 벡스코 앞 수영교에서 벌어진 현장 상황을 취재하기 위한 기자들의 취재경쟁도 뜨거웠다. 경찰은 기자들을 향해 "기자여러분 안전한 장소로 이동하시기 바랍니다. 살수시 카메라가 젖을 수 있습니다" "기자여러분 빠시세요. 살수합니다"라고 경고방송을 내보내기도 했다.

수영 강변도로에 인접해 있는 아파트 옥상에는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들과 시위 현장을 구경나온 동네 주민들이 뒤엉켜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다.

부산=류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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