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당일 신문사들이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신문사들은 특히 이번 총선이 정치지형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하고 여야관계, 권력의 변화, 정치권의 이합집산 등에 초점을 맞춰 사전에 기사를 준비해놓고 투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15일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다양한 기획물과 해설기사 등을 준비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선거 결과가 나오면 이후 정치지형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해 정치권의 물갈이와 이합집산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앙일보의 경우 이번 총선의 초점을 권력 구도 변화와 여야관계에 맞추고 있다. 중앙일보 정치부 기자는 "열린우리당이 최소 140석 이상만 얻어도 한국 정치권과 권력관계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럴 경우 여당이 이렇게 많은 의석을 차지한 전례가 없기 때문에 주로 여권 권력에 대한 취재를 하고 있다"며 "반면 한나라당이 100석 이상을 얻으면 양당구도가 형성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여야 관계가 상생으로 갈지 대치국면으로 갈지에 대한 분석기사도 준비중이나 결과가 나와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지형 변화·여야관계·민주노동당 진출 분석"

한국일보 박진열 편집국장은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중 어느 당이 1당 되느냐 결과에 따라 서로 다른 기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정치부 간부는 "정치지형이 많이 바뀌는 것이니 만큼 새로운 정치지형을 조명하는 기사들을 낼 예정"으로 "세대교체, 민주노동당 원내진출, 여성 정치인 증가 의미 등을 짚어 17대 국회는 16대를 답습하지 않도록 견제하고 촉구하는 기획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신문은 총선 이후 기획으로 향후 정국 전망과 함께 당선자들이 정치개혁, 언론개혁, 경제문제 등 사회적 이슈에 어떤 정책과 의견을 갖고 있는지 당선자 성향을 시리즈로 다룰 예정이다. 또 민주노동당의 역할을 조명하고, 여성 당선자가 많을 경우 여성 당선자와 관련한 기획도 실을 예정이다.

24시간 뉴스전문채널인 YTN은 '총선2004'라는 이름아래 다양한 그래픽과 신속성에 초점을 맞춘 총선 개표보도를 준비하고 있다. YTN 황성수 보도국 부국장은 "선거방송 경험이 많은 벤처회사와 계약을 맺고 다양한 보도기법을 준비중"이라며 "15일 오후 5시부터 풍부한 그래픽과 함께 신속 정확한 보도를 내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황 부국장은 "40억 정도 드는 출구조사는 예산 관계로 할 수가 없다"며 "그러나 부정확한 출구조사 보다는 선관위 데이터에 의존해 정확한 보도에 힘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감시간 당기고…인력 풀가동"

신문사들은 또 최종집계 내용까지 반영하기 위해 평소보다 가판 마감시간을 늦추고 인력을 최대한 늘려 총선 결과를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한 총력 태세에 들어갔다. 반면 이번 총선결과가 전자개표시스템으로 밤 9시에 끝남에 따라 평소보다 마감도 빨라지겠지만 각종 기획과 당선자 인터뷰 등을 반영하기 위해 일부 신문은 새벽까지 근무할 계획도 세웠다.

동아일보는 밤 10시 이전에 후보자들의 당락이 나올 것으로 예상해 평소 밤 10시에 마감하던 40판을 41판과 합쳐 인쇄하기로 했다.

중앙일보도 밤 9시30분에 하던 마감을 밤 10시로 늦추고, 밤 11시에 평소에 하지 않던 돌판(본지 일부 지면만 교체)도 할 계획이며, 당락의 윤곽이 빨라질 것으로 예상해 모든 결과를 반영하기 위해 최종기사마감도 밤 12시에서 밤 12시20분으로 늦췄다.

경향신문과 한국일보는 오후 6시쯤 발표될 출구조사 결과를 16일자 신문에 반영하기 위해 초판 시간을 조금씩 늦추기로 했다.

경향신문 정치부 간부는 "초판 시간을 저녁 6시로 늦추고 개표 결과를 최대한 빨리 모아서 2~30판에는 지역구 결과를 최대한 반영해서 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도 평소 2판을 밤 9시 반에 마감했는데 이날은 밤 11시 정도에 마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일보 윤승용 정치부장은 "전자개표기 도입으로 투표결과는 빨리 나오겠지만 이색 당선자 인터뷰 등 기사까지 넣으려면 새벽 3~4시는 돼야 퇴근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석간인 문화일보는 목요일이 휴일이 됨에 따라 목요일에 발행되는 'escape'면을 금요일로 옮겨서 발행할 예정이고, 금요일 마감시간을 한시간 앞당겨 오전 10시에 발행할 예정이다.

국민일보도 두 번째 판인 3판 마감 시간을 밤 8시 30분에서 한시간 반 정도 늦춰 시내판부터 선거결과를 실을 계획이다.

초판 시간이 늦춰지다 보니 제주도 등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 배달이 고민이다. 경향은 초판을 보내지 않고 45판을 아침 일찍 비행기편으로 보낼 예정이고 한국일보는 초판도 보내고 아침에 45판을 다시 보낼 예정이다.

가판을 내지 않는 곳도 있다. 서울신문은 5판 신문을 제작하지 않고, 밤 10시 30분에 15판을 제작해 특송으로 배달할 방침이다. 한겨레도 가판을 내지 않기로 했다. 한겨레 성한용 정치부장은 "제주도와 서울 시내 나가는 게 가판인데, 제주도는 내일 아침에 직송하고 서울시내 가판은 안내고, 중부권 가는 것부터 만들기로 했다"며 "총선 다음날 신문인데 총선 결과 없는 것은 의미없다 판단해 가급적 결과 담아서 내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성부장은 "어차피 신문이 방송 속보 못따라갈 바에야 급하게 찍어서 호외 뿌리고 할 거 없다"며 "용감한 신문들이야 1판에 '당 1당 확정' 내겠지만 우리는 간이 작아서 그렇게 안한다"고 덧붙였다.

 각 신문사들은 인력 배치도 늘렸다. 중앙일보는 정치부가 인력차출 권한을 위임받아 수습기자와 사회부 기자들을 정치부 인력만큼 활용할 수 있게 했다. 경향신문은 총리실과 국방부 출입 기자를 선관위에 배치했고 한국일보도 선관위에 기자 2명을 더 추가했다.

통신사인 연합뉴스는 개표 당일 저녁 기자들 야식까지 예약해 놓고 '올인' 태세에 들어가 있다. 편집국 고위 관계자는 "(선거 때마다) 매번 하는 '장사'이긴 하나 이번 선거에는 다양한 변수가 있다"며 "지난 16대 총선 때 방송사 출구조사가 많이 틀렸는데 이번에는 어떨지 관심 있게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팀(조현호·이선민·정은경·김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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