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이 현실로 나타나자 경향·동아·서울·한국·한겨레·MBC 등 주요 언론사들이 전담 출입기자를 배치하고 지면에서도 민노당 기사를 비중있게 다룰 계획을 세우는 등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일각에선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을 계기로 정쟁기사만 양산하던 언론계 취재 보도 관행에 적잖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전담 출입기자 1명 이상 배치"

동아일보 편집국 간부도 "전담기자를 1명 배치할 계획"이라며 "민주노동당은 숫자보다 갖는 의미가 크기 때문에 적절한 지면을 할애할 것"이라고 말했다.

YTN 황성수 부국장은 "진보정당의 원내진출이라는 큰 의미가 있다"며 "출입기자를 확충하는 등 보도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의 한 정치부 기자는 "뉴스밸류가 커진 만큼 기자를 전담배치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기사도 뉴스밸류에 맞게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김배곤 부대변인도 "상주기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당에서 정책 이나 의제 생산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민주노동당이 열린우리당의 완충작용을 하거나 열린우리당이 민주노동당의 입장을 이용할 경우가 있기 때문에 각 언론의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 권영길 대표등 민주노동당 당선자들이 16일 여의도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연합뉴스

"정쟁기사 양산하던 보도관행 달라질 것"

민주노동당의 국회진출로 그동안 관행적으로 양산해내던 정쟁 기사가 줄어들고 정책기사 경쟁이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향신문 장화경 정치부장은 "유력 정치인의 말이나 정쟁에 주목하던 보도관행은 이제 옛날 방식"이라며 "이제 그런 보도들은 줄어들면서 기존 정치권에 대한 감시 감독이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아일보 편집국 간부도 "앞으로 정치기사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과거의 정쟁기사가 아니라 제대로 된 정책기사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며 "칼라가 있는 정당이 들어옴에 따라 다른 당도 직책에 충실해져 정책을 놓고 심층취재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송현승 정치부장도 "정책이 중심이 되는 보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민주노동당에 대한 감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총선 당일인 15일 2명의 기자를 배치했고 앞으로 1∼2명의 전담 기자를 둘 예정인 경향신문의 장화경 정치부장은 "민주노동당도 이제 국회에 들어가게 되면 하나의 권력으로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며 "경항신문은 민주노동당의 개혁은 지원하되 시시비비는 정확히 가려 비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의 편집국 간부도 "그동안 민주노동당이 원내 진출을 못해 관심 자체를 못받았는데 이제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며 "특히 보수언론으로부터의 과다한 비판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민주노동당이 이제 유리병 속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개개인의 도덕성이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은 그동안 언론으로부터 무관심과 외면을 받아왔다. 특히 지난 1월 당사에 기자실을 마련했을 당시만 해도 인터넷매체와 진보적 대안언론 등 약 10개사만이 출입을 했을 정도였고, 총선기간에 본격 돌입해서야 MBC와 한겨레가 전담기자를 두면서 출입기자 수가 20여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당의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선거 직전에는 40여명의 기자들이 수시로 출입했다. 최근에는 요미요리, 마이니치 등의 일본의 주요일간신문사와 교토통신 등의 통신사 등이 민주노동당을 취재하기 위해 찾아오는 등 언론의 관심은 높아짐에 따라 민주노동당은 기자실과 별도로 브리핑룸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번 총선기간에는 지난 총선보다 3배 가량 많은 기자들이 출입했고, 개표 당일에는 70여명의 취재진이 몰려 취재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현재 전담 기자를 두고 있는 곳은 2개사 정도. 그러나 총선 당일까지 민주노동당을 취재했던 기자들 사이에서도 앞으로 전담 기자를 두는 곳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A일간지 민주노동당 출입기자는 "민주노동당이 원내진출은 단지 몇 석을 차지했다는 것 이상의 진보진영 전반의 포지션이 달라지는 문제이므로 이에 대한 전담 취재인력이 필요하다"며 "일단 당장 기사거리가 없더라도 이후 당내 인사들과의 관계나 당내의 사정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이 차원에서도 전담 기자가 필요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B일간지 민주노동당 출입기자는 "회사 인력상 전담기자를 두기는 어려우나 적어도 이틀에 한 번꼴로는 들려야되지 않겠냐. 앞으로 정개 개편이 주요 관심사인만큼 민주노동당의 이야기가 지면에 반영되는 폭도 넓어질 것"이라며 "성역과도 같은 국회 내의 문제나 각종 비리들이 민주노동당을 통해서 나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C일간지 민주노동당 출입기자는 "제3당인데 배치를 안 할 수가 없을 것이다. 현재 민주당에 2-3명이 출입하고 있는데, 이중 한 명을 빼 민주노동당에 배치할 것으로 보인다"며 "예전엔 대변인에게 전화만 하는 방식으로 취재했는데 이제 더 이상 그런 방식으로 취재가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국회에서의 민주노동당 역할도 기대"

한편, 국회에서의 민주노동당의 역할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일보 윤승용 정치부장은 "상임위나 국정감사 때 긴장도가 높아지는 등 국회 문화 자체가 많이 달라질 것 같다"며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노동관련 개혁법안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 부장은 "특히 사안에 따라선 민주노동당이 열린우리당과 공조해 개혁입법에 탄력을 붙일 수 있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한겨레 정치부의 한 간부는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입으로 환경노동위원회나 재경위에 발언권을 가진 국회의원이 생기는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워낙 소수이기 때문에 표결로 들어가면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간부는 이어 "국가보안법이나 남북관계 등 정치적 이슈에 대해선 열린우리당과 공조할 수 있겠지만 열린우리당은 기본적으로 신자유주의적 노선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경제나 복지 분야에서의 정책 공조는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노동당의 교섭단체 구성 가능성에 대해 한겨레 정치부의 한 간부는 "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하더라도 의미있는 정치세력이 될 것"이라며 "17대 국회에서 잘하면 18대에선 유권자들이 교섭단체도 만들어주지 않겠느냐"이라고 전망했다.

신문팀(조현호·이선민·정은경·김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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