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체들이 자사 홍보를 위해 전략적으로 기자들에게 술자리 접대를 하는 것이야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과거에만 볼 수 있었던 현상도 있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일부 기자는 자신이 개인적으로 먹은 술값을 기업체에 부담시키곤 했다.

후배들이나 동료들과 개인적으로 술을 마신 기자가 기업체 홍보실 관계자를 불러 술값을 계산하도록 한다던지, 아예 술값 영수증을 청구하거나 기업체 법인카드로 술값을 계산한 경우도 있다.

다음은 기자들이 후배들과 술을 마시고 술값을 기업체 관계자에게 계산하라고 요구한 한 사례.

지난 96년말 어느날 아침, 핸드폰 사업자 선정을 두고 한참 타업체와 경쟁을 벌이던 한 통신업체 관계자는 자사를 출입하는 한 경제지 기자에게 하소연을 했다. 모 종합일간지 출입기자가 후배들과 술을 마신 뒤 이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술집에서 끊은 영수증을 내밀며 계산을 부탁했다는 것이었다.

이 관계자는 "후배들이든 누구든 자신들이 술을 마셨으면 자신들이 술값을 계산해야지, 왜 나한테 하는지 모르겠다. 너무 과한 것 아니냐. 차라리 내가 나가서 술을 샀으면 나았을 것을…"이라고 말하며 울분을 삭였다고 한다.

이날 나온 술값은 그 때 돈으로 100만원 가량.

물론 이같은 관행은 극히 일부에서만 있는 일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96∼97년 정보통신업체들을 출입했던 한 경제지 기자는 "당시엔 정보통신 업체들이 사업자 선정 등 이권을 두고 서로 경쟁을 벌이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간혹 이런 극단적인 사례도 있었지만 요새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럼 과거에도 '극히' 일부에 불과했던 사례가 지금은 완전히 '박멸'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최근에도 한 건설업체 관계자가 한 출입기자로부터 이와 비슷한 경험을 당했다. "모 기자가 아침에 술이 덜 깬 얼굴로 나타나 전날 밤 제공한 건설업체 법인카드를 내밀더라"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극히' 일부분의 관행, 더 나아가 '술접대' 관행은 조금씩 사라져가고 있다. 바로 골프 때문이다. 기자들이 몸생각하기 시작하면서 골프를 '애용'하면서 술대접 받는 걸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기자들의 휴일인 토요일에 필드에 나가기 위해선 '술의 날'인 금요일의 음주 자리는 아무래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덕분에' 요즘은 술 접대 대신 골프 접대가 한 흐름으로 굳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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