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기자가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의 전용기에 한국 기자로는 유일하게 탑승하고 기내에서 단독인터뷰를 성사시키기도 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 참석을 위해 지난 16일 방한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미국 6개 언론사와 3대 통신사, 일본 교도통신 등 각국의 기자 14명과 함께 전용기를 타고 일본을 거쳐 한국에 왔다. 국내 언론사로는 조선일보 주용중 워싱턴특파원이 유일하게 전용기에 탑승했고, 주 기자는 기내에서 10여분간 단독회견을 가졌다.

조선일보는 지난 17일자에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과의 인터뷰 내용을 <럼즈펠드 "한국 파병안 수용">이란 제목으로 1면 머리에 올렸고 해설기사를 덧붙였다.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과의 단독인터뷰를 성사시킨 주용중 워싱턴특파원은 기사에서 럼즈펠드 장관이 오키나와에서 서울로 이동할 때는 동행기자들과의 간담회를 취소하고 조선일보와만 단독회견을 10분 약간 넘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조선일보만이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을 동행 취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미 국방부의 일방적인 '낙점'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주한미군 관계자는 "지난 12∼13일경 미 국방부로부터 동행기자 14명의 명단을 통보받았다"며 "이와 함께 럼즈펠드 장관이 국내에 도착한 뒤에 KBS·연합뉴스와 인터뷰를 추진하는 계획도 통보내용에 들어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은 일반적으로 특정 매체와 단독인터뷰를 많이 하는 걸로 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 특파원들도 이 같은 계획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 워싱턴 특파원들에 따르면 미 국방장관이나 국무장관의 해외 순방을 할 경우 동행취재 기자를 선정하는 곳은 미 외신기자센터(Foreign Press Center)이나, 이곳으로부터 럼즈펠드 장관 동행취재를 사전에 요청받은 특파원은 없었다. 

한 중앙일간지 워싱턴특파원은 "외신기자센터 담당자인 국방부·국무부 파견 관계자들도 (조선 기자 선정에 대해) 사전에 전혀 몰랐고, 이 때문에 나를 비롯한 대다수 기자들도 동행취재에 대해 잘 몰랐다"며 "주용중 특파원이 출국전에 국방부쪽서 연락이 왔다고 다른 워싱턴 특파원들에게 말한 적은 있다"고 전했다.

럼즈펠드 장관의 일본·한국 순방 동행취재 기자를 관례를 깨고 미 국방부가 직접 선정했다는 얘기다.

이 특파원은 "미 국방부가 직접 불렀다면 한국측에 이라크 파병 등 예민한 현안에 대해 특정언론을 통해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하려 했던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다른 워싱턴특파원은 "지난달 말 비공식적으로 기자들이 동행한다는 얘기가 있어서 회사에 보고했으나 아무 연락이 없어 신청하지 않았다"며 "동행할 때 드는 비용이 적게는 500달러에서 많게는 2만달러까지 소요되는데다 영양가가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의 한 기자는 "미국 국방부·국무부 등은 통상 동행기자를 선정할 때 영향력 있는 매체를 선정하는데 이번에도 그런 판단기준이 작용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