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노조(위원장 김희섭)가 회사 내부의 의사소통 단절 현상에 대해 강도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조선일보 노조는 지난 5일 노보 편집위원 상견례를 갖고 회사 문제점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듣고 "회사 내 의사소통의 활로를 뚫어야 한다"고 결론내렸다.

노조는 지난 7일 발행한 조선노보 <"말 못하고, 막히고…미치겠다">라는 글에서 이같은 문제점의 실태를 담았다.

노조는 "어떤 사안에 대해 기사가 안된다고 하면 데스크는 짜증부터 낸다. '왜 너만 보내면 기사가 안되냐'는 말부터 한다. 왜 그게 기사가 안되는지 잘 들으려 하지 않는다"며 "'쓰라니까 쓴다'고 쉽게 체념해 버리고, 그러다 보면 내가 정말 기자인지 좌절감 비슷한 것이 생길 때가 있다. 다른 동료들도 말은 안하지만 비슷한 감정을 겪는 것같다"는 한 조합원(조선일보에 적대적인 외부세력을 취재하고 있는 기자)의 말을 전했다.

노조는 이같은 현상을 회사내부의 토론 문화 부재로 설명하면서 "신문의 틀이 결정되는 부장회의부터, 가장 생기가 넘쳐야할 사회부 기동팀 회의까지 토론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고 지적했다.

노보는 부장단 회의의 '폐쇄된' 풍경도 전했다. 편집국의 한 부장은 "국장이 신문 한 페이지를 넘기면 부장들이 전부 따라서 한 페이지를 넘긴다. 다시 국장이 한 장을 넘기면 부장들이 다시 한 장을 넘긴다. 지면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국장이 갑자기 페이지를 뒤로 넘긴다. 그러면 부장들이 화들짝 놀라 따라서 페이지를 넘긴다"며 "지금은 조금 나아졌지만, 답답함을 느낄 때가 있다"고 부장회의 장면을 묘사한 적이 있다고 노보에서 전했다.

노조는 후배기자들의 말을 빌어 부서 내 회의가 "데스크들 시국 강연장"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데스크들은 현장을 강조한다. 그러나 거의 매일 회의에 참가하려고 시간을 비우는 사이 현장은 돌아가고, 그 때의 현장을 놓쳤다고 또 깨지고, 그렇다고 회의에서 얘기해본들 한마디로 킬 되면 그만이고, 그러니 회의는 의무감에 참가할 뿐"이라고 털어놓은 한 조합원의 속내도 전했다.

노조는 또 기자들과 논설위원들간에도 사정은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젊은 논설위원들이 보강되면서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일선 기자들은 사설이 현장의 분위기와 다를 경우 '이건 아닌데'라고 얘기하고 싶어도 쉬 말을 꺼내지 못한다"며 특히 "낮은 기수의 조합원들은 어디에 어떤 식으로 의견을 전달해야 할 지도 잘 모르고, 괜히 전화했다가 호통이나 들을까봐 걱정부터 앞선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조선일보의 지금과 같은 단절현상에 대해 누구의 책임인지를 가릴 필요도 없지만 "더 좋은 신문을 만들기 위해선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이같은 문제를 풀기 위해 편집국장을 비롯한 각 부 데스크들이 먼저 나서줄 것"을 제안했다.

노보는 이어 "바쁜 시간을 쪼개서라도 사석에서 후배들을 만나 허심탄회한 얘기를 들어주길 기대한다"며 "물론 조합원들도 더 이상 하고 싶은 말을 뒤로 숨기지 말아야 한다. 피는 어느 한 쪽이 막히면 흐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노조 관계자는 "언로를 뚫어 보자는 차원에서 지적한 것"이라며 "이를 통해 대화가 활발해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