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일방적으로 잘 써주는 건지, 반대로 나쁘게 써주는 건지가 가장 많이 고민되는 부분이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밀착 마크하고 있는 동아일보 정치부 윤종구 기자가 이번 총선에서 가장 고민되는 측면이라고 언급한 대목이다. 윤 기자는 지난 10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총선의 경우 취재환경과 기사작성면에서 많이 달라졌다면서도 현장에서 겪고 있는 나름대로의 고충을 털어놨다.

   
▲ 한나라당 박근혜대표가 13일 오후 정치 1번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을 방문해 지원유세를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현재 한나라당을 모두 3명이 맡고 있는 동아일보는 민주노동당도 윤 기자에게 맡기고 있다. 박근혜 대표를 맡고 있는 윤 기자는 "민주노동당의 경우 현실적으로 잘 가지 못하고, 이메일이나 전화통화를 통해 취재하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지역구의 경우 2명이 번갈아서 맡고 있다"고 말했다.

‘총선 근무’ 태세에 대해 윤 기자는 총선 선거운동이 공식적으로 시작된 후로는 오히려 ‘심적 부담’이 덜 하다고 말한다. 윤 기자는 "공천, 비례대표 문제로 당내 싸움이 있었을 때 24시간 내내 취재현장을 지켜야 하다보니 훨씬 바빴다"며 "공식 선거운동에 들어간 후로는 몸은 피곤하지만 어차피 통상적인 방식으로 취재하기 때문에 일이 복잡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한창 바쁠때는 새벽 1시를 넘기는 게 예사라는 윤 기자는 "가끔 오후 8시에 끝날 때도 있지만 이달 초순까지 충남북, 대전, 대구, 부산, 대구, 마산, 진해 등 지방유세를 돌때는 종일 취재하는 일 다반사"이며 "일요일은커녕 토요일도 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푸념 아닌 푸념(?)을 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 9일 취재 땐 10군데를 넘게 유세현장을 따라다니면 움직였는데 갑자기 박 대표가 점심시간에 나타나 먹던 점심도 중단하고 뛰어나갔다고 한다. 윤 기자는 이어 수당이나 대체휴가도 바라기 힘든 상황에 대해 개선돼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취재에 있어 고충은 역시 마감시간. 한창 취재를 하다가도 오후 3시나 3시30분이면 끊고 가까운 선거사무실이나 약국 같이 송고시설이 있는 곳을 찾아다닌다는 것. 이 때문에 윤 기자는 2∼3군데의 현장은 놓치고 대변인실 관계자들의 전언으로 기사를 쓰고 있다.

윤 기자는 "지난 7일 서울-울산-제주도-서울 코스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울산에서 제주도로 갈 때 울산에 공항이 없는 관계로 이동중인 버스와 김해공항 의전실 등에서 기사를 쓰고 제주도 유세장 옆 노인복지회에서 기사를 송고했다"며 "그렇지만 박 대표가 우리 마감 편의봐주려고 유세를 멈추지는 못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자신의 기사에 대한 한나라당으로부터의 반응에 대해 윤 기자는 "방송에 대해 편파적이라는 말은 많이 하더라"며 "내가 '네커티브 선거전'이라는 말 한 줄 들어가도 적극 해명한다. 당에 안 좋은 내용 취재하면 '잘 써달라', 보도하면 바로 이의제기 들어온다"고 말했다.

기사를 쓸 때도 적잖이 신경을 쓰고 있다. 동아일보는 한나라 민주 열린우리당 순의 원칙(현재 의석수 기준)으로 기사를 쓰고 각 당마다 3매씩, 자민련과 민주노동당은 2매씩 쓰고 있다. 윤 기자는 "현재 의석수를 존중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각 사마다 기준이 있겠지만 여론조사 기준으로 순서를 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기자는 "무엇보다 일방적으로 잘 써주는 건지, 반대로 나쁘게 써주는 건지가 가장 많이 고민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선거보도에서 일부 언론사의 편파성에 대해 윤 기자는 "출입기자들끼리 모인 자리에서 어디어디가 편파적이라는 얘기를 나누기는 한다"며 "하지만 서로 열린우리당과의 형평성을 맞추려 하거나 중립을 지키려는 노력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나라당 천막당사의 열악한 취재환경에 대한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윤 기자는 "천막당사가 적어도 공기는 깨끗할 줄 알았는데 화학냄새가 진동해 건강을 해칠 우려도 있다"며 "낮에는 덥고 해넘어가면 추울 뿐 아니라 통신이 아주 좋지 않은 점도 문제"라고 지목했다.

선거 운동과 취재가 여러 측면에서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우선, 술, 음식접대가 없어진 게 과거와 달라진 취재환경이라고 평가했다. 윤 기자는 "대전에 내려갔을 때 박 대표와 지하상가 분식점에서 저녁식사를 했고, 한나라당에서 돈을 냈는데 다음날 당에서 '선관위가 대표와 후보, 기자들이 밥먹는 것도 선거법 위반이라더라'고 말하기도 해 그마저도 없어졌다"며 "또한 괜찮은 여관만도 못한 호텔만 골라다니는데, 이는 호화로운 데 가면 유권자들로부터 거부감을 일으킨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우리 잠자리만 불편해졌다"고 말했다.

선거운동 문화도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전혀 없진 않지만 군중 동원이나 노골적인 지역주의 호소같은 구태는 많이 사라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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