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맞아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과 청와대 회동을 갖기로 결정한 데 대해 언론계 안팎에서는 '조중동서 중앙일보를 분리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편으론 이번 중앙일보와의 인터뷰가 참여정부 언론관계 변화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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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의 한 편집국 간부는 "(청와대가 중앙일보를 첫 인터뷰 대상으로 삼은 것은) 참여정부 언론정책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조중동과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씩 '내편으로 끌어들이자'는 것으로 그 첫 번째가 중앙"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 편집국의 한 간부는 "조중동의 3각축 중 한 축을 빼겠다는 것 아니겠느냐"며 "중앙일보가 우리나 조선일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청와대에 더 우호적으로 보도한 것도 한 이유가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관계자도 "청와대측이 그동안 언론사와 여러 가지 요인으로 비정상적인 관계를 형성해왔는데 앞으로는 이를 정상화해가겠다는 것으로 그 연장선상에서 취임 1주년 기념으로 인터뷰 상대를 중앙일보로 선택했다고 볼 수도 있다"며 "그러나 최근 중앙일보의 정치기사 등 논조는 조선일보 동아일보와 다르다. 논조과 과거와 많이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편집국 간부도 "최근 2주간 중앙일보 논조가 확 달라진 것같다"며 "한겨레 만큼은 아니지만 조선·동아와는 확실히 멀어졌다"고 말했다.

한편 취임 1주년 인터뷰를 따내기 위해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모두 신청을 했지만 중앙일보 등 3개사만 선정된 데 대해 각 신문사 편집국 간부들은 유감스러운 심경을 감추지 않고 있다.

동아일보 편집국 간부는 "우리는 취임 초부터 수도 없이 인터뷰 신청을 해놓았지만 청와대가 중앙을 선택한 것은 의외였다"며 "솔직히 기분 좋지는 않지만 민감하게 생각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편집국 간부는 "우리를 비롯해 취임 1주년 오퍼 안들어간 언론사가 없는데 중앙일보를 제외한 나머지 신문사들은 물먹은 것"이라며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다.

이 같은 언론계 반응에 대해 중앙일보측은 "(청와대가) 세계 신문협회장이라는 점을 높게 고려했던 것같다"며 "그런 면에서 우리가 당연히 1번타자가 돼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중앙일보 관계자는 "그동안 언론과의 직접 인터뷰를 자제했다고 하더라도 이번 기회에 할 얘기가 많을 것"이라며 "우리로서도 독자들에게 대통령의 생각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국언론노조(위원장 신학림)는 지난 12일 '청와대, 편집국장과의 술자리로는 부족했던가'라는 성명을 내고 "총선을 불과 60여일 앞둔 민감한 시기에 대통령과 중앙일보의 만남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는 또한 "홍 회장이 기자인가. 대통령을 만나 인터뷰하고 그 내용을 기사화하려면 중앙일보의 그많은 기자들이 만나면 된다"며 "대통령이 중앙일보의 편집국장, 논설실장, 주필, 대기자들을 다 제쳐두고 굳이 사주인 홍 회장을 만나야 할 이유는 납득이 가질 않는다. 이는 보도 외적인 흥정을 전제한 만남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언론노조는 이어 "혹시 청와대가 정권에 대한 태도에 있어 중앙일보가 조선, 동아일보와 달리 다소 우호적인 것 때문에 이번 만남을 관계개선의 계기로 삼아 총선지형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진다면 오판"이라고 덧붙였다.

 

조현호·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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