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일민 김상만 전 동아일보 사장이 주도하고 이후락 중앙정보부장 등 당시 유력 정관계 인사들이 참석했던 '덕소모임'을 다룬 KBS의 <미디어포커스> 보도에 대해 동아일보가 특별취재팀을 구성해 반박기사를 게재하고 법적 대응을 검토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KBS <미디어포커스>는 지난 13일 내보낸 <한국언론의 빅브라더-미국>에서 지난 71년  당시 동아일보 김상만 발행인의 초청으로 윌리엄 포터 당시(71년) 주한 미국대사, 이후락 중앙정보부장, 이철승, 정일권, 김대중·김영삼씨 등이 참석했던 '덕소모임'의 성격과 배경을 집중보도했다.

<미디어포커스>는 포터 대사의 '선거후 파티, 또는 신문발행인이 살아남는 지름길'이라는 보고서를 인용해 당시의 덕소모임을 소개하면서 "동아일보는 왜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에게 관심이 있었을까"라는 의문을 던졌다.

이어 <미디어포커스>는 "일선기자들이 권력에 맞서 투쟁하고 있을 때 신문사사주는 권력의 눈밖에 나지 않기 위해 뒤로 손을 내밀고 있었던 것"이라며 "정부와 기자들 사이의 삼각관계 속에서 수많은 동아일보 기자들은 길거리로 쫓겨났다. 그러나 동아일보와 그 사주는 살아남았다. 핵심권력자와 여야정치인들까지 한자리에 불러모을 수 있는 막후 실력자이자 언론사 사주들의 후견인이었던 미국…"이라고 덧붙였다.

   
▲ 방송일: 20031213 미디어포커스 24회 <한국언론의 빅브라더-미국>

   

   
이날 보도가 나간 뒤 동아일보는 <미디어포커스>의 보도가 악의적이고, 일방적인 매도라며 지면을 통한 반박과 함께 법적인 대응도 검토하는등 반발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이달 중순부터 내부 논의를 거쳐 특별취재팀을 구성하고  KBS의 과거 뿐 아니라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점도 비판하는 등 정면대응하기로 했다.

동아일보는 우선 지난 22일자에 실린 라는 기사를 통해 미디어포커스가 인용한 비밀전문에 △권력과의 갈등으로 인한 동아일보의 곤경 △동아일보에 대한 평가 △선거 뒤 간부 교체압력 등도 기재돼 있음에도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 이동관 정치부장은 "KBS의 정연주 사장이 부임한뒤 이같은 방송보도가 많았으나 그동안 자제하려고 애를 많이 썼고, 내부적으로 성숙하게 수위조절하려고 노력했다"며 "그러나 지난 13일 방영된 덕소모임에 대한 KBS 미디어포커스의 보도는 자의적으로 왜곡한 부분이 많다. 당사자들마저 사교모임 정도라고 했던 덕소 모임을 친미로 연결짓는 무리한 논리적 비약을 한 데 대해서는 어처구니가 없다"고 말했다.

이 부장은 "과거를 자꾸 얘기하자면 KBS 자신들이 5,6공 독재정권 때 했던 일에 대해 제대로 반성한 일이 있나. 이번 보도는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인내의 한계를 넘어섰다"며 "지면을 통한 대응 뿐만 아니라 법적 대응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편집국의 한 간부는 "청와대의 모 관계자가 우리에게 언론을 '무기'로 삼는다고 한 적이 있는데 이 말은 KBS에 해당되는 말"이라며 "KBS에 직간접적으로 유감표명을 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별 의미가 없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말이 있듯이, 앞으로 KBS가 안고 있는 문제가 얼마나 큰지 낱낱이 파헤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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