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노에 대한 담론은 지금까지 수 차례 논의돼 왔지만 그 폭은 항상 제한적이었다. 포르노를 보는 것과 논하는 것의 대부분이 남성들에 의해 ‘비공식적인 영역’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 그래픽=김혜은 기자 hekim@
포르노가 공식적인 영역, 즉 매체를 통해 주요 이슈로 부각될 때도 성에 대한 기성세대의 시각이 주로 반영되기 일쑤였다. 때문에 그 논의의 수준 또한 ‘봐서는 안될 것’ ‘우리 사회가 어쩌다 이 지경이 …’의 범위를 넘지 못했다.

최근 발행된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2005년 봄호 ‘포르놀로지의 원년을 선포하며’가 주목을 받은 것은, 우리 사회에서 통용돼왔던 이 같은 ‘반쪽짜리’ 포르노 논의를 한 단계 진전시켰기 때문이다.

우선 ‘이프’는 “도덕주의자의 입장에서 포르노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그것이 음란물일지라도 구체적인 피해를 남에게 주지 않는 한, 매도되거나 단죄되어서는 안 된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이프’는 “포르노에서 말하는 표현의 자유는 억압당하는 여성의 입장에선 침묵을 강요받고 평등권을 포기하도록 종용받는 일”이라는 점을 들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다. 포르노를 관람하는 남성은 포르노 속의 이미지를 현실과 마구 혼동하고 여성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갖게 된다는 것이 ‘이프’의 주장이다.

그럼 ‘이프’가 제시하는 대안은 무엇일까? 의외로 간단하다. “여성의 감수성을 철저히 제외하고 여성의 기쁨과 쾌락에는 도통 무지했던, 여성을 학대하는 폭력적인 포르노를 배제”하고 “남근중심적인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프’는 “폭력적이지 않아도 성은 충분히 에로틱할 수 있고 자극적일 수 있다”고 충고한다.

이번 특집에서 “여성에게도 즐거운 볼거리, 쾌락의 수단이 되는 ‘포르나’(포르노의 여성형)는 불가능할까”라는 물음을 던진 ‘이프’는 여성을 위한 포르나의 모색이라는 다소 도발적인 주장을 제안했다.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표현하되 억압된 성을 해방시키고, 성적인 평등을 드러낼 수 있는 포르노의 전복”-‘이프’가 올해 시도할 이 같은 화두가 어떤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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