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천 조선일보 기자가 "유시민 의원과 총선에서 한 번 맞서보겠다"며 지난 13일자로 회사를 떠났다.

조 전 기자는 "유시민 의원의 현실정치가 안타까웠다"며 "법치주의 확립을 주장하는 한나라당이 국정운영의 틀과 비전을 갖고 있어 한나라당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조 전 기자는 지난 27일 본지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민주당은 국정운영에 있어서 우려할 만큼 실패했다"고 주장했고, 언론인의 정계진출에 대해서는 공무원의 사퇴시한 규정을 준용하는 등 고민했으며 앞으로 분명한 사회적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 전 기자는 지난 92년 조선일보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경제부를 거쳐 2001년 말 정치부에 배치돼 총리실, 민주당을 출입했다.

다음은 조희천 기자와 지난 27일 가진 전화인터뷰 전문.

-언제 퇴사했나.
"13일자로 사표를 제출했고, 이날 수리됐다."

-언제부터 총선 출마를 계획했나.
"심각하게 고려하기 시작한 것은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다. 지난 9월부터 심각하게 생각했다."

-갑자기 정계진출을 고려하게 된 계기는.
"갑자기라기보다는 정치현장을 취재하면서 '밖에서 보는 정치' '국회의원 자신들이 주장하는 정치' '실제 정치'가 각각 달랐다. 이 때문에 책을 한 번 내볼 생각을 했으나 책 낸다고 세상이 달라질까 하는 회의가 들었고, 이보다는 현실에 영향을 주고 바꿀 수 있는 게 뭔가를 생각하다가 내린 결정이다"

-왜 유시민 의원 지역구를 택했나.
"한마디로 안타까웠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고 유 의원이 당선된 것을 봤다. 두 분다 모두 훌륭한 자질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드라마틱한 감동을 줄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지금까지 우리 정치가 감동을 주는 정치를 못해왔다.

대선 때 단일화되던 날부터 선거 전날 단일화가 깨질 때까지 노무현 대통령을 따라다니기도 했다. 노 대통령의 자질이나 노력은 드라마의 요소를 가지고 있지만 그 능력을 이용하는 방법과 나아갈 방향에서는 우려하는 사람도 많고, 내 정치적 견해와도 다르다. 공동체에서 (노 대통령의 현실정치는) 바람직하지 않다."

-본인과 어떤 면에서 다르며 무엇이 문제라고 보나.
"우선 지지율이 매우 낮게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그 이유가 다 들어있다. 최근에는 재신임까지 받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유 의원과 노 대통령이 같다고 생각해서 유 의원 지역구에 출마하려고 하는 건가.
"유 의원 스스로 TV에 나와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노 대통령 측근이라고 말했다. 그런 면에서 (유 의원이) 반성 내지 방향을 고치지 않고 자기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출마하기에 너무 젊다고 생각하는 이도 있는데.
"올해 69년생(34세)이다. '젊은 피'라는 것은 기자들이 쓰기 좋아하는 말이다. 나이가 젊다고 생각까지 젊은 게 아니고 나이기 늙었다고 생각까지 늙은 게 아니다. 세대간 갈등을 말할 때 생각 젊은 사람을 젊은이로, 생각 늙은 사람을 늙은이로 구분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든 사람들 중에도 젊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고, 이들은 품격을 중시하며 신중하다. 나이와 관계가 없이 견해에 따라 출마할 수 있다. 정계는 아니지만 최병렬 대표는 신문사에서 35세에 정치부장을 했다. 얼마나 열심히 열린 생각을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한나라당 경선에 참여할 계획이다. 연고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일산에 살았던 적은 있지만 수도권이라는 곳이 인구변동이 많은 곳이다. 그러나 현행 선거법이라는 게 적어도 (지금 시점에서) 명함 나눠주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로 제한을 많이 가한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법테두리 내에서 날 알려서 경선에 참여할지 고민중이다."

-언론의 정치보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정치부 기자일 때와 달리 언론의 정치보도가 중앙정치, 기성 정치인, 유력정치인 위주로 짜여져 있다는 느낌이다."

-한나라당을 선택한 이유는.
"한나라당이 바뀌어야 한다. 국민들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한나라당을 싫어하는데 이게 혐오의 수준보다는 기대를 걸었던 데 대한 실망감이 굳어져서 그런 것 같다. 언제든지 애정으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 선택했다. 자정, 개선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다른 당도 바뀌어야 하고 개선될 수 있지 않나.
"국가운영의 기본틀과 비전은 한나라당이 갖고 있다. 이를테면 한나라당은 '법치주의 확립'을 주장하면서 이를 위한 법개정은 국회가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서 한나라당이 가장 적당하다. 반면 민주당은 집권은 했으나 우려될 만큼 실패했다.

최근 송두율 교수 사건을 보면 우리 사회가 불필요한 부분에 에너지를 너무 많이 쓰고 있다는 생각이다. 세계적으로 좌우가 없는 사회가 됐고, 송 교수 사건의 경우 사실관계가 있고 법에 따라 집행하면 되는데도 자꾸 법을 해석하려 든다. 위헌논란까지 만들면서 말이다. 있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법에 의해 판단하도록 하면 된다. 이게 법의 가치다. 그런데 이것 마저 (현정부는) 논의하고 국론을 모으려 하고 있다."

-본인의 비전은 뭔가.
"조선일보 기자를 하다 나와서 유시민 의원을 상대한다니 주변에서 도식적인 구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 유 의원도 일정한 세대변화를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 단계 진전됐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여러 가지 부족한 점도 많고, 그들도 기성이 됐고, 관리자가 된 만큼 한계가 있다. 투쟁으로 일어선 사람은 투쟁으로 망한다. 이들이 만능의 열쇠가 아니다. 이를 보다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반면, 나는 무난하게 살아왔다. 지적할 부분이 있으면 지적할 것이다."

-언론인의 정계진출을 어떻게 보는가.
"언론은 도덕성이 많이 요구되는 직업이라는 점을 인정한다. 이 때문에 그동안 안팎에서 언론인의 정계진출에 대해 고민도, 비판도 많았다. 특히 정치 보도를 다루는 언론은 더 그렇다. 난 정치부에서 2년 근무했다. 민주당 출입하다가 한나라당으로 출마하는 것을 보고 그동안 내가 '바이어스(편향성)를 갖고 기사를 쓴 것 아니냐'는 주변의 시선이 많이 걱정됐다. 하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출마시기를 좀 늦추라는 조언도 있었다. 내가 조선일보를 그만 둔 시점은 공직자 출마 시한(구 규정)인 선거 6개월 전이었다. 언론의 정계 진출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가 없다보니 나름대로 공무원 사퇴시한의 규정을 준용했다. 다른 직업을 선택함으로써 이전 직업(언론)의 도덕성을 헤쳐서는 안되겠지만 금지기간을 어떻게 둬야 할지도 앞으로 명확해져야 한다고 본다."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조선일보 출신이다. 친분은 있나.
"사실 거의 없다. 국회 상임위에 취재하러 나가 있을 때 지나다 부딪히면 목례하는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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