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의 '뒤틀린 경제보도 실상과 감시'를 주제로 한 세미나가 전국언론노조(위원장 신학림)와 언론개혁시민연대 주최로 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렸다.

첫 발제자로 나선 언론노조 조준상 정책국장은 "(신문을 분석하면서) '수구'와 '신자유주의=맹목적 시장근본주의'라는 문제의식이 작용했다"며 "특히 중앙일보는 가장 적극적으로 신자유주의를 껴안고 있고, 뿌리깊은 '반노동 적대주의'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 국장은 '언론감시의 사각지대 경제보도'라는 발제문에서 해외 기업인이나 연구원의 입을 빌려 집요하게 한국의 노동시장 유연성이 낮다고 보도한 한국경제와 매일경제 조선일보의 사례, 지난달 12일 기업부실화가 노조상급단체 책임이라는 조준모 숭실대 교수의 논문을 그대로 인용보도한 대다수 신문의 사례를 들었다. 특히 매일경제의 경우 조 교수의 논문에 대한 노동계의 비판의 목소리는 전혀 싣지 않는 편파보도를 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조 국장은 지난 10월13일 노무현 대통령의 토지공개념 실시 발언에 대해 조선일보 중앙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등은 '사회주의적 발상' '반시장적' '사유재산권 침해'라며 평가절하한 반면, "애초 토지는 상품이 아니었고, 그 토지 위에 들어서는 건물도 매우 제한적인 상품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전혀 사회주의적이지도, 반시장적이지도 않다는 본질적 접근의 노력은 전무했다고 비판했다.

LG카드 부도위기에 대해서도 동아 중앙 매경 한경 등은 한국자산관리공사의 신용불량자 구제대책 때문이라고 몰아가기를 일삼았지만, LG카드가 지나친 사업확장을 하다가 자본 조달과 상환에 어려움을 겪으며 빚내어 빚 갚는 악순환 속에서 유동성 부족에 빠졌다는 위기 사태의 핵심을 짚는데는 소홀했다고 조 국장은 지적했다.

조 국장은 또 실제 기업들이 법인세 인하의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는 조사결과에도 불구하고 "수구 언론과 경제지들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법인세율로 인해 기업투자가 부진하고 외국인투자가 유치되지 않은 것처럼 보도해왔다"고 주장했다. 조 국장은 특히 지난달 15일자 매일경제 <법인세 인하 타당하다, 국회 재경위 전문위원 법안 검토 의견 제시>를 사례로 들면서 '법인세율의 혜택이 대기업에게만 돌아간다'는 보고서 내용은 아예 취급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조 국장은 이외에도 최근 검찰로부터 수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삼성에 대해 중앙일보가 감싸기에 나서거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은둔의 제왕'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미화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발제에 나선 하준 박사(서울대 박사과정·경제학)는 '신문기사에 반영된 시장의 폭력'이라는 발제문에서 경제보도에 대해 "정치기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정성이 약하고 일상적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일반독자들에게 쉽게 수용되는 문제점이 있다"며 "(최근 경제신문의 보도는) 사실자체에 대한 왜곡과 편파, 사설과 외부필진을 이용한 여론조작과 권위부여, 개혁적 인사에 대한 반대와 흠집내기 등 다양하고 교묘하게 자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 박사는 "경제신문들을 통한 왜곡·편파보도의 심각성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선거와 같은 최소한의 심판기제도 갖추지 않은 채 항구적이고 절대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재벌의 영향을 극복할 수 없고 이는 결국 재벌의 영향력이 정치권력을 좌우할 지경에 이른 상태에서는 정치적 개혁의 달성조차 불가능하게 한다"며 "언론·시민·노동단체 모두의 분업과 연대를 강조하고자 한다"고 제언했다.

토론자로 나선 방송대 김기원교수(경제학)는 "왜곡보도가 발생할 때마다 오피니언 리더들 사이에서 이메일로 왜곡사례를 교환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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