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초등생 사망사건 수사가 언론의 과열 취재경쟁으로 혼선을 빚고 있다는 불만이 경찰 쪽에서 나오고 있다. 용의선상에 오른 사람을 확인 취재도 없이 범인처럼 기사화해 인권을 침해하고, 증거도 확보 못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수사발표를 독촉하는 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얘기다.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돼 지난 18일 긴급체포 됐다가 하룻만에 풀려난 16세 박모 군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대다수 언론들은 19일자에 중학생 용의자가 검거됐다고 보도했다 하루 뒤엔 무리한 수사를 벌였다며 경찰을 비판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20일 저녁뉴스부터는 경찰이 박군을 잠도 재우지 않는 등 가혹수사까지 벌였다고 몰아갔다. 이런 오락가락 보도에 경찰은 억울함을 호소한다. 중학생의 진술만으로는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미리 말했지만 방송 등 일부 언론이 계속 치고 나오고 일부 기자들이 ‘왜 붙잡아두고 숨기느냐’며 수사발표를 재촉해 ‘울며 겨자 먹기’로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는 푸념이다.

한 수사본부 관계자는 “확실하게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언론이 무리하게 앞서 보도하다 보니 수사에 지장을 받고 있다”며 “물론 알권리도 중요하지만 언론을 통해 수사상 필요한 기초 증거들이 다 공개돼 실제 진범이 자신의 증거를 인멸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자들 사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한 일간지 기자는 “부천 초등생 사망사건의 범인을 잡는 일도 중요하지만 객관적 증거도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성년자인 용의자의 진술을 그대로 실은 것은 잘못”이라며 “취재경쟁 의식해 경찰 수사에 지장을 초래하고 인권을 침해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뒤늦었지만 이번 일이 특종보다 인권이 소중하다는 사실을 깊이 새기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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