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수언론의 대명사가 돼있는 ‘조중동’이라는 용어에서 중앙일보를 빼야 한다는 일각의 여론에 대해 중앙일보 내에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조선·동아와 중앙의 미묘한 차이와 관련해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최민희 사무총장은 지난달 17일 ‘대통령과 언론의 갈등’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조·중·동이라는 말은 신문사들의 보도와 논조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단어다. 대북관계, 대통령 등에 대한 중앙·조선·동아의 보도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한 묶음으로 몰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이 단어를 폐기할 것을 공식적으로 제안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오마이뉴스 정운현 편집국장도 지난달 28일 <정말 조중동에서 빠지고 싶나>라는 기사에서 “중앙이 조중동에서 빠지고 싶어한다면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조중동에서 중앙을 빼주겠다. 단 연말까지 지켜본 후에”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관계자는 “당초 조중동이라는 게 우리가 만들어낸 말도 아니고 신문사의 매출, 열독률 등을 통해 자생적으로 나온 말인데 DJ정부 들어서면서부터 수구언론의 대명사가 됐고, 비판하기 위한 용어로 쓰여왔다”며 “우리의 논조는 물론 보수쪽이지만 같은 보수 중에서도 열려있다. 외부에서 조선 동아와 우리를 차별해서 보려는 시도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홍석현 회장이 신년사든 창간기념사든 기회있을 때마다 열린 보수를 강조하고, 권영빈 편집인도 막가파식 비판은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중앙을 조중동에서 빼야 한다는 외부의 여론은 그동안 우리가 대북문제 등에서 견지해온 노력이 반영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중앙일보가 조중동이라는 ‘그룹’에서 이탈할지 말지에 대해서는 자신들이 선택할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조중동이 ‘신문사의 서열’이나 ‘큰 의미에서의 보수’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용어라면 우리가 조중동에서 빠질 이유가 없다”며 “게다가 조중동에 넣고 빼고가 단순히 진보와 보수로 양분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 중앙일보 기자는 “최근 오마이뉴스 기사를 보고 어느 한 독자가 전화를 걸어와 ‘조중동에서 빠진다는데 사실이냐’ ‘그러면 당장 신문을 끊겠다’고 말해 황당했다”며 “외부에서 마음대로 조중동에서 넣고 빼고 한다는 것은 말이 되질 않는다”고 주장했다. 다른 기자는 “최근 일부에선 너무 정부를 봐주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지만 대체로 젊은 기자들은 환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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