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조선일보 출신 대학교수가 조선일보와 기자들에게 쓴소리를 했다. 경성대 디지털디자인전문대학원 권만우 언론학 교수는 지난 16일 발행된 조선일보 노보에 '회사 떠나려는 사람 많아…있고 싶은 회사 만들어야'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4년 전부터인가 조선일보에 발길을 끊은 것같다"며 "여기 생활이 재미있어서가 아니라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이념적인 요인으로, 언론학계에서 조선일보 다닌 죄로 '득'보다는 '실'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권 교수는 지난 97년 조선일보를 떠나 경성대학교로 옮겼다.

권 교수는 기고문에서 우선 조선일보가 겸손할 것을 주문했다.

"구독률 일등이라는 이야기를 십수년 전부터 들어왔지만 단적으로 말해 대한민국에는 조선일보를 보는 가구보다 보지 않는 가구가 더 많다는 사실이다. 지난 10여년의 구독률 여론조사 데이터를 보면 조선일보는 전 국민 대비 13∼15%대의 가구 구독를 유지하고 있다. 즉 전체 가구 중 85% 이상이 조선일보를 보지 않는다"

광고와 판매는 과학이라는 권 교수는 신문편집도 일부분 과학이라며 "과학은 예측 가능한데 조선일보의 모든 전략은 왠지 과학적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을 이었다.

권 교수는 "학자로써 조선일보를 바라볼 때는 명백히 즐거움보다 괴로움이 크다"며 "기자였을 때 바라보던 조선일보와 지금 바라보는 조선일보는 다르다"고 털어놨다.

"바깥에 나와 내가 조선일보를 비판해도 동료 교수들이 날 오히려 이상하게 바라본다. 객관적인 비판도 제 얼굴에 침뱉기로 받아들인다. 노보에 글을 쓰는 일도 '맞아죽을 각오'를 하지 않으면 못쓴다"는 이유로 권 교수는 다시는 친정에 발 담그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각오로 노보에 글을 기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가 지적한 첫 번째 조선일보 지면의 문제는 쉽게 쓰는 기사들이 있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요즘 기사를 보면 '저것도 기사인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것들이 눈에 보인다"며 "뉴스밸류라는 것이 사람마다 다르긴 하지만 어떤 전문 영역의 기사들은 전공한 교수들이 보기에 '거짓말이야'하는 게 있다"고 밝혔다.

"억지로 만드는 기사, 심하게 '빨아주는' 기사, 광고 받고 실어주는 듯한 인상이 풍기는 기사…." 등이 그것이라며 자기 같은 독자가 많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기사 '쉽게' 쓰지 말아줄 것을 부탁했다.

권 교수는 또 "가끔 선후배들과 통화하다 보면 틈만 나면 회사 뜰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어딘가 확실한 자리만 있으면 나가고 싶은데 회사 그만두면 그동안 누리던 '기득권'을 포기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니 그게 무서워서 못 뜬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사를 떠나고 싶은 이유로 권 교수는 인사의 문제점을 꼽았다. 권 교수는 "인사가 만사라는데 언론사도 조직인지라 이상한 'politics'가 작용한다. 줄이 있고 계보가 있고 파벌이 있다. 그리고 직종간의 이상한 장벽도 있다. 그 직종이 신라시대 6두품제처럼 따라 다닌다. 능력 중심이 아니라 이런 보이지 않은 요인들이 더 중요시되니 소외받는 사람은 떠날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권 교수는 '거만한' 조선일보 기자들의 스타일도 문제삼았다. 권 교수는 "조선일보 기자들은 아직 거만하다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얘기한다"며 "사장이 친절하게 전화 좀 받으라고 독촉하면 가끔 친절하게 전화받는다. 아니 받는 척한다. 너무 거만하다 몇 번 이야기하면 겸손한 척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권 교수는 "기자는 파워가 있다. 그러나 그게 기자 개인에 대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기자라는 날개 떼고 나면 아무도 왕대접 안한다"고 덧붙였다.

권 교수는 이와 함께 지방, 특히 영남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주문했다. 권 교수는 "부산 사람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달랑 한면에(가끔 두면) 광고가 더 많으니 인구 천만명의 부울경(부산 울산 경남) 독자들 읽으라고 만드는 것인지 광고를 위해 기사 대충 채워서 팔아먹자는 것인지 화가 난다"며 "수도권에서 구독률 1% 올리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천만명 영남권에서 1% 올리는 것이 훨씬 쉽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권만우 교수가 조선일보 노보에 기고한 글 전문.

조선일보를 떠나 대학으로 옮긴지 7년째로 접어듭니다. 저는 이제 소위 ‘정년보장’을 받아 짤릴 위험이 없는 ‘철밥통 교수’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대학 내에서 소속을 여러번 바꿔 지금은 디지털디자인전문대학원에 있습니다.

4년 전부터인가 조선일보에 발길을 끊은 것 같습니다. 여기 생활이 재미있어서가 아니라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이념적인 요인이 큽니다. 언론학계에서 조선일보 다닌 죄로 ‘득’보다는 ‘실’이 많았습니다. 학회에서 회의 끝나고 2차 가면 항상 마지막은 저 혼자 일당 백으로 싸움을 하기 일쑤입니다. 그러니 언론학회도 잘 안나갑니다.

신년 사보에서 사장께서 ‘수처작주’를 말씀하셨습니다. 어딜 가든 주인이 되도록 노력하라는 좋은 말씀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조선일보 기자들을 포함하여 전 구성원이 주인 의식이 투철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주인의식이 지나쳐서 ‘아무데서나 주인 노릇’한다면 곤란한 일입니다. 혹은 그런 인상을 주거나 ‘죽기살기로’ 주인되기를 추구한다 해도 동방예의지국에서는 흠이 됩니다. 회사에 대해 주인의식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 나라에 대해, 이 국민에 대해, 혹은 정치에 대해, 혹은 경제에 대해, 문화에 대해 거의 죽기살기로 “주인이고 법이오” 외치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 진정한 주인은 드러내지 않고 겸손합니다.

이 자리에서 밝히는 바지만 저희 고조부께서는 구한말 안동지방 의병대장을 하셨고 증조부께서는 신간회 운동을 하셨습니다. 그걸 제가 어딜 가서 구차히 “이 나라가 나의 할아버지 때문에 존재한다. 그러니 너희들 나한테 잘해라 잉” 하며 떠든다면 ‘아무데서나 주인 노릇하는 셈’이지요. 소리 내어 떠들지 않아도 조선일보가 일등인 줄 다 아니까 좀 더 겸손한,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등 이야기 나온 김에 한마디 하겠습니다. 구독률 일등이라는 이야기를 십수년전부터 들어 왔습니다. 그러나 단적으로 말해 대한민국에는 조선일보를 보는 가구보다 보지 않는 가구가 더 많다는 사실입니다. 지난 10여년의 구독률 여론조사 데이터를 보면 조선일보는 전 국민 대비 13~15%대의 가구 구독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즉 전체 가구 중 85% 이상이 조선일보를 보지 않습니다. 그러니 적도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또 세월이 갈수록 종이신문 구독자 수는 해마다 감소하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현재의 구독률을 유지하는 것은 잘하고 있는 셈이라 할 수 있습니다. 통계청이 실시한 2000년 사회통계조사에 따르면 15세 이상 인구 중 종이신문을 구독하고 있는 사람의 비율은 1996년의 72.2%에서 2000년도에 65.1%로 감소했으며 현재는 60% 미만으로 추정됩니다. 미국의 경우 종이신문구독률은 해마다 감소해서 현재 40%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뭔가 혁신적인 전략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래서 CRM도 하고 데이터베이스 마케팅도 하지만 왠지 전문적이라고 느껴지지 않습니다. 광고와 판매는 과학입니다. 신문편집도 일부분 과학입니다. 과학은 예측 가능한데 조선일보의 모든 전략은 왠지 과학적이라고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영향력에 포커스를 맞추기도 합니다. 즉 10만부 팔려도 막강한 여론영향력을 지닌 매체도 있고 200만부 팔려도 영향력이 없는 신문도 있다는 식이지요. 뉴욕타임스를 항상 들먹거리는 이유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제 생각에는 조선일보의 가구 구독률이 25% 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거기에 대한 연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어떻게?’라고 물으면 대답하기 싫습니다. 조선일보는 지금의 영향력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아니, 조선일보 구성원들은 이미 그 답을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알고도 실행하지 않는 것이지요. 모르고 실행하지 못하면 할 수 없지만 알고도 실행하지 않는 것, 그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언론학자입니다. 학자로써 조선일보를 바라볼 때는 명백히 즐거움보다 괴로움이 큽니다. 기자였을 때 바라보던 조선일보와 지금 바라보는 조선일보는 다릅니다. 내부에 있을 때는 모든 조선일보에 대한 비판이 나의 욕으로 들렸습니다.(지금도 부분적으로는 그렇습니다.) 또 내부에 있을 때 내가 나의 언론사를 비판하는 일은 제 얼굴에 침뱉기였습니다.

그러나 바깥에 나와 제가 조선일보를 비판해도 동료 교수들이 저를 오히려 이상하게 바라봅니다. 객관적인 비판도 제 얼굴에 침뱉기로 받아 들입니다. 그래서 비판도 함부로 못합니다. 이 노보에 글 쓰는 일도 ‘맞아죽을 각오’를 하지 않으면 못씁니다. 그래서 그냥 오늘 다시는 이 친정에 발 담그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각오로 몇가지 적어 봅니다.

첫째, 요즘 기사를 보면 ‘저것도 기사인가’하는 의문이 드는 것들이 눈에 보입니다. 뉴스밸류라는 것이 사람마다 다르긴 하지만 어떤 전문 영역의 기사들은 전공한 교수들이 보기에 “거짓말이야” 하는 게 있습니다. 억지로 만드는 기사, 심하게 ‘빨아주는’ 기사, 광고 받고 실어주는 듯한 인상이 풍기는 기사…. 일일이 열거하면 제가 나쁜 놈 되므로 생략하겠습니다만 사장실 있을 때 매일 하던 일이 열두개 신문 스크랩해서 비교하는 것이라 지금도 그렇게 비교하고 있습니다. 저같은 독자가 많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기사 ‘쉽게’ 쓰지 말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 이야기는 결국 기자들이 공부 안한다는 이야기도 됩니다. “그나마 조선일보 기자는 나은 편”이라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듣습니다. 물론 인정합니다. 책도 쓰고 자기 계발도 열심히 하고 합니다. 그러나 상대평가를 하면 높은 점수를 받지만 절대평가를 하면 점수 높게 못줍니다. 공부를 좀 더 하시라는 게 제 부탁입니다. “올해는?” 하면서 넘긴 게 십수년입니다. 자기 계발은 자기가 하는 것입니다.

가끔 선후배들과 통화하다 보면 틈만 나면 회사 뜰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어딘가 확실한 자리만 있으면 나가고 싶은데 회사 그만두면 그동안 누리던 ‘기득권’을 포기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니 그게 무서워서 못 뜬다는 거지요. 어쨌든 좋은 회사는 ‘있고 싶어 미치는’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갈 놈 가라고 등 떠미는 회사는 좋은 회사 아닙니다. 저도 지방 2류대학에 있지만 저는 이 대학이 대한민국에서 제일 좋은 대학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름값 좀 떨어져도 돈 많이 주고 안정적이고 학생 많이 몰리면 좋은 대학 아닙니까? 대한민국 일등신문이라면 ‘있고 싶어 미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떠나고 싶은 이유가 분명 ‘돈’ 때문은 아닙니다. 조선일보가 ‘돈’은 많이 줍니다. 사람이 돈만 갖고 사는 것은 아니지요. 인사가 만사라는데 언론사도 조직인지라 이상한 ‘politics’ 가 작용합니다. 줄이 있고 계보가 있고 파벌이 있습니다. 그리고 직종 간의 장벽도 있습니다. 기자 조판제 하면서 취재, 편집, 사진, 출판, 교열등의 장벽이 조금씩 허물어지긴 했지만 그 직종이 신라시대 6두품제처럼 따라 다닙니다. 능력 중심이 아니라 이런 보이지 않는 요인들이 더 중요시 되니 소외되는 사람은 떠날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제 직종 뿐만 아니라 신문과 방송, 기자와 PD 사이의 영역도 허물어지는 세상에 컨버전스 패러다임에 역행하는 것이 이상하게 보입니다.

그리고 조선일보 기자들은 아직 거만하다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얘기합니다. 회사에서 사장이 친절하게 전화 좀 받으라고 몇 번 독촉하면 가끔 친절하게 전화 받습니다. 아니 받는 척합니다. 너무 거만하다 몇 번 이야기 하면 겸손한 척 합니다.

기자는 파워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게 기자 개인에 대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기자라는 날개 떼고 나면 아무도 왕대접 안합니다.

학교로 옮겨와 처음 겪었던 일이 교육부에 뭐 부탁하러 가서 주사, 계장한테 아부했던 일입니다. 기자였다면 국장실로 바로 갔을 텐데 교수가 뭐 힘이 있나요. 그러나 세월이 지날 수록 교수는 뼈가 튼튼해지는 직업이지만 기자는 10년 지나면 골다공증 걸리는 직업이라는 충고를 해드리고 싶습니다. 겸손하십시오. 본인과 회사를 위해. 겸손은 몸에 착 달라 붙는 것입니다. 몸에 붙지 않는 겸손은 표가 납니다. 마치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그러나 단 하나, 권력에 대해 겸손할 필요는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지방, 특히 영남에 눈을 좀 돌려달라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부산에 와서 영남면 보고 있으면 좀 답답할 때가 있습니다. 부산 사람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달랑 한면에(가끔 두면) 광고가 더 많으니 인구 천만명의 부울경(부산, 울산, 경남) 독자들 읽으라고 만드는 것인지 광고를 위해 기사 대충 채워서 팔아먹자는 것인지 화가 납니다.

수도권에서 구독률 1% 올리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천만명 영남권에서 1% 올리는 것이 훨씬 쉽습니다.(신문이라고는 석간 부산일보, 조간 국제신문 두개 밖에 없습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영남면 섹션 따로 하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오늘 두서없이 ‘맞아 죽기를 각오하고 쓰는 조선일보’ 흉내를 내 보았습니다. 속상하고 기분 나쁘더라도 시집간 딸이 친정에 푸념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주시길 바랍니다.

/수습 3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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