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14일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과의 회동에서 대언론관계에 대해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소송도 최소화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언론계에서는 "당연히 그렇게 했어야 했다"며 환영하는 한편, "총선용 전술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는 반응을 보이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지난해 말부터 몇차례 있어 왔다. 노 대통령이 14일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과의 회동에서 언급한 언론관련 대목은 △감정적 대응을 자제 △자신에 대한 방어 차원의 소송도 최소화 △오보에 대한 정정 요청 등으로 요약된다.

조선일보 편집국 간부는 이에 대해 "원래부터 그렇게 했어야 할 일로 이번에 노 대통령이 직접적인 관계개선의 의지를 보인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며 "환영한다. 언제까지 언론과 정부가 감정싸움해서야 되겠느냐. 앞으로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간부는 이어 "더이상 감정이 섞인 대응은 피해야 하며 이제 이런 것은 그만둘 때가 됐다. 아직 4년이나 남지 않았느냐"고 덧붙였다.

한편으로 총선을 앞둔 전술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동아일보 편집국 간부는 "비판언론을 고립시키는 과정이며 큰 틀에서 언론에 대한 정책은 변하지 않은 것같다"며 "총선을 앞두고 전술적인 변화를 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간부는 이어 "적을 최소화하고 우군을 늘리기 위한 것"이라며 "대통령의 말이 바뀌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실제로 얼마나 언론과의 관계가 달라지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간부는 "기자회견도 입맛에 맞는 쪽과 하고, 특히 삼성에 대한 수사 처리를 앞둔 미묘한 시점에서 '기업인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대답을 한 것도 뭔가 석연치 않다"며 "조선 동아는 놔 두고 중앙과 회견을 한 것도 (비판)언론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이 변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다른 언론사 간부들도 이번 언급이 대언론관계의 큰 변화로 보기 힘들다는 의견을 냈다. 국민일보 편집국 고위 간부는 "이미 언론사 국장과의 대화에서 나왔던 이야기와 이어지는 것 같다. 한마디로 언론과 건강한 긴장관계를 유지하겠다는 것인데, 대언론 기조가 크게 바뀌는 것 같지는 않다"며 "'언론과의 화해'로 보기는 어렵고, 언론과 감정적으로 대응했던 부분을 안 하겠다는 정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신문 편집국 고위간부는 "두고 봐야겠다. (취재협조나 언론보도에 대한 대응 등을 포함해) 대언론관계 개선에 대한 발언을 이미 여러 번 했지만 바뀐 게 없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편집국 간부도 "대언론관계 개선 제스쳐라고 볼 수는 없다"며 "결과를 보고 얘기해야지 발언만 가지고 섣부른 판단을 하기에는 이르다"고 평가했다. 조 부장은 또 "노 대통령은 일반 정치인들처럼 기류를 언급하며 행동하는 사람이 아니기에 좀 더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들 언론사 편집국 관계자들은 정부에 대해 소송과 같은 대응은 자제하고, 인터뷰나 회견도 공정하게 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동아일보 편집국 간부는 "언론을 비판적이든 우호적이든 구별하지 말고, 페어하게 대했으면 한다"며 "언론정책에서 누구는 해주고 누구는 안해주는 식이 아니라 뚜렷한 원칙과 기준을 정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한편 전국언론노조 신학림 위원장은 오보에 대한 정정이나, 감정적 싸움이니를 신경쓰기 보다는 신문시장을 개선하는 정책에 당장 나설 것을 촉구했다.

신 위원장은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은 신문시장을 어지럽힌 장본인 중 한 사람이며 중앙일보도 조선 동아 등과 함께 아직도 일선 지국 현장에서는 탈법과 불법 경품이나 무가지 제공이 판을 치고 있고, 이 때문에 신문사 전체가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며 "조선 동아에 비해 약간 덜 적대적이라고 해서 중앙일보를 끌어들이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라고 밝혔다.

신 위원장은 "노대통령이 홍석현 회장과의 인터뷰에서 언론정책을 펼 생각이 없다고 했다니 한심하다"며 "언론개혁의 주체가 돼라는 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시장영역을 침해하는 불법, 탈법을 공정위가 나서서 규정대로 집행하라"고 촉구했다.

신문팀(조현호 이선민 김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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