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3일 장차관 등이 참석한 국정토론회에서 "공무원 조직이 언론에 포위됐다"고 발언하는등 국정이 언론을 통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강조하자 일선 기자들과 일부 언론들이 "신중치 못한 발언"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노 대통령은 이날 제3차 참여정부 국정토론회에 참석해 "여러 과정에서 국민들과의 소통이 충분치 못한 것 같다. 이해관계자, 언론, 국회, 국민 등에게 하고자 하는 일의 취지와 효과를 잘 홍보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동안 (언론을 통해) 잘 전달되지 않거나, 왜곡 전달된 일들이 많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언론 포위론'에 대해 기자들은 최근 대통령 측근비리 수사결과에 대한 보도, '10분의 1' 발언, '민주당 찍으면 한나라당 도와주는 것' 등의 보도에 대한 불만이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다.

한 중앙일간지 청와대 출입기자는 "일부 특정 언론의 확대 과장 보도를 전체 언론의 문제인 것처럼 거론한 것 같다. 이는 매우 바람직하지 못한 생각"이라며 "위정자들의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하는데 여기에는 언론의 지지도 포함돼야 한다. 언론에 포위됐다고 생각하는 것은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 기자는 "물론 최근 측근비리 수사와 관련해 용인땅 매매 건의 경우 검찰이 이자부분에 대해 기소한 것인데 대부분의 언론이 '대여금' 19억원 전체가 불법자금인 것처럼 제목을 뽑는 등 대통령 본인으로서는 분통터질 만한 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장차관, 비서관 등 고위공직자들의 언론 접촉에 대해서까지 이래라 저래라 하면 앞으로 누가 언론과  상대하겠냐"고 덧붙였다.

다른 청와대 출입기자는 "최근 자신에 대한 비판기사가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5일자 일부 조간신문들 사설을 통해 노 대통령의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이날 <공직사회가 언론에 포위당했나>라는 사설에서 "새해 벽두부터 언론 탓을 하는 모양이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노 대통령의 언론에 대한 적대적 인식이 조금도 바뀌지 않은 것같아 유감스럽다"며 "언론보도가 입맛에 맞지 않으니 스스로 발광을 하겠다는 발상은 어불성설이다. 배우가 연기를 잘하는데 왜 언론의 각광을 받지 않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도 "언론 때문에 '공직사회가 일을 잘하거나 신용을 잃은 것'이 아니다"라며 "'잘되면 내 덕이요, 못되면 조상 탓'이어서는 결코 발전할 수 없다. 언론은 언론의 일을 할 뿐이다. 정부는 정부의 일만하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도 <노대통령 경제·민생 우선이라더니>에서 "신중치 못했다"고 비판했다.

앞서 노 대통령은 국정토론회 연설을 통해  "별로 문제가 없는 것을 아주 문제가 있는  것처럼  덧칠하고 색깔을 입혀 전달하면 아주 나쁘게 전달된다"고 말했다. 노대통령은 특히 "우리 공무원들이 열심히  일하고, 그 일의 결과에 대해 비판만 받아 노엽고 힘빠진 경우가 한두번이 아닐 것"이라며 고속전철 역사 추가 선정에 따른 언론보도를 그 사례로 들어 "저는 신문을 보고 인천공항이 제대로 문도 열지도 못하고 국민에게 빚만  잔뜩 짊어지우는 애물단지가 될 줄 알았는데, 지금 효자 노릇을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그동안 우리 공직사회가 일 잘하고 신용을 얼마나 잃었느냐"고 반문한 뒤 "가만히 앉아 구경만 한다고 잘못된 것이 바로 잡아지지 않는 만큼 뭔가 노력을 해야 한다"며 강조했다. 그는 "청와대 비서관들이 모여 앉아 신문을 읽고 사실이 아닌 것을 놓고 대통령의 행태에 대해 우려하고 '이것은 고쳐야 할텐데' 하는 것을 볼 때 정말 난감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공직사회는 쉽게 함락되진 않지만 (언론에) 포위돼 있다"며 "그 포위선에 의해 국민들과 분리돼 있으므로 이를 극복하지 않으면 자신있게 일할 수도, 국민들의 협력을 얻을 수도, 올바른 평가를 받을 수도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어 "지금은 여론의 장에서 의제가 설정되며,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언론)매체"라며 "무대 위에서 여러 배우가 연기를 하는데 매체가 비추지 않으면 의미가 없게 된다. 비춰주지 않으면 스스로 발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노 대통령은 "전 공무원이 홍보요원화 해야 된다"며 "자기 한 일이 왜곡되게  국민들에게 전달되는 것은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공직자들의 사명감, 자부심이 있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전달하고 글쓰는 사람들의 생각을 바꿔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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