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맞아 언론에 대해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소송 등 방어를 위한 대응도 최소화하겠다"고 말해 참여정부 출범 이후 줄곧 견지해온 언론과의 긴장관계를 상당 부분 완화시킬 방침임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지난 14일 취임 1주년을 맞아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과 가진 대담에서 "(언론문제에 대해) 취임 1년이 지나면서 대체로 정리를 하고 있다"며 "하나는 감정적 대응은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개인과 인간으로서의 권리라고 해도 대통령은 그 권리를 다 행사하며 살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게 됐다"며 "그런 점에서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대응도 최소한으로 할 생각이다. 소송같은 개인적 대응은 명확하게 악의적인 공격에 한해 차분하게 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언론정책도 본격적으로 펼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여러 가지 산적한 문제도 있는데 중요한 사회적 기능과 세력을 갖고 있는 언론에 대해 본격적으로 정책을 펼치는 것은 나한테 버거운 일이고 적절하지도 않다"며 "정책적 견해를 갖고 공세적으로 언론정책을 펼 생각은 현재로선 갖고 있지 않다. 언론정책에 대해선 대통령 말고도 많은 사람이 의견을 제시하고 활동하고 있다. 그런 수준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최소한의 정책적 대응은 해야겠다"며 "적어도 정부의 정책이 왜곡되지 않고 정확하게 국민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대응하는 것과 통로를 확보하는 일이다. 정확하게 전달되고 이해되지 않은 정책은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정책의 성공은 국민참여·동조 없이 성공할 수 없다"며 "언론도 사실과 다르니 고쳐달라고 하는 정도는 수용해주면 좋겠다. 정치적 입지와 개인의 권리를 방어하기 위해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노 대통령은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와 관련, "검찰의 수사가 기업인에 대한 직접적인 처벌로 바로 진행되지 않았으면 한다"는 뜻을 이례적으로 홍 회장에게 직접 밝혀 눈길을 끌었다. 정치권에 대한 불법자금 제공이 밝혀진 삼성그룹 등 재계에 전하려는 메시지를 홍 회장에게 던진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가능하다.

노 대통령은 "수사의 목적을 달성하거나 수사 편의를 위해 혹 있을 지도 모를 검찰의 기업에 대한 압박도 수사 목적 달성에 필요한 수준에서 그치길 바란다"며 "기업인들에게까지 과거를 다 묻는 방식으로 가는 것은 국민에게도 부담스럽고 경제에도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임중 적절한 시기에 대사면을 단행할 의사에 대해 노 대통령은 "부패가 없는 새로운 미래를 국민이 분명히 믿을 수 있도록 약속하고 이를 통해 국민의 동의를 얻고 그 다음에 과거를 사면하는 것은 가능하리라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문제는 나도 피고석에 있다는 점이며 그 때문에 그 문제를 현재 가타부타하기엔 내 처지가 옹색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대담은 낮 12시부터 1시간20분의 오찬, 청와대 경내 상춘재에서 2시간15분 동안의 공식 특별대담을 합쳐 모두 3시간35분 동안 진행됐다. 이날 노 대통령과 홍 회장 대담에 청와대측에선 김우식 비서실장과 박봉흠 정책실장, 이병완 홍보수석 등이 배석했으며, 중앙일보측에선 김수길 편집국장과 이연홍 정치부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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