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휘장로비 사건에 연루된 정치인의 실명을 보도했다가 해당 정치인으로부터 민형사상 소송을 당했던 일부 언론사가 사태 수습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의원들이 ‘흠집 없애기’ 차원에서 끝까지 가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CPP코리아 김모 사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것으로 거론됐던 정치인 6∼7명 중 박종희·남경필(한나라당)·윤철상(민주당) 의원 등은 최근 검찰에 출두해 고소인 조사를 받았다.

지난 5월과 6월 두 차례나 돈을 받았다고 보도한 SBS를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한 박 의원은 16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사실과 다르다고 수 차례 말했는데도 두 차례나 실명을 거론해 보도한 데 대해 그냥 넘어갈 수 없다. 판결이 날 때까지 갈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선거를 어떻게 치르겠느냐”고 밝혔다.

SBS에 민·형사 소송을 제기한 윤철상 의원측도 “요즘 정치인들은 악의적인 보도에 대해 계속 승소하고 있다”며 “우리도 무고한데 가만히 있을 수 있느냐. 어차피 1월이면 재판결과가 나올 것이고 그때까지 승부를 내야 선거를 치를 수 있다”고 말했다.

SBS와 일부 신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남경필 의원측도 “수사기록을 받았는데도 돈 받았다는 것을 입증할 증거가 없었다”며 “선거전에 깨끗하게 정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장 많은 소송을 당한 SBS 김형민 사회부장은 이에 대해 “의원들과 좋게 마무리했으면 한다는 차원에서 성의를 다해 의사타진해서 마무리짓겠다는 게 입장”이라며 “정정보도할 생각은 없지만 수사가 마무리되면 의원들의 억울한 부분에 대해 해소시켜주는 내용의 인터뷰 기사를 실어줄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김태희)는 고소인조사를 끝낸 뒤 아직 해당 언론인에 대한 소환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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