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조(위원장 신학림)가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조세포탈 횡령 등의 혐의에 대한 항소심 판결을 앞두고 방 사장의  법정 구속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법원 판결에 영향력을 주는 행위라며 반발하고 있다.

언론노조는 6일 오전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방상훈 사장의 법정구속을 촉구하는 기자회견문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언론개혁시민연대 김영호 공동대표,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김은주 협동사무처장, 언론노조 신학림 위원장, 현상윤 수석부위원장, 김순기 신문통신노협 의장, 이영식 스포츠조선지부 위원장 등 시민언론단체 인사 20여 명이 참여했다.

김순기 신문통신노협 의장은 기자회견문 낭독에서 "방사장은 자신의 아들과 사촌동생 등에게 거액의 재산을 넘겨주는 과정에서 국가에 마땅히 내야 할 증여세 55억원과 법인세 7억7000만원을 내지 않았고, 회사 공급 45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며 "부자신문, 영향력 1위의 신문권력이라고 해서 법의 칼날이 비켜간다면, 그런 정의는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김의장은 "가족과 친·인척에게 재산을 무상으로 넘겨줄 때 내야 하는 증여세를 55억원이나 내지 않은 것이 '부도덕한 적극적 조세포탈'이 아니라고 한다면 무엇이 '부도덕한 조세포탈'이란 말이냐"라며 "항소심에서는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하고도 방사장을 법정 구속하지 않은 1심 재판의 잘못된 특별대우가 결코 되풀이돼서는 안된다. 방사장을 법정구속하고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하는 양심의 심판이 내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노조는 방사장에 대한 법정구속 등 엄정한 법집행을 호소하는 내용의 탄원서를 이날 법원에 제출했다. 이와 함께 방사장의 법정구속을 촉구하는 6298명의 서명(용지서명 1297명, 온라인 서명 5001명)을 법원 민원실에 제출했다.

   
▲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 구속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영식 스포츠조선지부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창길기자
언론노조는 오는 14일 방사장의 항소심 선고공판이 열리기 직전에 추가 서명결과를 법원에 다시 제출할 계획이다.

언론노조는 탄원서에서 "저희들이 보아온 짧은 법적인 소견으로는 방사장의 죄질은 '부도덕한 적극적 조세포탈'에 해당한다고 생각됩니다"라며 "저희들이 보아온 현실은 방사장보다 훨씬 가벼운 형을 선고받은 이들도 법정 구속이 되는 것입니다. 사회 지도층 인사의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법적 특혜를 최소화하고 그 책임을 엄중하게 묻는 것이 건강한 사회공동체 유지의 밑거름이 된다는 것이 저희들의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 관계자는 "(방사장 혐의의) 내용을 떠나 법원판결에 영향을 주겠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라며 "판결을 겸허히 기다려야지 이렇게 하면 법이 무슨 필요가 있느냐. 법원의 독립성도 훼손된다"고 밝혔다.

조선일보의 다른 기자는 "동아일보 김병관 명예회장이나 조희준 전 국민일보 사장의 경우에는 법정구속 촉구운동을 벌이지 않았는데 방사장에게만 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

조세포탈범 방상훈 조선일보사 사장의 법정구속을 촉구하며

법 앞에서 만인은 평등해야 합니다. 권력이 있다고 해서, 돈이 많다고 해서 법 적용의 특혜를 마음껏 누린다면 그런 세상에는 희망이 없습니다. 만일 부자신문, 영향력 1위의 신문권력이라고 해서 법의 칼날이 비켜간다면, 그런 정의는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방상훈 조선일보사 사장은 자신의 아들과 사촌동생 등에게 거액의 재산을 넘겨주는 과정에서 국가에 마땅히 내야 할 증여세 55억원과 법인세 7억7000만원을 내지 않았습니다. 회사 공금 45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1심에선 징역 3년, 벌금 56억원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법정 구속되지 않았습니다. 두 번의 전과가 있다는 이유로 200억원을 훔친 10대가 구속되고 10대에게서 빼앗은 1400원을 20대가 구속되는 시대에, 법은 방 사장에게 예외적으로 따뜻했습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항소심에서 방사장에게 1심 때와 마찬가지로 징역 7년,벌금 120억원을 구형했습니다. 오는 1월14일에는 방사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언론사주의 절대적 힘을 자랑하며 아무런 반성도 없이 마음껏 자유를 누리고 있습니다,.

혹자는 방사장이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있다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뉘우치고 있다는 증거로 올해 신년사에서 "어렵고 소외된 계층에게 따뜻한 사랑의 빛을 비추어,사회 곳곳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내는 역할"에 조선일보가 발벗고 나서겠다고 밝힌 점을 꼽기도 합니다. 새해 들어 날마다 조선일보가 '우리 이웃의 삶을 들여다보셨습니까'라는 특집기획을 내보내고 있는 것도 뉘우침의 증거로 거론되기도 합니다.

항소심 선고공판을 앞두고 방사장과 조선일보가 보이는 모습이 어떤 효과를 노리는 것인지에 대해 구구하게 설명하지는 않겠습니다. 평소에 조선일보가 어렵고 소외된 계층을 위한 사회복지 정책에 대해 얼마나 냉담하게 반응해왔는지에 대해 자세히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방사장이 진정으로 뉘우치고 있다면 자신의 죄를 깨끗이 인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방사장은 지난해 11월 항소심에서 "2001년 세무조사의 언론 탄압적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며 "80년 조선일보 역사의 긍지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공사 양면으로 노력해왔다"고 밝혔습니다. 법의 심판을 받을 만큼 부도덕하게 조세를 적극적으로 포탈하지는 않았다는 것입니다.

증여세가 무엇입니까. 가족과 친.인척에게 재산을 무상으로 넘겨줄 때 내야 하는 세금입니다. 그런 증여세를 55억원이나 내지 않은 것이 '부도덕한 적극적 조세포탈'이 아니라고 한다면 도대체 무엇이 '부도덕한 적극적 조세포탈'이라는 말입니까.

우리는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인 사법부에 간곡히 호소합니다.항소심에서는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하고도 방사장을 법정 구속하지 않는 1심 재판의 잘못된 특별대우가 결코 되풀이돼서는 안됩니다. 조세포탈범 방사장을 법정 구속하고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하는 양심의 심판이 내려져야 합니다.

 

2004년1월6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상훈 사장의 법정 구속 촉구 서명운동 참여시민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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