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규모가 지난해보다 오히려 감소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대한매일이 가판에 단독보도했다가 배달판에서 일방적으로 삭제해 노조 공정보도위원회가 진상조사에 나섰다.

대한매일은 17일자 <노사분규 상반기 41% 줄었다>는 기사에서 "참여정부 출범이래 노사분규가 줄고 파업에 따른 근로 손실일수가 대폭 감소, 노사문제가 안정을 되찾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노사간의 첨예한 이견으로 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된 건수 가운데 조정이 성립된 사례는 2년 전보다 10%포인트 높아진 40%대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노동부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한나라당 박인상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 '98년 이후 노사분규 현황과 지방노동위원회 조정업무 처리실태'를 인용해 △상반기 노사분규의 경우 전년대비 41.1% 감소 △같은 기간 근로 손실일수의 경우 전년대비 65.3% 감소 △지방노동위 조정사건의 경우 22.5% 감소했다고 전했다.

대한매일은 또 올 노사분규 집회수와 참여인원도 올 6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는 경찰청의 분석도 덧붙였다.

그러나 이 기사는 가판(5판)에서 사회면(11면) 주요기사로 처리됐다가 배달판(20판)에서는 삭제됐다. 대신 <'20억 빚' 일가족 6명 음독>이란 기사로 대체됐다.

기사를 쓴 구혜영 기자는 "애초 오전·오후 회의에서도 사회면에 비중있게 배정돼있었는데 삭제되는 과정에서 나에게 아무런 상의나 통보조차 없었고, 배달판에서 빠진 사실도 아침에 출근해서야 알았다"고 말했다.

전국언론노조 대한매일지부(위원장 임병선) 공정보도위원회는 "현재 진상을 조사중이며 오는 19일 진상조사 결과를 공보위 보고서로 낼 방침"이라고 밝혔다. 공보위측은 "편집국 내부에서는 간부들이 그동안 파업에 대해 무작정 불법파업으로, 경제위기를 불러오는 주범으로 보도해왔던 사고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며 "진상을 조사한 뒤 조만간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재범 사회부장은 "애초 독창적인 발굴기사인 것으로 예상하고 지면에 배정했으나 기사를 보니 예전에 이미 나왔던 내용인 것 같았고, 7∼8월 중의 통계수치가 빠져있었다"며 "발굴은 발굴이었으나 중요한 내용은 아니라고 판단해 굳이 상의할 필요도 없어서 야간에 중요한 기사가 있으면 이 기사를 빼라고 편집부에 지시했다"고 말했다. 박 부장은 "우리 회사에서는 외압 등 기사 외적인 요인으로 기사를 뺄 수 없는 조직"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구 기자는 "며칠 전부터 박인상 의원 보좌관과 수차례 상의를 거쳐 자료에 나온 통계수치가 그동안 언론이 몰아갔던 '망국적 파업론'을 뒤집을 수 있을 정도로 의미있는 자료라고 판단해 기사화했던 것"이라며 "부당노동행위 규모나 전국적 규모의 통계수치도 그렇고 경찰청 자료도 지금까지 나오지 않은 내용이었는데 이미 다 보도된 내용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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