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동아 ‘미디어 포트폴리오’ 추진
마이너는 탈 미디어 … 메이저는 콘텐츠 사업

지난달 말 언론계에는 뜻밖의 소문이 돌았다. 경향신문이 칼국수 체인을 낼 것이란 얘기였다. 신문사 관계자들 사이에선 “신문사가 만드는 칼국수 맛은 어떨까?”란 농담이 회자될 정도였다. 그러나 이 소문은 곧 사실로 확인됐다.

   
▲ 언론사들. ⓒ 미디어오늘
‘졍동국시’라는 간판을 건 경향신문은 다른 국수 전문점과의 차별화를 위해 오픈 예정일인 11일을 넘기면서까지 ‘칼국수 맛’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신문·잡지 등 전통적인 매체와 지상파 DMB, 그리고 국시집 등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사업들이 한 신문사의 브랜드 아래 모이고 있는 것이다. 

한겨레도 유기농 유통·판매 체인점인 ‘초록마을’이 6월 200호점 개점을 앞두고 있다. 한겨레 관계자들 사이에서 “한겨레가 벌인 일 중에 가장 잘한 일”이란 평가가 나올 정도로 초록마을은 이미 ‘효자 사업’이 됐다.

한겨레는 이에 힘입어 신문부분과 비신문 부분 수익을 50대 50으로 맞춘다는 계획이다. 사업기획국은 문화·온라인사업 등 기존 사업 외에도 직업훈련 및 알선을 해주는 HR(Human Resource) 사업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출판 분야에서도 미디어사업단, 교육사업단, 출판사업단 등 ‘사업단’ 개념으로 조직을 효율성 위주로 개편하고, 각 부분 아래에는 소사장을 두어 장기적으로 독립채산제를 시행할 방침이다. 사업부분 강화를 위한 종잣돈은 주주 및 독자 배가운동과 증자를 통해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신문시장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이 같은 움직임은 마이너신문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마이너신문의 경우 탈미디어 부분에 치중하고 있지만, 메이저신문은 신문별로 콘텐츠 사업에 더 치중하는 면모를 보이고 있다. 

조선일보는 최근 교육사업으로 재미를 짭짤하게 보고 있다. 영어능력평가시험 텝스(TEPS)에 이어 ‘맛있는 한자’ ‘구구단 19단’ 열풍으로 유무형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논설학원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신문부문인 조선일보와 스포츠조선의 수익성이 악화돼 경영에 부담을 주고 있는 것만 제외하면 디지틀조선일보는 지난해 34억원의 순익을 올렸고, 월간조선도 흑자를 기록했다.

동아일보의 경우에도 미디어 사업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동아의 대표적인 자회사 동아사이언스와 동아닷컴, 디유넷(온라인교육)이 모두 지난해 각각 2억원, 6억∼7억원, 5억원 남짓한 순이익을 올렸다. 동아는 이를 기반으로 ‘동아일보’ 콘텐츠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세워두고 있다.

동아는 지난 1996년부터 인터넷 등 IT 분야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해왔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서울 충정로 사옥에 이들 관계사를 입주시켜 사업간 연계를 강화하고, 기 투자한 IT 사업의 기술력을 접목시키려고 노력 중이다.

중앙일보는 메이저 신문 중에서도 포트폴리오를 가장 잘 구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어학 교육과 연수(중앙일보에듀라인), 부동산전문회사(조이스랜드), 연예매니지먼트(중앙EMT), 여행사(JTS), 비정규직 관리(중앙점프) 사업까지 그 분야를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다.

그럼에도 중앙미디어네트워크 산하 법인 35개 가운데 상당수가 흑자를 내고 있다. 중앙은 올해 초 1차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매체를 정리하는 등 관계사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기초작업을 하기도 했다.

지난해 랜덤하우스 중앙, 중앙일보 미주본사, 중앙M&B 등이 10억∼30억원, 중앙방송(5억원), 조인스닷컴(4000만원) 등이 모두 순익을 내는 등 ‘중앙일보’ 본사는 적자를 냈음에도 관계사들의 수익성은 좋아지고 있다. 권영빈 발행인은 이를 두고 “중앙일보의 든든한 바람막이가 되고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중앙은 신문과 이들 기업이 생산하는 콘텐츠와의 교류를 활성화하고, 콘텐츠 활용을 다각화함으로써 그룹의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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