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지의 요즘 지면은 옐로 페이퍼를 방불케 한다. 미스코리아 출신 탤런트 고현정씨의 포르쉐 도난사건과 이어진 이혼, 그리고 배인순씨의 '남편 엽색행각' 자서전 출간을 다루는 종합지의 보도태도는 스포츠지와 크게 다를 게 없다. 기사 꼭지수와 크기의 차이만 있을 뿐 접근 각도나 문제의식에 있어서는 별반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종합지들은 왜 이런 사건들을 비중있게 보도했을까? 이에 대해 종합지 편집간부들은 "독자들의 관심을 끄는데 충분하고, 최근 독자들의 관심이 연성화되는데 맞추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뉴스의 중요도나 가치가 아니라 '장삿속' 때문에 크게 보도했다는 것이다.

중앙일보 사회부의 한 데스크급 간부는 "고현정은 유명인이어서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내용이고, 배인순씨 자서전의 경우 베스트셀러"라고 말했다. 이 간부는 "사회면이 뒤쪽에서 앞쪽으로 전진배치된 후 1∼6면까지 딱딱한 기사로 채워지기 때문에 사회면부터는 말랑말랑한(연성) 기사를 보다 크게 다루는 게 추세가 됐다"며 "스포츠지처럼이야 다룰 수 없지만 의심이 가는 다른 내용도 가릴 것은 가리고 박스 정도로 다루는 게 적당하다"고 설명했다.

동아일보 사회부 데스크는 "독자들이 연성화 돼 있기도 하고, 우리 신문들이 지나치게 경성화, 지면과잉인 측면도 고려해 독자들이 관심있어 하는 내용을 전달하자는 취지에서 보도한 것"이라며 "특히 고현정씨의 전남편이 '삼성' 이건희 회장의 조카라는 점은 삼성이 우리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 때문에 관심을 갖기에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대한매일 사회부 간부도 "독자들이 관심이 있고, 신문이 팔려야 하니까 다룬 것"이라며 "독자들이 신문을 보면서 교과서나 성경책 같은, 좋고 훌륭한 이야기만 원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이 간부는 "교사가 수업시간에 주의를 집중시키기 위해 농담도 하듯이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보도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일보의 사회부 간부는 "클릭 횟수나 검색 순위를 봐도 고현정씨 사건은 대중적 관심사다. 온라인이 강화되다보니 그런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사회부 간부는 "포르쉐 도난사건의 경우 스트레이트성으로 쓴 신문도 있지만 많은 신문들이 흥미위주로 쓴 것 같다"며 "스포츠지같은 느낌이 있기도 하나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만한 요소가 있고, 사건 자체의 의문점도 있다고 판단해서 실은 것일 것"이라고 말했다.

연성화된 독자들의 관심사를 좇는 종합지의 보도태도를 '신문의 잡지화'로 설명한 간부도 있었다.

세계일보 사회부 간부는 "연예인과 관련한 일련의 보도는 독자들이 재밌어 하는 기사만을 찾다 보니 생긴 결과"라며 "신문이 점점 잡지화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시스 사회부 간부는 "오프라인 신문이 온라인 매체의 영향을 받아 연성화 돼 가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간부는 또한 "정부 정책 등을 다루는 딱딱한 기사보다 부드러운 기사가 독자들의 시선을 끌기에 연예인 사생활이나 스와핑 보도 등이 나가는 것 같다"며 "사회 전반의 정치불신도 한 몫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보도가 불가피했다 해도 기사의 크기를 너무 키운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고현정씨 사건을 사람면에 2단 크기로 처리한 한겨레의 사회부 간부는 "지면도 많지 않은데 사회면까지 쓸 게 있나"며 "사람면에 간단하게 처리하면 되지 않나 생각해서 사람면에 배치했다"고 말했다.

그럼 이 기사를 쓴 종합지 기자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19일 법원에서 고현정씨 이혼판결을 취재한 기자들은 스스로를 "연예부 기자 같았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한 중앙일간지 법원 출입기자는 "19일엔 법원 출입기자들이 마치 연예부 기자가 된 것 같았다"며 "개인적으로는 스트레이트로 짧게 가면 될만하다 싶었는데 관심있는 기자들이 신세계쪽이나 법원 관계자, 변호사들 연결하느라 정신없고 스타벅스 인사점을 넘긴다느니 하는 소리에 흥미 위주로 많이 취재했다"고 말했다.

신문팀(조현호 · 정은경 · 이선민 · 김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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