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과 바이러스 확산 우려 때문에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 조류독감 발생현장에 일부 방송 기자들이 사전허가 없이 들어가 방역 당국이 위험을 무시한 무분별한 취재라며 반발하고 있다.

충북 음성군 삼성면의 한 닭사육 농장(H농장)에서 지난 11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조류독감이 발생했다는 검사 결과가 나오자 이날 밤 CJB청주방송과 충주MBC 취재팀은 해당 농장으로 들어갔다. MBC는 이날 취재한 내용을 지난 12일 전국에 방영된 <뉴스데스크>에서 ‘조류독감 비상’이란 제목으로 내보냈다.

충북도청 방역상황실 박경재 가축위생팀장은 “조류독감 발생지역은 소독과 방역을 받은 방역관 이외에는 들어가지 못하도록 통제하고 있으나 취재팀이 해당 지역을 지키는 관리들이 식사하러 간 틈을 타 들어갔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MBC 등 방송사 입장에선 농장에 잠입해 화면을 잡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바이러스가 신발에 묻거나 공기를 통해 감염될 수도 있는데 방역도 안된 상태로 들어가면 어떻게 되느냐”며 “최소한의 상식을 무시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농림부 가축방역과 관계자는 “통제구역은 전파 속도 등 상황에 따라 발생지역으로부터 넓게는 3∼10km 좁게는 100m 이내로 다양하게 설정되지만 문제가 된 조류독감 발생농장의 경우 방역관 이외에는 들어갈 수 없도록 엄격히 통제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장을 취재한 충주MBC 김모 기자는 “당시 농림부와 통화해 파악한 바로는 닭들을 다 폐기처분하고 방역도 마친 것으로 판단해 축사라도 찍으려고 들어간 것”이라며 “입구에 바리케이트나 방역제어선도 없었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농림부 관계자의 말과는 달리 죽은 닭들이 그대로 있었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차도 밖에 세워놨고, 나올 때 신발과 옷도 다 털고 나왔다”며 “들어갔다 나올 때 지키는 사람들이 밥 먹으러 간 것을 알았다”고 덧붙였다.

CJB청주방송 최모 기자는 “그 농장이 통제구역이라는 것을 몰랐다”며 “현장접근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들어갔다. 아주머니의 안내를 받고 장화와 우비를 착용하고 들어갔고, 20분 뒤쯤 충주MBC기자가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충북도청 박경재 팀장은 “감염과 바이러스 전파의 위험을 줄이려면 최소한 옷과 신발 소독은 철저히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언론계 안팎에서는 전염병 등의 취재에 대한 가이드라인 정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그동안 바이러스 종류와 병원균의 특성을 고려해 경우에 따라 언론사에 엠바고를 걸고 보도자제를 요청하는 등의 방식으로 운영해왔다. 하지만 취재에 대한 일반적인 가이드라인은 없다.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검토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조현호·김성완 기자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