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전후 민간인학살진상규명특별법안이 국회와 언론의 무관심 속에 표류하고 있다. 이 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추진하고 있는 이창수 통합특별법쟁취위원장은 1일 이 사안을 대하는 언론의 발상전환과 관심을 촉구했다.

이 위원장은 "민간인학살 문제에 대한 언론의 자세는 '뭔가 이벤트가 있어야 보도하겠다'는 수준"이라며 "수십년에 걸친 유족들의 활동을 개인적인 이해관계 차원으로 낮추어 바라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좀더 심층적이고 기획성있는 접근이 아쉽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위원장과의 전화인터뷰.

-언론의 보도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언론이 모두 다 무관심한 것은 아니다. 지방언론의 경우 오히려 적극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중앙언론들의 관심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지방일간지들중 제민일보(제주4·4항쟁), 경남도민일보, 부산일보 등 실제로 민간인 학살의 피해를 체험한 지역의 기자들은 지속적이고 심층적으로 이 문제를 추적하고 있고, 언론도 이를 적극 반영하고 있다. 반면 중앙언론의 경우 이같은 역사에 대한 감수성이 부족한 것같다"

   
-관심을 갖는 중앙언론은 없나.
"일부 신문·방송과 인터넷 언론은 국회 앞 농성 등 사건이 있으면 다뤄준다. 그러나 이들 인터넷 언론도 행사와 이벤트 위주의 보도에 그치고 있고, 기획성 있는 접근은 부족하다."

-현대사 문제를 바라보는 언론의 시각에는 문제가 없나.
"언론의 역사의식 자체가 바뀌었으면 한다. 현대사가 갖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맥락을 잊고 있는 것같다. 이보다는 표피적인 사건 정도로만 생각하면서 편의적으로 접근하려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든다면.
"420여일의 국회 앞 농성으로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획를 만들어낸 과거 의문사 진상규명의 경우 농성할 당시 기자들은 '이벤트가 없으면 글을 쓰기 어렵다'고 공공연히 말할 정도였다. 그러다가 의문사진상규명위가 구성되자 거기서 나오는 발표문을 그대로 받아쓴다. 민간단체에서 주장했을 때는 마치 '이해관계' 때문에 그러겠거니 생각하다가 국가기관에서 발표하면 공신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건  너무나 편의적인 잣대다. 현대사 발굴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합의해나가는 과정에 있어서 언론의 역할은 매우 미흡하다."

-언론의 선도기능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건가.
"친일규명법의 경우 일부 언론들은 관심을 갖지만 민간인학살진상규명법은 아예 감정적인 문제로 보거나 이 문제가 왜 중요한지에 대한 진지한 접근은 없다. 문제를 제기했거나 여론을 선도하는 역할로서는 너무나 부족하다."

-일부 언론들이 전쟁당시 강화도서 우익의 양민학살 사건을 보도하기도 했는데.
"언론의 공정치 못한 경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그건 국민일보의 특종이었는데, 일부 언론 기자들이 3시간 뒤 그 자료를 받아다가 마치 자기가 취재한 것인양 보도하더라. 국민일보가 우리 자료를 토대로 썼지만 자신들이 미리 이 문제에 대한 관심과 의식을 갖고 접근했기 때문에 그런 심층기사가 가능한 것이다. 다른 언론은 그저 경쟁논리로만 상황을 바라보면서 국민일보의 노력에 대해 인정하지도 않고, 기껏 국민일보 기사를 모방하는 수준에 그쳤다."

-기자들의 취재관행은 어떤가.
"농성이나 시위 등 이벤트 있을 때 질문하는 정도다. 마치 행사내용을 보도하는 것이면 모든 것을 다한 것처럼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내용의 기사는 사회부에서 담당하는데 주기적으로 순환보직되는 경우가 많아 새로 맡게 되는 기자의 경우 앞서 담당했던 선배로부터 넘겨받은 내용 정도만 알고 보도하는 수준이다. 기자란 적어도 스스로 사회의 흐름을 재구성해 바라볼 수 있는 역량도 있어야 한다. 기껏 자기 회사의 논조와 방향만 그대로 답습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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