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검 기자실에서 엠바고 파기와 비보도 파기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안대희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기자들에게 “정치권에서 선거 때 한몫 챙겨서 외국에 빌딩도 사고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한다”는 발언에 대해 보도한 것을 두고 검찰과 기자들이 ‘비보도’ 논란을 벌이고 있다.

안대희 부장은 지난 16일 오전 일부 기자들과 함께 티타임을 갖는 자리에서 SK비자금 수수의혹을 받고 있는 한나라당 최돈웅 의원이 혐의사실에 대해 부인하고 있고, 야당의 엄포성 발언이 연일 계속되는 데 대한 심경을 토로하면서 ‘정치권의 부정축재 관행’을 질타했다.

자신의 발언이 연합뉴스에 의해 같은 날 오전 11시 32분에 기사화되자 안 부장은 재차 기자실로 내려와 ‘방금 한 얘기는 중수부 입장이 아니라 시민입장에서 가볍게 말한 것으로 정식으로 기사화하면 곤란하다. 양해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조간은 17일자에서 주요 기사로 처리했다. 
대검 국민수 공보관은 “오전에 기자들이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안부장이 그냥 편하게 얘기한 것으로 당시에도 기사화하지 말라고 요구했었다”며 “일부 신문은 이같은 양해를 받아들여졌지만 대부분 크게 보도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민일보 경향신문 대한매일 세계일보 한국일보는 이 내용을 1면 머릿기사 내지 사이드 기사로 처리했지만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는 3면에 2∼3단 크기로, 동아일보는 4면 하단에 처리했다.
가장 먼저 이를 보도한 연합뉴스 기자는 “정치인의 부정축재를 대검 중수부장이 말했는데 ‘비보도’ 사안이라고 볼 수 있느냐”며 “오프를 전제로 얘기한 것도 아니었고 당연히 기자로서 문제제기할 수 있었던 일”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기자는 “검찰이 기자까지 조회한 바 있고, 현대 비자금 수사 때 엠바고 수용의 조건으로 소환자 이름을 알려주겠다는 신사협정도 어긴 것을 비춰볼 때 기자들이 비보도 약속을 깼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SK로부터 받은 돈 가운데 3억9000만원으로 대선빚을 갚았다”는 동아일보 16일자 보도는 당일 엠바고를 파기하고 나온 기사였던 것으로 드러나 현재 대법원 기자단(법조 선임기자단)이 징계수위를 놓고 논의중이다.

검찰은 지난 15일 관련 내용을 영장청구 시점에 기사화해달라고 기자단에 양해를 구했고 기자단도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동아일보는 16일자 가판부터 1면에 이 내용을 기사화했다. 이에 따라 대검 기자단은 16일 회의를 열고 동아일보 기자에 1주일 출입정지를 결정하고 최종 결정을 선임 기자단인 대법원 기자단에 넘겼다.
한 대검 출입기자는 “동아일보 기자가 잘 모르는 상태에서 데스크에 보고하다보니 생긴 문제라는 점을 감안해 1주일 징계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 서울지방법원, 대검찰청, 서울지방검찰청 등 4개 출입기자단으로 구성된 법조 기자단의 징계시스템은 법원 출입기자가 엠바고를 파기하면 해당 언론사 대법과 지법 출입기자만 출입정지를, 검찰 출입기자가 파기하면 해당 언론사의 법조 기자단 전체를 출입할 수 없게 규정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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