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사돈 민경찬씨의 653억 모금 의혹은 권력형 비리인가, 실체없는 언론플레이인가.

지난달 시사저널 인터뷰 이후 민씨의 653억 모금 의혹은 일파만파로 불거졌지만 민씨가 경찰 조사에서 "모금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어 이를 다루는 언론들도 민씨의 입에 따라 오락가락하며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민경찬씨의 653억 모금의혹이 제기된 것은 지난달 28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본인이 직접 "벤처 및 부동산 투자에 주력하는 투자회사를 설립했고, 최근 2개월만에 650억원이 넘는 거액의 투자금을 모았다"고 밝히면서부터다.

이후 지난달 30일 금융감독원이 대면조사를, 경찰도 내사에 들어갔으며, 지난 2일부터는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본격수사에 착수했다. 민씨는 그러나 경찰 조사과정에서는 모금일이 없다고 본인의 주장 자체를 부인해 사건을 혼란속으로 빠져들게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민씨의 언론플레이가 아니냐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한 청와대 출입기자는 "대통령 친인척의 한마디에 엄청난 살이 붙고 언론도 여기에 가세해 무작정 의혹을 확대 과장한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도 높다"며 "일종의 언론플레이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민씨를 최초 취재한 시사저널 주진우 기자의 설명은 좀 다르다. 주 기자는 "민경찬을 접촉한 것은 나뿐이었다"라며 "민씨가 아무리 언론플레이를 하고 싶어도 '사약'을 마시면서까지 자기 홍보할 사람은 아니었다. 언론플레이라는 것은 청와대의 면피용 해석"이라고 진단했다.

주 기자는 이어 "투자자의 존재나 투자여부에 대해 민씨가 말한 내용과 내가 취재한 내용을 10일 발행되는 본지에 기사화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언론사 관계자들 또한 민씨에 대해 혼란스러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동아일보의 편집국 간부는 "우리도 아직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헛갈리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권력형 비리인지 권력 주변의 인물이 사칭하고 다닌 사건인지 일단 수사상황과 진상을 파악해봐야 알 수 있는 일로 아직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조선일보의 편집국 간부는 사견임을 전제로 "우리도 실체가 의심스럽기는 하나 아직 정확한 진상이 드러나지 않아 뭐라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의 편집국 간부도 "처음 발생 때와는 다르게 경찰조사 결과 실체가 다르게 나타나는 쪽으로 결론이 나고 있어 (요 며칠새) 정치부는 빠지고 사회부가 주로 이 사안을 다루고 있다"며 "민씨가 사기성이 농후한 인물로 알려져 있는데도 청와대가 잘못 관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이 간부는 이어 "국회 청문회와 경찰 조사 결과를 기다려봐야겠지만 실체가 없는 것으로 결론 나면 언론도 놀아났다는 지적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언론들은 또 민씨 관련기사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에 대해서도 고심하고 있다. 동아일보의 편집국 간부는 "단순 사기극으로 결론이 날 수도 있지만 권력형 비리라는 게 언제 어떻게 확산될지 모르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서는 끝까지 진상을 파악하는 추적보도를 할 생각"이라며 "653억을 모금했다는 민씨의 주장이 거짓말로 드러날 경우 맥빠지는 일이겠지만 그 배경이 뭔지도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취재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편집국 간부도 "이 문제가 청와대 친인척이 관련된 사건이기 때문에 크게 불거진 것"이라며 "아직 실체가 파악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언론도 개인 사기냐 권력형 비리냐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9일 민씨의 말 번복에 대해서는 "본인이 모금한 사실을 순순히 시인하겠느냐"며 추가적인 수사를 계속할 뜻을 내비쳤다. 특수수사과 관계자는 "현재 다방면으로 수사중이며 조만간 수사의 결론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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