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이 2004년 신년사에서 "다른 신문이나 무가지, 인터넷 등이 재래시장이나 할인매장이라면 중앙일보는 명품 백화점이라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며 "지금과 같은 격동기일수록 내부적으로는 효율성을 높이고 외부적으로는 친중앙 세력을 확대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5일 오전 시무식에서 발표한 신년사를 통해 "올해는 (자신이) 발행인으로 취임해서 2창간을 선언한지 만 10년 되는 해"라며 그동안 섹션신문, 가로쓰기, 진보와 보수의 끝이 아닌 열린보수 지향을 통한 가치와 논조의 정립을 이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홍 회장은 "또 한번 도약의 시점을 맞았다"며 "매우 다행스러운 것은 내부의 역량이 충분히 갖춰져 있고, 외부적으로 우리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홍 회장은 이를 위해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말해왔지만 실현 노력은 본격화되지 못했던 부분인 기사의 질을 업그레이드시켜 다른 신문과 차별화된 지면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기사의 질을 평가하는 기준으로는 "독자들의 가슴을 움직이는 기사가 질이 우수한 기사"를 들고 그 선례가 "6개월 남짓한 짧은 기간이지만 독자와 광고주들이 인정하는 차별화된 상품이 된 위크앤(주말판)"이라고 밝혔다.

홍 회장은 이어 "차별화로 경쟁력을 갖춘 신문을 만들어야 한다. 이젠 조선, 동아가 아닌 전 매체와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신문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제 무료신문의 등장과 포털 사이트의 미디어 진출로 뉴스는 공짜라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홍 회장은 또 판매, 광고의 과학화와 선진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즉 "신문경영의 안정적 토대를 구축하고, 신문을 중심으로 잡지·출판·인터넷·방송 등 각종 매체가 건실하게 포진하는 본격적인 중앙일보미디어네트워크 시대를 열 수 있기를 바란다"며 "특히 출판부문은 허스트사와의 제휴에서 이어 세계 최고·최대의 출판사로 도약하는 기틀을 확고히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홍 회장은 끝으로 "지금과 같은 격동기일수록 내부적으로는 효율성을 높이고 외부적으로는 친중앙 세력을 확대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이 5일 오전 발표한 신년사 전문.

존경하는 중앙일보 임직원 여러분!
설레임과 기대 속에 또 새로운 한해를 맞았습니다. 새해에도 여러분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저는 오늘 여느 해와는 다른 특별한 감회를 안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올해는 제가 중앙일보 발행인으로 취임해서 2창간을 선언한지 만 10년이 되는 해입니다. 되돌아보면 정말 숨가쁘게 달려온 역동의 장기였습니다. 조간화,섹션신문,가로쓰기,전문기자제도,기획취재팀,지면 재배치 주말섹션 등 우리 중앙인들이 지혜와 의지를 모아 만들어 낸 여러 개혁 조치들은 한국 신문계를 뒤바꾼 변화의 추진력이었으며, 중앙일보 성장의 직접적인 동력이 됐습니다.그 결과 우리는 지금 최정상의 문턱에 와 있습니다.

존경하는 임직원 여러분!
우리는 호흡을 가다듬고 또 한번의 도약을 준비하는 시점을 맞았습니다. 매우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 내부의 역량이 충분히 갖춰져 있고,외부적으로 우리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 10년간의 경험은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의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었지만,그 힘이 축적되면서 더 큰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또 불편부당한 공정 보도,갈등과 분열을 치유하는 통합자로서의 자세 등은 지역간,세대간,계층간 갈등이 심각한 우리 사회에서 커다란 무기가 되고 있습니다.10년전 제2창간을 선언했을 때의 여건이 백지 상태나 다름없었다고 한다면 지금은 밑그림이 훌륭하게 그려져 있는 상태라고 할 것입니다.   

친애하는 중앙가족 여러분!
이제 우리는 확고한 최정상의 신문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호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물론
신문간의 경쟁이 하루 아침에 결정나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지난 10년의 경험에서 얻은 자신감이 있고,호의적인 잠재 독자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우리 하기 나름입니다. 우리가 지난 10년동안 해온 것이 무엇입니까? 가장 먼저 한 것은 하드웨어적인 개혁이었습니다.섹션신문을 만들고 가로쓰기를 하는 등 독자들은 마음속으로 바라고 있었지만 신문사들이 무시하고 있던 그런 일들입니다. 중앙일보의 선도적 개혁에 대한 반향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우리가 함께 추진한 것은 가치와 논조의 정립이었습니다. 여러분들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열린 보수, 자유주의, 민주주의, 세계주의, 상생주의,실용주의 등입니다.이런 것들을 특징적으로 보여주는 기사나 칼럼을 지면에 제대로 반영하기 시작한 것은 얼마되지 않습니다.

흔히들 지면의 힘을 얘기합니다만, 색깔과 목소리는 진보와 보수의 끝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열린 보수도 인상적인 색깔을 만들 수 있습니다. 얼마든지 큰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재작년 내셔널 어젠다 중 ‘예산 1% 북한 돕자’라는 제안과 지난해 이문열과 황석영을 필두로 시작한 ‘시대를 논하다’ 등에 대한 반향에서 우리는 그 점을 확인했습니다. 우리는 더욱 열린 자세로 사회의 새로운 변화를 주도해 나가고, 갈등과 분열을 통합하는 노력을 꾸준히 기울여 독자들의 신뢰와 사랑을 확보해야 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임직원 여러분!
저는 오늘 또 한가지 제안을 하려 합니다. 그 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말해 왔지만 실현 노력은 본격화되지 못했던 부분입니다. 바로 기사의 질을 업그레이드 시켜 다른 신문과 차별화된 지면을 만들자는 것입니다.이것은 일류신문으로 가는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관문입니다.
기사의 질을 평가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 있을 수 있습니다. 저는 독자들의 가슴을 움직이는 기사가 질이 우수한 기사라고 생각합니다. 기자의 열과 성과 혼이 느껴지지 않으면 독자들은 감동하지 않습니다. 그냥 흘려 볼 뿐입니다. 좋은 예를 최근 우리가 만들었습니다.
위크앤입니다. 6개월 남짓한 짧은 기간입니다만 독자와 광고주들이 인정하는 차별화된 상품이 되었습니다. 위크앤 팀원 전체가 부단한 창의력과 집중력을 발휘한 결과라고 저는 평가하고 있습니다. 제작 주기가 다르고 일하는 방식이 다르긴 하지만 다른 부서라고 못할 것 없습니다.
위크앤이 ‘하면 된다’는 선례를 보여줬다고 봅니다. 

존경하는 임직원 여러분!
지면 전체의 질을 본격적으로 업그레이드해 새로운 신문을 만드는 한해가 되도록 합시다. 차별화로 경쟁력을 갖춘 신문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젠 조선,동아가 아닌 전 매체와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신문을 만들어야 합니다. 신문의 환경이,독자들의 행태가 그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제 무료신문의 등장과 포털 사이트의 미디어 진출로 뉴스는 공짜라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신문을 외면하는 현상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중앙일보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차별화가 유일한 대안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려면 기사 한 줄,사설 한 줄에도 한 단계 높은 정보와 분석과 어젠다가 담겨 있어야 합니다. 신문 한 면마다 새로운 신문을 만들어 간다는 창의력과 집중력이 독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어야 합니다. 다른 신문이나 무가지,인터넷 등이 재래시장이나 할인매장이라면,중앙일보는 명품 백화점이라는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차별화된 신문은 누가 만듭니까? 저나 편집인도 아니고 편집국장도 아닙니다.편집국 구성원 모두가 나서지 않으면 안됩니다.제가 여러 차례 강조했듯이 부·차장의 리더십이 달라져야 하며,기자들이 일하는 방식이 달라져야 합니다.
그것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갖추는 일을 서둘러야 합니다.  

중앙일보 임직원 여러분!
중앙일보는 내년에 창간 40주년을 맞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기간 입니다만 하드웨어 개혁, 지면의 정체성 확립,기사의 질 개선으로 이어지는 제2창간 10년의 장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서 중앙일보가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신문으로 우뚝 서기를 기대해 봅니다.

아울러 판매·광고의 과학화와 선진화도 획기적 진전을 이뤄 신문 경영의 안정적 토대를 구축하고,신문을 중심으로 잡지·출판·인터넷·방송 등 각종 매체가 건실하게 포진하는 본격적인 중앙일보미디어네트워크 시대를 열 수 있기를 바랍니다. 특히 출판 부문은 허스트사와의 제휴에 이어 세계 최대 출판사 가운데 하나인 랜덤하우스와 초대형 출판법인을 발족시키는 것을 계기로 국내 최고·최대의 출판사로 도약하는 기틀을 확고히 마련해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중앙미디어네트워크는 신문과 출판,그리고 일간스포츠와 제휴해 업계 1위로 뛰어오른 조인스닷컴이 세개의 축을 이뤄 발전을 가속화할수 있을 것입니다.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사회 각 부문이 변화와 개혁의 소용돌이 속에서 요동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런 외부 상황은 더 이상 중앙일보에 장애요인이 될 수 없습니다. 지금과 같은 격동기일수록 내부적으로는 효율성을 높이고 외부적으로는 친 중앙 세력을 확대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희망찬 중앙일보미디어네트워크의 내일을 위해 우리 모두 힘차게 나아갑시다. 감사합니다.


2004년 1월 5일 회장 홍 석 현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