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산케이 신문 “여론 지지 확산” 분석 보도

노무현 대통령이 조중동 등 언론사 간부들과 연쇄회동을 가지면서 언론과의 긴장관계를 강조해왔던 참여정부의 대언론정책에 큰 변화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언론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5일 저녁중앙신문사 편집국장들을 청와대로 초청, 만찬을 함께하며 환담을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언론계에선 특히 노 대통령이 지난 5일 비공개로 진행된 조중동 등 신문사 편집국장들과의 만찬에서 격의없는 대화를 장시간에 걸쳐 나눴으며, 이날 참석한 편집국장들도 회동에 대해 크게 만족해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날 회동이 3시간 30분 넘게 진행되며 2차까지 간 데 대해 동아일보 이규민 편집국장은 “진지한 대화의 자리가 지속됐고, 할 얘기가 많았다”며 “말을 계속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청와대 만찬에 참석했던 다른 편집국장은 “노 대통령은 농담조로 ‘난 언론과 싸우는 게 취미’라며 ‘하지만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으로 국민들이 불안해한다. 정부와 언론이 대립하면 국민이 불안하니 앞으로 협조하자’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국장은 노 대통령의 대언론관계에 대해 “싸우는 것도, 화해도 하나의 전술”이라며 “적어도 몇 달간은 이같은 유화국면이 이어지지 않겠느냐. 아마도 총선 때까지는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 대통령의 대언론 화해 제스처가 총선을 겨냥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메이저신문사 편집국 부국장도 “이는 노 대통령의 하나의 전략으로 볼 수 있다”며 “언론과의 전쟁도 전략이며 관계 개선도 전략”이라고 말했다.

일본 산케이신문도 지난 7일자에서 이날 회동에 대해 “노 대통령이 화해자세로 나온 배경에는 최근 정국이 유리하게 반전하고 있어 여유와 자신감에서 나온 결과라는 견해도 있다”면서 “정치자금 의혹 확대는 반대로 ‘정치개혁’이라는 노 대통령의 주장에 순풍이 돼 ‘기성정치 타파’로 여론 지지를 확산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동아일보의 한 간부는 “이날 회동을 통해 노 대통령은 대언론관계의 큰 원칙은 유지한 채 방법론상으로 조절해나가겠다는 의미를 시사한 것”이라며 “노 대통령은 과거 공무원들에게 기자들과 밥먹고 술마시는 일 없도록 하라고 한 것도 공무원들이 자신들의 일은 안 해놓고 언론에게 부탁만 해온 관행을 없애자는 취지였고, 이에 대해서는 난 할 만큼 했다고 말했다고 편집국장이 전했다”고 설명했다.

한 청와대 만찬 참석자는 “정부가 어떤 정책을 발표하기 전에 언론사에 알려주고 설명해주면 더 좋을 것 같다. 일종의 오프더레코드로 의견을 수렴하는 게 필요하지 않느냐고 국장들이 제의했고, 대통령은 이에 대해 공감했다”고 말했다. 대통령과 언론간의 접촉빈도가 잦아질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이 참석자는 또 대통령이 경제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한다는 참석자들의 지적에 대해 “노 대통령은 ‘자신이 사람들을 만나도 70% 이상이 경제인 등 민생관련 인사들이고 정치인들은 별로 없는데 대부분의 언론은 정치 얘기만 쓴다.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며 “노 대통령은 또 ‘국가적인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다. 도와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청와대 등 언론계 일각에선 노 대통령의 언론사 간부 회동은 필요에 의한 것으로 일회성 이벤트에 불과하지 노무현 정부가 지향하는 언론관계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중앙일보 이장규 편집국장도 청와대 회동에 대해 “언론과의 관계개선이란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 신문의 경우 대통령이 감정적으로 언론에 비난한 게 문제된 적은 있지만 우리가 필요 이상 비판한 적은 없다”며 “다만 언론이 정부를 비판한 데 대해 대통령이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대응한 게 문제였고, 대통령도 이를 인정했기 때문에 자제하겠다고 한 것”이라고 의미를 축소시켰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 또한 “언론과의 관계를 개선한다는 큰 차원의 전략적 변화라면 조중동과 한경대 등으로 초청대상자를 나눠 오해받을 여지를 남겨 두었겠는가”라며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한다면 가나다 순 등으로 언론사를 나누고 지방언론사도 포함시키는 등 정치한 접근을 했을 것이다.
이번 회동에 불참자가 생기는 것도 청와대가 어떤 전략을 갖고 정치한 접근을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방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현호·이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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