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수부는 SK 외의 4대 그룹에 대해 추가 수사를 할까? 언론 보도만 놓고보면 도통 알 길이 없다.

일부 조간은 31일자에서 '5대 그룹 전면수사'와 '경제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어 쉽게 수사확대를 결정하지 못할 것'이라고 엇갈리게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31일자 <검찰 "경제 어려운데…" 멈칫> 제하 기사에서 "검찰은 현재로서는 SK 이외의 다른 재벌그룹으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을 정하지 않았다며 일단 수사 확대에 선을 긋고 있다"며 "수사확대 쪽으로 방향을 정할 경우 경제와 정국에 큰 파장을 몰고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가뜩이나 위축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검찰의 부담"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경향신문은 같은 날짜 1면 <5대 그룹 전면내사> 기사에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30일 SK를 비롯, 삼성·LG·현대차·롯데 등 5대 그룹의 지난해 대선 당시 불법 정치자금에 대한 전면 수사를 검토중"이라며 "검찰은 정치권에 대한 내사를 통해 5대 그룹의 불법 정치자금에 대한 혐의가 드러나면 관련기업의 임직원들에 대한 본격 소환조사에 나설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도 같은 날짜 1면 머릿기사로 대검이 5대 그룹의 대선자금 조사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대검 국민수 공보관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현재로서는 5대 그룹으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은 없다"며 "하지만 신빙성있는 증거나 단서가 나오면 수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 공보관의 발언이 극히 원칙적인데 반해 일부 대검 출입기자들은 여러 정황상 수사확대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이 기자들은 우선, 검찰이 한나라당 전 재정국장 이재현씨에 대한 구속영장에 SK 이외의 다른 기업으로부터의 대선자금 수수의혹을 제기한 점을 유력한 정황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31일 아침 공개한 영장에 따르면. 이재현씨는 한나라당 재정위원장실에 100억원 이외의 선거자금을 현금으로 함께 보관하고 있었다고 적시하면서, 케비넷과 4단 파일케비넷에는 1만원권 현금다발을 넣어뒀고, 가로 3m, 세로 최소 5m, 높이 1.2m의 공간에 현금을 담은 라면박스와 A4용지 박스를 4단으로 쌓아놓았다고 밝혔다. 또 SK로부터 받아온 보자기로 쌓인 쇼핑백은 약 1.2m의 높이로 차곡차곡 쌓아뒀다고 적시했다.

검찰은 검찰은 구속영장에서 "최돈웅이 SK 이외에 다른 대기업의 고위책임자와도 대선 운동기간에 전화통화를 수차례 통화한 점에 비춰 피의자 등 한나라당 관계자들이 SK 이외의 다른 대기업에서도 거액의 대선자금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며 "재정위원장실에 있었던 현금을 추산해 볼 때 당비 30억원을 포함한 130억원보다 훨씬 많아 당시 재정위원장실에서 SK의 불법 정치자금, 피의자가 말하는 당 선거자금 이외에 다른 불법자금을 함께 관리했을 것으로 판단되므로 대선자금의 입출금 실무책임자인 이 씨에 대해 추가 수사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대검 기자들이 수사 확대를 점치는 또 다른 정황은 민주당 이중장부다. 최근 의혹이 제기된 민주당 대선자금 이중장부를 달라고 검찰이 요청했기 때문에 발을 빼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기자들의 분석이다.

일부 언론이 '수사확대는 어려울 것'이라는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경제 악영향론'에 대해 한 대검 출입기자는 "요즘처럼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대놓고 수사확대한다고 떠들기엔 부담이 있겠지만 늦어도 11월 초 수사확대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의 수사가 기업을 절단내겠다는 게 아니라 부당한 정치권과의 거래 관행을 뿌리뽑겠다는 의미에서 진행되는 것이어서 일부 언론이나 재계에서 시비걸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출입기자도 "검찰 수사가 시장에 큰 변수가 되는 시기는 지난 것 아니냐. 경제악영향 때문에 수사에 지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