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배경 설명 자주 갖자”… 접촉 빈번해질 듯

노무현 대통령과 동아·세계·조선·중앙·한국일보 편집국장간의 지난 5일 청와대 만찬 이후 언론과의 긴장관계를 강조해온 현 정부와 언론간의 관계가 빠른 속도로 개선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5일 저녁5개 신문사 편집국장들을 청와대로 초청, 만찬을 함께 하며 환담을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관저에서 3시간 30여분 동안 진행된 만찬에서 “정부와 언론이 서로 존중하고 이해를 높이자”고 제안했으며 5개 신문사 편집국장들은 “권언갈등을 해소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후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등 그동안 노무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왔던 신문사 편집국장들은 부장단 회의 등에서 △노 대통령에 대한 호평 △정부에 대해 이해의 폭을 넓힐 필요성 △정부에 협력할 필요성 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 이규민 편집국장은 지난 10일 본지에 “권언갈등으로 국민이 불안해하는데 그러지 않도록 노력하자고 노 대통령이 제의했는데 우리 언론도 이의가 있을 수 없다. 대부분 이런 갈등은 참여정부 들어서 오해와 불신에서 비롯된 것으로 계속 악순환이 돼온 게 사실이다. 청와대 만찬은 이런 갈등을 해소하는 어느 정도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언론의 기본 기능인 권력에 대한 감시·비판은 유지될 것이지만, 지금까지가 격랑이었다면 앞으로는 서로 고요한 바다로서 건전한 긴장상태가 유지될 가능성을 보았다”며 “서로 대화채널이 열리게 된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동아일보 편집국의 한 간부도 “그동안 당사자가 느끼기에 다소 감정적인 보도가 있었다고 한다면 앞으로는 이런 보도를 지양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서로 잘 몰랐기 때문에 이번 만남을 계기로 서로의 이해의 폭을 넓히고 이후에 우리가 비판을 한다고 해도 당사자가 인내를 갖고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 편집국의 한 간부도 “변용식 편집국장은 노 대통령과의 만남에 대해 상당히 만족스러워한 것 같았다”며 “대통령에 대한 이해를 하려는 듯했다”고 설명했다.
편집국장들은 이날 만찬에서 노 대통령에게 정부정책 공식발표 전에 언론사 관계자들에게 배경설명을 해 줄 것을 요구했고, 노 대통령도 이에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만찬에 참석했던 한 편집국장은 “현 정부 들어서는 과거와 달리 공식 정부발표 외에 추가적인 설명이 없어 진의가 잘못 전달될 여지도 있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의했다. 노 대통령도 이에 공감했으며 회동 이후 정부의 정책설명이 좀 나아진 것 같다”며 “앞으로는 논설위원실·편집국 간부들에 대해서도 공식적인 것 이외의 경제정책에 대한 백그라운드에 대한 설명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참석자도 “사전에 (언론사 간부들에게) 알려주고 설명하면 서로 오해도 없어지고 이해의 폭도 넓어질 것이라는 데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일부 신문의 경우 노 대통령의 언론과의 관계개선 제의에 대해 이미 ‘화답’하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조선일보의 한 간부는 “지난 10일 변용식 편집국장은 ‘지난 번 회동 때 노 대통령이 자신이 하는 일의 70% 이상이 경제인데 언론 특히 조중동이 거의 상대를 안 해준다고 하더라’는 말을 꺼내며 ‘지금 청와대 출입기자가 누구냐. 경제를 알 수 있는 기자로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고 언급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다른 신문사 편집국장은 “언론과 관계개선이 되는 것은 전적으로 바람직하며 이같은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면서 “적어도 총선 때까지는 유화국면으로 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반면 중앙일보 이장규 편집국장은 “언론과의 관계개선이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언론의 비판보다는 대통령이나 정부의 대응이 감정적으로 흘렀던 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이를 자제하겠다는 의미의 만남이었다”며 동아·조선일보 편집국장과는 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노무현 대통령과 조중동의 관계개선 움직임과 관련해 “행사차원에서 필요한 만남이었지 대언론관계의 기조가 변화하는 것은 전혀 아니라고 본다”며 “홍보수석이 바뀌면서 언론과 얘기는 할 수 있는 분위기로 가자는 제안이 받아들여진 것이지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회동은 아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산케이신문은 지난 7일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언론사 간부와의 간담회를 열고 ‘협력’을 요청했는데 이는 불만스러운 신문보도에 대해 명예훼손 등으로 대량 고소하거나 취재거부로 대응하는 등 고자세를 취해 왔던 노 정권의 궤도 수정이 아닌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영태·조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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