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간부들은 총선 결과 열린우리당의 원내 제1당 차지와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출이 언론개혁입법 등 제도적 측면과 취재환경 등 언론계 전반에 변화를 몰고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가 정간법과 방송법 개정 추진의사를 밝히고, 언론개혁시민연대가 언론개혁입법안을 9월 정기국회 이전까지 제출한다는 방침을 세움에 따라 사주가 회사를 소유한 언론사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사태의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간법 개정 등 언론관계법 개정에 대해 조선일보의 한 간부는 "법대로 추진하는 것은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무리하게 할 경우엔 비판을 가할 것"이라며 "독자들의 생각에 어긋나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간부는 총선 결과에 대해 "'이제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을 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렇다고 붓을 꺾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다만 내부적으로 비판하는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점에는 일부 공감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의 다른 관계자는 "달라진 환경에 적응해야 하지 않겠냐"며 "세상이 어마어마하게 바뀐만큼 적극적으로 적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의 한 기자도 "그동안 한나라당과 조선일보를 동일시하며 우리와 한나라당이 마치 지배세력인 양 주장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이럴 경우 자칫 당파성에 묻혀 사실을 왜곡할 위험도 있다"며 "실제로 이제는 주도권이 그 쪽(열린우리당)으로 넘어가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조선일보 내부의 변화에 대해서도 이 기자는 "사내에서 진보와 보수 등 열린시각을 갖자는 의견이 많이 있고,  앞으로 이런 점을 감안해 지면을 운용할 것으로 본다"며 "우리도 사회 변화에 발맞춰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환경 적응해야 하지만 무리한 법개정은 비판할 것"

동아일보는 언론개혁입법에 대해서는 법개정 추진 과정을 지켜보면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편향된 논조가 있다면 바로잡고 외부의 건전한 비판도 적극 수용한다는 입장이다.

동아일보의 한 편집국 간부는 "민주노동당이 정간법을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긴장하지는 않는다"며 "그동안 DJ 때부터 국세청 세무조사, 공정위 조사 등을 겪었고 지난 1년간 노무현 정부도 경험했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는 이미 다 돼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간부는 "논조의 잘못이 있으면 고치면 되고 외부로부터의 건전한 비판이 있으면 수용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언론개혁 위해 지금과 같은 기회 오지 않아"

상당수 언론사 간부들은 언론개혁입법 추진 가시화로 언론계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일보 편집국 간부는 "각 당이 얼마나 의지를 갖고 있느냐가 문제이긴 하지만 언론개혁 입법을 위해 지금과 같은 좋은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며 "언론개혁 입법을 하든 안하든 보수 언론의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입법을 추진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향신문 편집국 간부도 "기존의 언론 구도는 사회적으로 전혀 도움이 안된다"며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본다. 일부 신문은 당분간 눈치를 좀 보겠지만 PK와 TK에서 한나라당이 선전했기 때문에 앞으로 야당성을 더욱 강화하는 성향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한겨레 편집국 간부는 "언론계 판도는 MBC와 조선일보의 대립, 그 정도 아니겠느냐"며 언론개혁 입법에 대해선 "열린우리당 안에서도 신중론이 나오고 있는 만큼 서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편집국 간부도 "노 대통령이 처음부터 언론과 사이가 좋지 않았지만, 열린우리당이 승자가 된 상황에서 과연 언론개혁을 추진할지는 두고 봐야한다"며 "또 야당이 거대규모이고, 보수언론도 있으니, 결국 노 대통령이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이다. 언론문제로 작년 한해 동안 시끄러웠는데, 결국 모든 것은 노 대통령의 결정에 달려있다"고 예상했다.

서울신문 편집국 간부는 "보수적인 표도 나올 만큼 나왔는데 이런 정도로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이 선전한 것은 개혁과 진보라는 역사의 흐름이 거스를 없는 대세임을 반증한다"며 "지면에도 이런 흐름이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탄핵 기각 가능성 높아졌다" 한목소리

언론사 간부들은 탄핵처리에 대해 기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입을 모아 향후 정국의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일보 편집국 간부는 "향후 탄핵과 파병, 노사관계법 등이 주요 이슈가 될 것 같다"며 "탄핵은 결국 헌재에서 끝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향신문 편집국 간부도 "탄핵에 대한 정치적 심판은 마무리 된 상황이다. 오히려 야당에 대해 심판이 내려진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사법적인 절차가 남아있지만 야당도 피해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편집국 간부도 "이번 총선이 탄핵관련 재신임의 성격이 짙고 국민들이 투표로써 탄핵반대의사를 드러냈다"며 "헌재가 이런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빨리 결정하고 노 대통령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서울신문 편집국 간부도 "헌재가 정치적 판단이 아닌 법률적 판단을 하는 곳이지만 총선을 통해 정치적인 재신임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만큼 영향을 미치리라 본다"며 "한나라당이 탄핵을 헌재에 맡기자고 하고, 다른 당들이 정치적으로 풀자하고 제안하고 있는 것도 고려돼, 헌재의 판결이 신속하게 이뤄지고, 탄핵안도 기각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동아일보 편집국 간부는 "탄핵이 정치적 쟁점은 되겠지만 법치주의 대로 갈 것"이라며 "아무리 총선결과에 영향을 받는다 해도 정치권에서 다시 되돌리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해 대조를 보였다.

일부 언론사 간부들은 총선 당일 방송사의 출구조사에 대한 의견도 냈다.

연합뉴스 편집국 고위 간부는 "출구조사에 대해 방송사들이 신경을 많이 쓴 것은 사실이나 유권자들이 정확한 의사표시를 하지 않는 우리나라 정치문화에서 한계가 분명히 있음을 드러낸 결과"라고 지적했다.

YTN 강갑출 보도국장은 "KBS, MBC, SBS의 출구조사가 틀린 것은 문제가 있다"며 "MBC의 경우 범위를 완전히 벗어났고, KBS, SBS는 범위를 너무 넓게 잡은 것 같다. 현재 우리나라 정치 풍토에서 출구조사가 신뢰도를 얻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신문팀(조현호·이선민·정은경·김종화 기자)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