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방송 보도가 편파적이었다고 분석한  한국언론학회(회장 박명진)의 '대통령 탄핵 관련 TV 방송 내용분석' 보고서를 놓고 언론학계 전반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지난 4월 총선 직후 '17대 총선: 미디어선거 평가와 전망'이라는 주제로 방송3사 메인뉴스 보도 분석결과를 발표했던 보고서에서는 탄핵관련 방송보도가 편파적이지 않았다는 분석결과가 나온바 있다.

이에 본지는 해당 보고서를 작성했던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윤호진 책임연구원에게 관련기고를 의뢰, 전문을 게재한다. 단 본 기고문에서의 입장은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의 공식입장과는 관계없는 연구자 개인의 것임을 밝힌다.  

 

탄핵보도 공정성 문제의 생산적 논의를 위하여
 -  언론학회 보고서 와  방송진흥원 보고서 의 비교 분석 -

   
▲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윤호진 박사
한국언론학회가 방송위원회의 의뢰를 받아 연구한  대통령 탄핵 관련 TV방송 내용분석(이하  언론학회 보고서 ) 결과가 발표되었다. 탄핵 관련 TV뉴스를 다각적으로 분석하여 이미 발표한 바 있는 필자에게  언론학회 보고서는 매우 흥미로우면서도 당혹스러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도  언론학회 보고서 는 양적인 내용분석뿐만 아니라 프레임분석과 비판적 담화분석을 동시에 수행했다는 점에서, 흥미롭고 유익한 참고자료로 삼을 만 했다. 반면, 동일한 대상을 분석했음에도 불구하고, 필자의 연구와는 상이한 결론이 내려졌고, 그 결과 조선, 중앙, 동아 등 보수신문들이  언론학회 보고서 를 가급적 크게 다루기 위해 지면을 아낌없이 할애했으며, 급기야 한나라당이 "방송 때문에 총선에서 패배했다"는 주장까지 제기하기에 이른 작금의 상황은 당혹스러움과 착잡함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언론학회 보고서 는 일부 보수신문의 지극한 관심과는 달리, 많은 전문가들과 시민언론단체 그리고 방송사 노조들로부터 거센 비판과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이처럼 논쟁이 치열하게 확대되는 와중에, 굳이 필자가 여기에 참여하게 된 이유는 KBS 저녁종합뉴스와 민언련 발표문 등을 통해 언론학회 보고서 와 필자가 이끄는 방송진흥원 뉴스워치팀이 발표한  총선, 탄핵 그리고 방송보도(이하  진흥원 보고서 )의 분석결과가 대비적으로 제시되었고, 따라서 관련 당사자로서 두 보고서의 내용을 차분하게 비교 분석하는 글을 쓰는 것이 현재의 논의를 보다 생산적으로 이끄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시사교양정보 프로그램 장르에 대한 편협한 이해"

첫 번째로 두 보고서의 분석대상을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하고자 한다. 먼저  진흥원 보고서는 탄핵안이 발의된 3월 9일부터 18일까지 총 10일 동안 지상파 방송 3사(KBS, MBC, SBS)의 저녁종합뉴스를 분석했고, 탄핵안이 통과된 3월 12일과 13일에 긴급 편성된 뉴스보도도 모두 포함시켰다. 반면 언론학회 보고서는 3월 12일부터 18일까지를 분석기간으로 정했다. 그 결과,  진흥원 보고서의 분석건수는 1,450건인데 비해,  언론학회 보고서의 경우, 977건으로 나타났다. 적어도 분석기간이나 분석건수에 있어서는,  진흥원 보고서가 좀더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분석을 시도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언론학회 보고서에서는 뉴스 이외에도 3월 12일부터 20일까지 방송 3사에서 제작한 종합 구성 형식의 시사·교양·정보 프로그램들도 분석대상에 포함시켰다. '느슨한 장르적 특성과 주관적 저널리즘 속성으로 인해 사실 전달을 위주로 하는 뉴스보다 편향적 방송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을 것'(10쪽)이라는 점이 스스로 밝힌 분석 이유다. 사실 필자 역시 탄핵 관련 시사보도 프로그램들을 분석하고 싶었지만, 시간적 제약과 주관적 해석의 위험 등을 고려하여, 결국 뉴스만으로 한정하기로 했었다.

따라서 시사·교양·정보 프로그램들도 분석하기로 한 시도 자체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하고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문제는 분석 이유에서 드러난 바, 이러한 장르의 프로그램에 대한 편협한 이해이다. 사실 전달을 위주로 하는 뉴스보다 심층적이고 유익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측면은 무시한 채, 주관적 저널리즘으로 인한 편향적 방송의 위험성을 강조한 것에서 이 점을 잘 읽을 수 있다.

"질적 분석의 대상선정은 적절했나"

두 번째는 분석방법과 관련된 문제이다.  언론학회 보고서는 일반적인 내용분석뿐만 아니라 귀납적 프레임 분석과 비판적 담화분석을 함께 시도했다. 과연 '질적 분석방법과 양적 분석방법을 통합하는 종합적 프레임 분석이자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된 연구기법'(167쪽)이라고 자화자찬할 만큼 프레임 분석이 잘 이루어졌는지에 대해서는 후속 연구를 통해 평가할 일이다. 다만 문제는 프레임 분석과 담화분석 모두 뉴스 프로그램과 시사·교양·정보 프로그램을 함께 분석대상을 삼아서 결과를 도출해냈다는 점이다. 이는 마치 신문기사에서 스트레이트 기사와 심층기획기사·칼럼·논평 등을 동일한 잣대로 함께 분석하는 것과 같은 오류인 것이다.

"기계적 공정성 적용은 문제있어"

세 번째로 짚을 문제는 탄핵보도의 공정성 문제와 직결된 연구결과이다.  언론학회 보고서는 결론적으로 '아무리 느슨한 기준을 적용해도 공정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166쪽)고 주장했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뉴스 프로그램 중 탄핵 정치 과정으로 분류된 기사들은 '절제적 편향'을 나타냈고 시민반응여론 관련 기사들 중에는 '일탈적 편향'을 보였다고 기술했다(169쪽).

이와 관련하여,  진흥원 보고서는 탄핵보도 분석의 결과로서, 탄핵의 사유와 정당성을 심층적으로 분석한 기사가 매우 부족했다는 점, KBS와 MBC 양대 공영방송의 경우, 인터뷰를 통해 일반시민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담아내려 했고, 탄핵 직후의 여론조사 결과와 유사한 비율로 인터뷰 내용을 구성했다는 점, 지상파 방송 3사간에 탄핵보도의 주요 논거와 파급효과 등에 있어 다양한 강조점과 차별성을 선보였다는 점 등을 제시했다.

특히 논란이 되었던 탄핵 인터뷰의 찬반 비율 문제는 탄핵정국의 특수성과 국민여론을 감안할 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일반적으로 방송을 비롯한 언론매체는 상반된 두 입장을 균형적, 중립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지만, 이는 찬성과 반대가 엇비슷한 현재진행형인 사안에 대해 국민들에게 충분한 정보와 다양한 시각을 제공할 필요가 있을 경우에 해당한다.

   
▲ 박관용 국회의장이 3월12일 오전 열린 국회본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선포하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러나 대통령 탄핵의 경우, 발의시점부터 다수 국민이 반대의사를 표시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결 형태로 종결되었으며, 그 결과 탄핵을 반대하는 국민여론이 더욱 거세게 나타나고 있는 상황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양적 균형성을 고려한 인터뷰의 인위적 구성이야말로 민의를 왜곡하는 뉴스보도인 셈이다.

이에 대해  언론학회 보고서는 BBC의 '정당한 불편부당성(due impartiality)' 개념을 토대로 하여, 사회적 갈등 상황에서 소수 의견도 폭넓게 보도해야 한다는 부분만을 중시하고 이를 토대로 세부 연구문제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BBC는 '정당한 불편부당성' 개념을 설명하면서 이는 기계적 균형성이 아니라 여론의 흐름에 무게를 두어 보도하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정당한 불편부당성'은 방송인들이 피신하는 방패가 아니라 책임 있게, 적극적으로 공론의 장을 펼치는 열쇠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정당한 불편부당성'에 대한 자의적 강조를 시도한  언론학회 보고서에서는 공정한 보도의 기본 요건이라 할 수 있는 책임있는 언론으로서 시시비비를 가리는 자세가 자연스럽게 배제된다. '간결하게 정의하면 공정보도란 편들지 않는 보도이고, 편향보도란 편드는 보도를 말한다.'(23쪽) 라는 문장 속에서  언론학회 보고서가 지닌 공정보도의 피상적 이해 수준을 잘 읽을 수 있는 것이다.

"탄핵은 과연 합법적 논쟁영역이었나"

마지막으로 네 번째 문제는 탄핵 관련 TV방송을 분석대상으로 한 연구자의 정치적 성향과 철학과 관련되어 있다. 정치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본인의 정치적 성향과 연구의 객관성 사이에서 항상 딜레마 상황에 놓여있다. 기본적으로 대통령 탄핵안 가결이라는 중차대한 사건에 대해서 연구자는 정치적, 역사적인 안목과 시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바로 이 점에서  언론학회 보고서가 탄핵 상황을 할린이 주장한 '합법적 논쟁영역'으로 규정하고 사안의 갈등성을 강조하는 기사를 바람직하게 본 것은 탄핵정국에 대한 일종의 몰가치적 판단 회피이며, 그 이면에는  언론학회 보고서  연구자들의 특정한 정치적 성향이 그대로 반영되었다고 판단된다.   

예를 들어, '지금 한국의 경우, TV 뉴스는 정치적 갈등 기사의 처리에 있어서 편향적인 보도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가장 많이 받아왔다.'(21쪽, 강조는 필자)는 문장에 대해, 과연 이 사실에 동의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연구자들의 정치적 성향이 생생하게 드러나는 문장들은 그 이후로도 계속 이어진다.

  … 쿠데타 정권이든 정통성을 갖춘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또는 '참여정부'이든 TV 방송은 변함없이 살아있는 권력의 편을 드는 방송을 해왔다. … 한국의 TV 방송은 언론의 으뜸가는 가치인 진실 추구 보다는 특정 정파의 대리인 또는 이데올로기적 도구 역할을 마다하지 않으면서 '정파 언론' 시대로 회귀하는 퇴영적 모습 을 보이고 있다. … 22쪽.

  … (편향보도기법 중 현실의 중화 항목을 설명하면서) 탄핵정국의 현상만 보도하고 그 원인과 과정에 대한 보도를 소홀히 하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언행과 정권의 실정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차단하는 효과 를 줄 수도 있다. … 27쪽. 

  … 편향성 시비의 대상이 된 일부 탄핵방송이 선전 선동에서 동원되는 윤색적인 형용사의 사용과 감정적인 주장 등의 편향 기법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난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 78쪽, 강조는 필자.

언론학회 보고서가 탄핵보도의 정치적 편파성을 제대로 분석기 위해서는 한국의 정치와 언론관계를 보는 분석자의 시각이 역사적 진실에 근거하고 있거나 적어도 중립적인 자세를 유지해야만 한다. 그러나 한국의 TV 뉴스가 편향적 정치보도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가장 많이 받고 있다거나, 정파언론으로 회귀하는 퇴영적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식의 진단에는 사실의 왜곡 내지 억지주장만이 보여질 뿐이다. 무엇보다도 탄핵정국의 원인과 과정 보도를 소홀히 하게 되면 대통령의 언행과 정권의 실정에 대한 관심을 차단할 수도 있다는 '현실의 중화' 항목의 사례 설명에 이르러서는  언론학회 보고서  연구자들의 정치적 지향점이 무엇인지 쉽게 판단할 수 있게 한다.

대통령 탄핵안 가결이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위기를 맞이하여, 그 역사적인 현장을 생생한 영상으로 담아내고 국민여론을 여론조사 결과와 거리 인터뷰를 통해 시시각각 전달하는 과정 속에서, 많은 국민들은 오늘날 텔레비전이라는 매체에 주어진 사회적 영향력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과연 우리 방송이 탄핵정국을 얼마나 공정하게 보도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했느냐에 대해서는 시간을 두고 많은 후속 연구들이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번에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언론학회 보고서 처럼, 때로는 보도의 공정성을 논하기에 앞서, 분석의 공정성에 대한 치열한 성찰이 선행되어야 함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윤호진(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 언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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