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주 접대시대 긴급점검
신문사의 경영난이 심화되면서 광고주에 대한 ‘모시기’ 관행이 점점 변화하고 있다. 문화일보의 경우 프로골퍼를 출전시킨 광고주 초청 골프대회를 열었고, 동아일보는 연예인을 초청해 디너쇼를 열기도 했다. 광고주의 행사참석을 위해 편집국 관계자들이 동원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언론계에서는 언론사와 광고주의 관계가 역전됐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언론사의 광고접대 실태를 점검했다.

신문사들이 광고주들에 대한 접대수단으로 가장 많이 활용하는 것은 골프다. 매년 수차례 씩 골프접대 행사를 갖거나 대규모로 골프대회를 열기도 한다.
대한매일 관계자는 “골프대회야 연중 여는 것이다. 광고주를 초청해 외국여행을 가거나 골프를 치는 것은 어느 신문이나 관행화 된 것으로, 우리는 최근엔 골프대회는 안하고, 골프 접대 정도만 한다”며 “사장이 직접 골프장에 나가 접대하곤 한다”고 말했다. 골프접대가 이뤄지면 편집국 관계자들이 동원되기도 한다.

   
국민일보 광고국 관계자는 “광고국 주도로 골프행사를 많이 갖는다”며 “기업체의 광고 집행부서와 홍보부서 모두 신문사 광고국보다는 경제부나 정보통신부 등 편집국과 사귀기를 원한다. 이런 경우 광고국에서 편집국의 해당 부장이나 기자들에게 참석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한국일보의 전 편집국 간부도 “광고국에서 한두 번 전화가 와서 광고주에게 전화를 한 적은 있다. 경제부장이나 사회부장에게 중개한 경험도 있다”고 털어놨다.
중앙일보 편집국 간부는 “그런 행사가 열리면 인사한다는 차원에서 편집국 간부들이 참석하긴 한다”고 말했다.

광고난이 극심해지면서 광고주들의 위상이 날이 갈수록 올라가는 것을 실감한다고 말하는 편집국 간부들도 많다. “(대 광고주 접대 관행이) 많이 변했다. 요즘 청와대가 요청해도 기사를 안 빼주지만 광고주가 기사를 빼달라고 하면 빼준다”는 한 신문사 편집국 간부의 말은 이같은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
경향신문의 전 편집국 간부는 “광고직원과 함께 광고주와 골프를 친 적이 있었는데 그냥 만날 때와는 달리 기분이 묘했다”고 털어놨다. 경향신문의 다른 간부는 “광고주는 종교와 함께 하나의 신 성역이 됐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국민일보 광고국 관계자는 “언론사가 먼저 (골프접대 행사를) 요구하는 것도 사실 따지고 보면 기업체 홍보실에서 언론사 기자들에게 같이 운동하자고 하는 것이나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편집국 간부는 “신문의 현실상 광고주와 신문사가 밀착돼있을 수밖에 없다”며 “회사마다 얼마나 종속적이냐는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현호·정은경·황예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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