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사회1부 양기대 차장이 12일 총선출마를 선언하며 회사에 사표를 냈다.

양 차장은 지난 12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기자생활하면서 때로는 스스로 권력이나 회사의 눈치를 보며 왜곡은 아니지만 올바른 기사를 쓰지 못했던 적도 있음을 국민과 독자여러분께 깊이 사죄드린다"며 "16년 기자로 일하면서 보아온 우리사회의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정치개혁을 이룰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다 바친다는 각오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양 차장은 지난 88년 4월 동아일보에 입사해 사회부, 경제부, 정치부를 거쳐 퇴사하기 전까지 사회1부 차장(법조데스크)을 맡았다. 지난 98년 3월부터 2000년 5월까지 정치부에서 국민회의, 민주당을 출입했었다. 한국기자상을 두차례, 이달의 기자상을 7차례 수상한 경력도 갖고 있다.



다음은 양 차장과의 일문일답.




-총선 출마 이유는 .
"기자로서 조국의 통일과 자주적인 나라가 되는데 뭘 기여했나, 민주화 부정부패 척결에 어떤 기여를 했나 고민 많이 했다. 기자생활 16년 동안 나름대로 노력은 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현장에서 벗어나니) 비판의 날이 무뎌지면서 기자로서의 한계가 느껴졌다"

-그렇다고 정치권을 택해야 했나. 좀더 직접적인 계기는 .
"권력을 교체 감시하는 기자생활을 하다 정치권에 가는 게 옳은 길인지, 고민 많이 했다. 하지만 뭔가 행동에 나서야 하고 결론에 도달했다. 지금부터 내 자신과 주변을 납득시켜 갈 생각이다. 난 돈도 없다. 집안도 가난했다. 대학졸업 뒤 동아일보에 입사해 지금까지 일해 온 게 경력의 전부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부터 사회에 보탬이 되고 역사에 기여하는 길을 궁리하다 '출마하는 것은 어떤가'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이후 가족을 설득하고,  지난 1∼4일 휴가를 다녀온 뒤  6일 저녁 간부들에게 알렸다. 7일에는 정식으로 사직의사를 밝혔다."

-출마 준비는 돼있나.
"오늘(12일) 사표를 냈는데  준비할 시간이 있었겠나. 출마 비용은 퇴직금과 그동안 저축한 돈을 털어야 할 것이다. 후원회와 출판기념회도 열 예정이다. 아직 사무실도 마련 못했다."

-올해 43세인데 너무 젊은 것은 아닌가.
"
젊다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가장 적당한 나이라는 말은 주변에서 많이 들었다. 그리고 기성 정치권을 개혁할 젊은이를 요구하는 최근 분위기에 적합한 나이라고 생각한다."

-왜 열린우리당을 선택했나.
"우선 현 지도부에 개혁적이고 정치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북핵문제 등을 포함한 여러 사안들에 대해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또 지역갈등이 뿌리깊은 우리 사회에서 전국정당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열린우리당이 아직은 국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점이 있지만 극복해볼 생각이다."

-노무현 정부에 대해 평가를 한다면.
"여러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부분도 있지만 새로운 정치실험을 통해 50년 동안 쌓여온 우리사회의  낡은 폐단, 관습, 관행을 타파하려는 노력은 평가하고 싶다."

-한나라당에 대해서 평가한다면.
"불법 대선자금에 관여하는 차떼기 정당이라는 비판이 있다. 깊이 자성하고 새 정당으로 태어나야 한다. 이런 진통을 거쳐 사회발전에 실질적인 기여를 한다면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반드시 과거와의 단절을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자로서의 삶에 대해 한마디한다면 .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때로는 스스로 권력이나 회사의 눈치를 살펴 왜곡은 아니라도 '정도'의 기사를 쓰지 못했던 때가 왕왕 있었다. 독자와 국민들에게 깊이 사죄드리고 싶다.
또 매섭고 냉혹하게 권력을 비판하고 견제하려고 나름대로 애썼지만 당하는 쪽이 수긍할 만큼의 균형감과 합리성, 그리고 팩트에 근거한 기사를 썼는지 반성할 점이 많다."

-동아일보의 정치보도를 평가한다면.
"내 자신의 16년 기자생활을 평가하는 것만해도 버거운 일이다. 나 자신에 대한 반성과 사죄로 갈음하고 싶다."

-출마지역은.
"광명 갑이나을 중 하나다. 집도 가깝고, 집사람이 10년 넘게 그 근처에서 교사생활을 했다. 자세한 내용은 앞으로 열린우리당과 협의할 것이다."

-한나라당 전재희 의원의 지역구인데.
"
당과 정확한 출마지역을 협의해야겠지만,  전재희 의원과 겨루는 상황을 가정해 말한다면,  전의원은 민선·관선 시장을 지냈고, 생활정치로 주부들의 피부에 와닿은 정치를 잘해왔다. 다만 아쉬운 점은 국회의원이라면 지역만 챙겨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나라와 사회가 갈 방향도 고민했어야 했다. 이 점을 중점적으로 보완해나갈 예정이다."

-출마결정 때 주변에서 뭐라고 하던가.
"어려운 결단을 했다고 하더라. 하지만 당신의 커리어나 시대상황에 비춰볼 때 도전해 볼만하다고 조언해준 분이 많았다."

-언론의 정계진출에 대한 본인의 의견은.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언론의 사명이라는 점을 고려해 기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일신의 영달을 위해 기자 경력을 발판으로 정치판에 진입하겠다는 생각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나를 두고 주변에서 이렇게 비판한다면 겸허하게 수용하겠다. 변명할 마음은 없다. 하지만 언론계를 포함한 전문가 집단에서 새 인력을 정치권에 제공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 언론인이라고 영원히 정치 못하라는 법은 없지 않느냐."

-출마의 변을 정리하자면.
"지금은 국민이 제대로 된 나라에서 제대로 대접받을 수 있도록 모두의 마음과 힘을 모아야할 상시기이다. 정치·사회·경제부에서 기자생활을 하면서 정치권과 관료사회, 기업의 부정부패를 많이 봐왔다. 정치개혁과 부패척결을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 쏟겠다. 모든 걸 바친다는 각오로 사회에 기여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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