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회 성유보 상임위원이 21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 17층 기자실에서 iTV 재허가 추천을 거부한다는 심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창길기자 photoeye@mediatoday.co.kr
방송위원회(위원장 노성대)가 21일 iTV(경인방송)에 대한 재허가 추천 거부를 최종 결정함에 따라 iTV는 내년 1월1일부터 방송사 문을 닫아야 하는 위기를 맞게 됐다. 한국 방송사상 초유의 일이라 향후 iTV의 처리방향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방송을 중단하지 않은 상태에서 원만한 사업자 교체가 이뤄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방송위는 당분간 iTV의 방송 중단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허가기간 만료가 1주일여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정책 방향을 검토하는 것 자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iTV, 1월1일 방송중단 '기정사실화'

이와 관련,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은 22일 성명을 내고 방송위에 "iTV 방송서비스가 조속한 시일 내 재개될 수 있도록 다른 사업자를 선정하는 작업에 재빨리 착수할 것"과 "다른 지상파방송과 건전한 경쟁을 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을 요구했다. 그러나 방송위는 현 상황에서는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입장이다.

재허가 추천 요건이 미흡해 추천 거부 판단을 내렸지만, 이후 iTV의 청산이나 회생 문제 등은 방송위의 소관이 아니라는 것이다. 재허가 심사를 지휘한 성유보 방송위원은 21일 브리핑에서 지배주주인 동양제철화학이 iTV 청산 절차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 "iTV 청산은 법적으로 가능하나 방송위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로써 공은 동양제철화학과 iTV, iTV노조로 넘어왔으며, 그간 재허가 추천 여부에 모아졌던 iTV의 쟁점은 '청산이냐 회생이냐'로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재허가 여부에서 '청산이냐 회생이냐'로 쟁점 이동

직장폐쇄라는 초강수를 두면서까지 '설마 추천거부를 하겠느냐'고 내심 추천을 기대했던 iTV 경영진들은 방송위의 발표가 나자 침울한 분위기에 휩싸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재허가 추천이 거부되면 직장이 없어진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었던 iTV의 한 간부는 "정부와 방송위가 노조에 무릎을 꿇었다"는 말로 비통함을 전하기도 했다.

iTV가 2005년 말까지 허가기간이 남아있는 FM채널만으로 방송사업자 자격을 유지할지, 아니면 방송사 청산절차를 밟을지는 23일로 예정된 임시이사회에서 입장이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iTV의 주식은 동양제철화학이 22.93%, 대한제당이 17.66%를 소유하고 있으며, 골프장 사업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TS개발이 9.06%, 흥창이 4.42% 씩을 갖고 있다. 또 동양제철화학이 지분 66.47%를 갖고 있는 가성칼륨과 탄산칼륨의 제조·판매사업을 하는 유니드가 3.78% 등을 소유하고 있다(2003년말 기준). 22일까지도 동양제철화학은 "청산절차를 비롯한 어떤 사항도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만 내놓고 있는 상태다.

iTV "23일 임시이사회서 청산 여부 등 결정"

한편, 사장공모추천제 도입과 소유-경영의 분리를 요구하며 40여일 간 파업을 벌여온 전국언론노조 iTV지부(위원장 이훈기)는 지배주주 교체를 통해 방송사를 정상화시키는 데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을 밝혀두고 있다.

22일부터 사업장 복귀를 밝힌 iTV노조는 인천경기지역 시민과 학계, 시 당국자 등이 참여하는 제2창사위원회 구성을 서두르고, 동양제철화학 이외의 건강한 자본을 가진 기업을 대상으로 iTV 인수 여부를 타진한다는 방침이다.

방송위의 고위관계자도 "iTV 쪽에서 인천경기지역 시민단체와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주주구성 모델과 같은 방안을 제시해야 우리도 검토를 하든지 말든지 할 것 아니냐"고 말해 방송중단 사태해결을 위해서는 iTV의 자구노력과 대안제시가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본잠식 상태에다 정상화까지 지속적인 투자가 불가피한 iTV를 선뜻 인수할 기업이 당장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또 당장 인수기업이 나선다고 하더라도 '부채해결'과 '고용승계문제'를 비롯한 해결과제가 산적해 있다.

iTV노조 "제2창사위원회 구성 서두르겠다"

이 때문에 방송계 일각에서는 정부와 관련부처가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iTV노조가 주장하는 공익적 민영방송 모델의 당위성에는 정치권과 학계에서도 상당히 동의를 하고 있는 만큼, 방송위와 정통부, 문화부가 협의를 통해 임시로 iTV 관리기구를 만들어 새로운 인수기업이나 제2창사위원회를 통한 주주구성모델이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수많은 방송 인력들이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방송위도 이미 후속조치를 두고 관련 부처와 협의를 열어두고 있다고 밝히고 있어 이 같은 임시기구의 구성이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또 22일 방송위 전체회의에서 1년 반 동안 한시적으로 전파사용권을 허가하는 유예기간 부여 방안도 검토했다가 관련법규가 없다는 이유로 거부한 것으로 알려져, 방송위도 iTV 방송중단의 충격을 완화해야 한다는 데 자체에는 동조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관련부처간 협의만 된다면 쉽게 일이 풀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통부-문화부-방송위 등 지혜 모아야

한편, 방송계에서는 방송위에 대해 이번 재허가 심사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방송위도 재허가와 관련한 법규가 미비하다는 지적에 따라 내년 초부터 재허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내년 봄 정도에 개선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방송위는 3년마다 재허가 심사를 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재허가 기간을 연장하고 추천거부 이후 방송사 처리방안 등을 명확히 규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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