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과학자가 장기복제에 성공했다는 내용을 하루 앞서 보도해 '국제적 엠바고를 파기했다'는 안팎의 비판을 받고 있는 논란의 당사자인 홍혜걸 기자는 "국제적 엠바고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학자들에게 타격을 줄 수 있으리라는 것을 예상했으면서도 보도한 부분은 잘못"이라고 밝혔다.

황 교수팀과의 인터뷰를 위해 미국 시애틀 현지에 출장중인 홍 기자는 16일 미디어오늘과의 전화인터뷰에서 "하지만 (중앙일보를 포함해) 국내 어느 언론사도 엠바고를 요청받은 일이 없으며, 독자적으로 취재했고, 우리 과학자의 쾌거를 우리 언론이 하루 앞서 보도하는 게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먼저 기사화했다"며 "개인적으로 연구팀에 진솔하게 사과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홍 기자와의 전화인터뷰 전문.

-홍 기자의 보도로 '국제적 엠바고 파기' 문제가 일파만파로 커졌는데.
"경위야 어쨌든 연구진에 피해를 끼친 것은 사과한다. 다 좋지만 아쉬운 것은 왜 국내언론을 홀대했느냐. 미리 얘기해줬으면 우리가 앞서서 보도했겠느냐. 현지에 인터뷰를 하러 가서 연구팀에 사과를 했고, 입장을 설명했다"

-국제적 엠바고라는 것을 알고 있었나.
"엠바고라는 것을 나나 중앙일보에 요청한 것은 아니지만 해외 언론을 대상으로 사이언스측이 엠바고를 설정해놨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이를 기사화함으로써 연구팀에게 타격을 줄 수 있을 것도 예상했다. 그러면서 보도했다는 게 잘못이라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이 '타격'이라는 게 국익 전체나 기자들 차원에서 중앙일보가 하루 앞서 보도한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쨌든 학자들 대부분이 굉장한 애국자들인데 이들을 결과적으로 괴롭힌 게 돼서 나 역시 괴롭다."

-국제적 엠바고를 결과적으로 깨면서까지 보도하게 된 이유는.
"기자로서 눈이 뒤집힐 정도로 큰 업적이었다. 기자라면 안쓰고는 버티기 어려운 내용이었다. 또한 이 내용에 대해서건 해외 언론에 대해 엠바고로 설정돼있다는 데 대해서건 국내 언론에는 자세하게 알려져있지 않았다. 내가 알기로 동아 사이언스만이 '사이언스'의 회원사이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엠바고 요청을 받은 것으로 안다."

-언론계의 비판에 대해서는.
"솔직히 너무 시달렸다. 인터넷을 통해 매국노 다 됐다. 괴롭지만 신문사 입장도 있고, 기자라면 누구나 먼저 쓰고 싶은 사안이었다. 보도에 있어서 보다 빨리 하는게 중요했다는 내부 데스크진의 판단이 있었다. 과연 외국언론에서도 (내가 하루 먼저 쓴 데 대해) 이상하게 보는지 되묻고 싶다."

-다른 언론의 보도태도에 문제는 없었다고 보나.
"외국 언론은 이 문제에 대해 지면을 도배했다. 하지만 우리 언론은 '엠바고 파기'라는 이상한 쪽으로 본질이 흐려졌다. 정작 박수를 보내는데는 소홀했다. 오는 18일 연구팀이 귀국하면 과학기자협회 기자단이 또 엠바고 파기에 대해 문제삼을 작정으로 안다. 본질에 충실하게 했으면 한다."

-우리 언론의 특성상 특정언론이 먼저 쓰면 나머지 언론이 다소 작게 취급하는 면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았나.
"경쟁의 원칙이 적용되는 문제라고 볼 수는 없지만 기자 입장에서 희대의 특종이었다. 국내 과학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감수하고 보도한 것은 (수차례 얘기했지만) 우리가 엠바고를 요청받은 일이 없고, 독자적인 취재를 했으며, 우리 과학자의 쾌거를 우리 언론이 하루 먼저 보도하는 게 나쁠 게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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