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일민 김상만 전 동아일보 사장이 주도하고 이후락 중앙정보부장 등 당시 유력 정관계 인사들이 참석했던 ‘덕소모임’을 다룬 KBS의 <미디어포커스> 보도에 대해 동아일보가 특별취재팀을 구성해 반박기사를 게재하고 법적 대응을 검토하는 등 ‘전면전’을 선포하고 나섰다.

KBS <미디어포커스>는 지난 13일 내보낸 <한국언론의 빅브라더-미국>에서 지난 71년 당시 동아일보 김상만 발행인의 초청으로 윌리엄 포터 당시(71년) 주한 미국대사, 이후락 중앙정보부장, 이철승, 정일권, 김대중·김영삼씨 등이 참석했던 ‘덕소모임’의 성격과 배경을 집중 보도했다.

<미디어포커스>는 포터 대사의 ‘선거 후 파티, 또는 신문발행인이 살아남는 지름길’이라는 보고서를 인용해 당시의 덕소모임을 소개하면서 “일선기자들이 권력에 맞서 투쟁하고 있을 때 신문사사주는 권력의 눈밖에 나지 않기 위해 뒤로 손을 내밀고 있었던 것”이라며 “정부와 기자들 사이의 삼각관계 속에서 수많은 동아일보 기자들은 길거리로 쫓겨났다. 그러나 동아일보와 그 사주는 살아남았다. 핵심권력자와 여야정치인들까지 한자리에 불러모을 수 있는 막후 실력자이자 언론사 사주들의 후견인이었던 미국…”이라고 덧붙였다.

이 보도가 나간 뒤 동아일보는 <미디어포커스>의 보도가 악의적이고, 일방적인 매도였다며 지난 18일 편집국 각 부서 기자들로 짜여진 특별취재팀을 가동해  KBS의 과거 뿐 아니라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점도 비판하는 등 정면 대응키로 했다.

동아일보 임채정 특별취재팀장(부국장)은 “전체 상황 중 일부만 뽑아서 모임의 성격을 왜곡했다. 유신시절이었던 당시 동아가 가장 공정했다는 평가도 뺀 채 친미를 억지로 갖다 붙였다”며 “언론이 상호 비평하는 것은 좋으나 금도가 있다. 기본적으로 사실확인과 맥락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임 팀장은 “특별취재팀은 편집국 전원이 아이디어를 내서 해당 부서가 취재 기사화 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KBS 문제가 있으면 어떤 내용도 다 보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동관 정치부장은 “KBS 미디어포커스의 보도는 자의적으로 왜곡한 부분이 많다. 당사자들마저 사교모임 정도라고 했던 모임을 친미로 연결짓는 무리한 논리적 비약을 한 데 대해서는 어처구니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BS <미디어포커스>팀의 김용진 기자는 “동아일보가 왜곡했다고 지적한 부분에 대해 얼마든지 반박할 수 있고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프로그램을 통해 이를 내보낼 것인지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지금까지 보도된 수준으로 봐서는 굳이 대응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프로그램 도입부에서 언급한 동아일보 부분은 미국의 역할이 무엇인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려는 차원에서 예를 들어 언급한 것 뿐”이라면서 “현재 상황을 주시하고만 있다”고 밝혔다.

KBS의 다른 관계자도 “동아일보는 KBS와 관련된 사안이면 거의 모든 문제를 지금까지 다뤄 왔는데 굳이 별도 특별취재팀까지 마련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라면서 “부당하게 생각되는 보도가 있으면 정면대응 하겠지만 아직까지는 대응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조현호·민임동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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